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럽 각국 증시 통계를 인용해 독일과 프랑스의 대표 주가지수인 DAX와 CAC40은 지난 3개월간 모두 18% 이상 올랐다고 보도했다. 같은 기간 8.5% 상승을 기록한 미국 S&P500의 배를 넘는 수익률이다. 영국 대표 지수인 FTSE100 역시 같은 기간 13%가량 오르면서 2018년 5월 기록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상태이다.
이러한 증시 상승에 힘입어 유럽증시로 유입된 자금도 크게 늘어났다. 글로벌 펀드 자금 조사업체 EPFR에 따르면 최근 1주간 영국 펀드로 순유입된 자금 규모는 1억8800만 달러 이상으로, 작년 6월 이후 최대 규모 자금(2주간 기준)이 유입된 것으로 집계됐다.
영국 금융서비스업체 하그리브스랜스다운의 수잔나 스트리터 선임 투자 애널리스트는 유럽증시가 "강력한 회복력을 보였다"며 "회복력이 예상보다 더 강력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 6일 유럽연합(EU)통계당국인 유로스태트에 따르면 EU의 12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년 동월 대비 9.2% 상승하며, 상승률이 2개월 연속 하락했다. 몇달 전만 해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및 예년보다 추운 겨울로 에너지 위기 및 인플레이션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우려가 컸으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아직까지 큰 위기는 없다는 평가이다.
그리고 중국의 리오프닝은 LVMH모에헤네시, 에르메스인터내셔널 등 명품업체 주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두 주식 모두 3개월 간 주가가 30% 가량 급등했다.
스위스계 자산운용사 롬바르드오디어의 플로리안 옐포 매크로 책임자는 "유럽증시와 중국 간 상관관계가 미국증시와의 상관관계보다 더 크다"고 언급했다.
다만 유럽증시의 추후 전망은 그리 낙관적이지 못한 모습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의 금리 인상이 여전히 초기 단계에 있는 가운데 앞으로 비용 상승에 따른 유럽 국가들의 경제 타격이 우려되고, 중국의 리오프닝 수혜도 아직 의문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또한 투자자들의 가치주 선호 현상이 계속될 지 여부도 의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옐포 매크로 책임자는 "단기적으로 유럽증시에 수혜로 작용한 여러 긍정적 요인들이 있었다"면서도 "좀 더 장기적으로 보자면 이런 요인들은 약화될 것 같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로스차일드앤컴퍼니의 케빈 가르디너 글로벌 투자 스트래티지스트는 여전히 유럽보다 미국에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며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아직 (금리 인상) 초반이고, 우리는 금리 정점에 도달하지 않았다"며 "2023년에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있을지 여부에 대해 아직 확신할 수 없다"고 신중론을 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