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가 주요 금융기관들이 미국 경제가 연내 경기침체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공격적인 금리인상이 작년보다 올해 강력한 영향을 미치면서, 경제를 냉각시킬 것이란 전망이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 23개 주요 금융기관의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뱅크오브아메리카, 바클레이즈, TD증권, UBS 등 70%에 달하는 16개 기관은 미국이 올해 경기침체를 겪을 것이라고 답했다. 2024년 경기침체를 예상한 2개 기관을 포함하면 약 78%에 달하는 금융기관이 경기침체가 필연적이라고 답한 것이다.
월가 금융기관들은 초과 저축 감소, 주택시장 침체 등을 경기침체의 징후로 지목했다. 연준에 따르면 미국인들의 초과 저축액은 코로나19 대유행 기간 약 2조3000억 달러까지 불어난 뒤 현재 1조2000억 달러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도이체방크는 초과 저축액이 올해 10월 안으로 완전히 소진될 것으로 예상했다. 브렛 라이언 도이체방크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초과 저축이 고갈되기 시작하고 소비자들이 더 많은 부담을 안기 시작하면서 수요가 급격히 둔화할 것"이라며 “기업들도 지출을 줄여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BNP파리바의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과 유로존의 경기침체로 인해 올해 글로벌 GDP 성장률이 하락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의 금리인상을 주목했다. 인플레이션 상승 속도가 완화됐으나, 여전히 연준의 예상치보다 높다는 것이다. 연준은 올해 기준금리를 5~5.5% 사이 수준으로 인상할 계획이다. WSJ 설문조사에 참여한 이코노미스트 대부분은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영향으로 실업률이 작년 11월 3.7%에서 올해는 5% 이상으로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WSJ는 “실업률 5%는 낮은 수준이지만, 수백만명에 달하는 미국인들이 직장을 잃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작년에는 금리인상 속에서도 미국의 실업수당청구건수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등 경제가 상대적으로 잘 버텼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여파는 작년보다 올해 더 강력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에 대부분 이코노미스트들은 연준이 1분기까지 금리를 인상한 뒤 2분기에 인상을 중단했다가 3분기나 4분기에 금리인하로 선회할 것으로 예측했다. 연준이 올해 후반부에 금리인하로 선회하면서 주식 시장이 반등할 것으로 봤다.
이코노미스트들은 연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가 현재 수준보다 평균 5%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바클레이스와 소시에테제네랄은 지금보다 더 하락할 것으로 봤다. 12월 30일 종가 기준으로 S&P500은 3839.50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