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상승기 '年 5% 법정이율'의 역설…"채무변제 불이행 우려"

2023-01-09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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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사상 법정이율 5%, 60여년째 고정

"美·日 경제상황 반영, 법정이율 변동"

[사진=아주경제 DB, 게티이미지뱅크]


고금리 기조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65년째 고정된 민사상 법정이율(민사상 채권·채무에 적용되는 기준 이율)도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법조계 지적이 나온다. 민사 법정이율이 시장금리보다 낮으면 채무자는 채무변제 이행을 고의적으로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최근 대부업법 시행령 개정을 통해 현행 20%로 정해져 있는 ‘법정 최고 금리’ 조정 여부를 검토 중이다. 이 같은 논의에 따라 법조계에서는 민사상 법정이율을 시장금리에 따라 탄력적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60여 년 고정금리 '민사 법정이율'···"채무자, 변제 늦출 우려"
우리 민법 379조는 '법정이율'을 규정하고 '이자 있는 채권 이율은 다른 법률 규정이나 당사자의 약정이 없으면 연 5분(%)으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58년 민법 제정 이래 한 번도 바뀐 적이 없다.

그간 민사 법정이율이 시장의 정상 이율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는 종종 있었지만 최근 고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손볼 때가 됐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연 5% 금리로 원금에 대한 이자를 물도록 하고 있는 ‘법정이자율’은 마땅히 받아야 할 돈을 상당한 비용과 시간을 들여 소송을 통해 받아내는 만큼 ‘페널티’ 성격이 짙다. 하지만 고금리 기조 속에 불변의 법정이자가 민법상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은 당사자에게 실질적 배상이 되기는 어렵다는 게 법조계 중론이다. 

빌린 돈을 갚기보다 은행 이자를 갚는 방식으로 악용하는 채무자들도 늘고 있다는 게 법조계 전언이다. 증권 전문 A변호사는 "채무 변제를 이행하지 않고 이자가 쌓이는 대로 놔둘 수 있다. 법정이율이 제도적으로 기능을 못하는 상황"이라며 "채무자는 돈을 안 주고 버티는 게 더 유리해진다"고 설명했다.

김현 전 대한변호사협회장도 "채권자가 받아야 할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채무자가 상대적으로 이득을 보는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며 "법이 사회를 따라가지 못하면 사회에서 외면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고정적으로 운영해야 한다거나 법률에 법정이율을 고정시키지 말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도 있다. 형사법 전문 B변호사는 "법정이자는 개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고 법 개정 전후로 적용하기도 복잡해서 법적 안정성 측면에서 반대한다"고 말했다. 도산 전문 D변호사는 "법적 안정성이라는 건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며 "예를 들어 몇 년에 한 번 등 결국 대안은 정해진 기간을 두고 바뀔 수 있다는 부분을 명문화하는 방향이겠다"고 조언했다.
 
"미국·일본도 경제 상황 반영해 법정이율 변동"
미국은 26개 주(州)가 변동이율제를 채택하고 있다. 김익태 미국 변호사(법무법인 도담)는 "미국 민사는 주마다 다르지만 절반은 고정금리, 절반은 변동금리"라며 "그때그때 경제 상황과 금리를 반영해 법정이율을 정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독일은 법정이율을 4%로 규정하고 6개월마다 기준 이율에 따라 변경하고 있다. 일본은 한국처럼 민사 법정이율이 연 5%였지만 2020년 4월 법이 개정되면서 연 3%로 낮춰졌다. 다만 3년을 주기로 시장금리에 맞춰 변동하는 방식으로 운용 중이다.

이탁규 일본 변호사(일본법인 J&T 파트너스)는 "일본에서는 시장금리가 낮은 수준인 경제 상황에서는 연 5%라는 법정이율이 너무 높다는 지적이 있어 법정이율을 인하하는 방향으로 재검토가 이뤄져 개정법에서는 연 3%로 인하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또 향후 경제 상황 변동 등에 연동해 적절한 수준을 확보하기 위해 법정이율 변동제를 채택했다"며 "무엇보다 법정이율이 큰 폭으로 변동하면 실무 부담이 커지기 때문에 완만하게 변동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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