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지수펀드(ETF) 투자 수익률에서 '은'이 '금'보다 빛났다. 4개월 누적 수익률 기준 금 ETF가 8% 오른 반면 은 ETF는 이보다 높은 33% 상승했다. 은에 투자하는 ETF는 4개월 기준 상승률 1위를 달리며 투자자들에게 관심을 받고 있다. 올해부터 본격적인 경기 침체가 예상되며 금값이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은값 역시 무서운 속도로 오르기 때문이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은 선물에 투자하는 삼성자산운용 ‘KODEX 은선물’은 전날 대비 2.62% 뛴 489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은 ETF는 지난해 11월부터 0.93%에서 11%대로 뛰더니 12월에는 12% 상승률을 기록했다. 4개월 기준 누적 등락률로 환산하면 33.06%로 전체 ETF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수익률은 -9.5%를 찍었다. 지난해 국내 증시 부진과 비교하면 은 ETF 상승률은 높은 편에 속한다.
일반적으로 달러와 금은 음(-)의 관계를 가진다. 금이 달러로 거래되기 때문에 달러 가치가 오르면 반대로 금 가격은 하락한다. 반면 같은 금속으로 분류되는 금과 은 시세는 연동된다. 대개 금은 은보다 약 50배 이상 높은 가격으로 거래된다.
지난해 12월 30일 기준 금은 1트로이온스당 1826.20달러, 은은 1온스당 24.04달러에 거래됐다. 1트로이온스가 1온스보다 약 10% 높은 것을 감안하면 은은 1트로이온스당 약 26.4 달러로 환산된다. 현재 기준 금과 은 시세 차이는 약 70배로 형성돼 있다.
이에 은 가격이 저점을 찍었다는 인식이 커지면서 가격도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금 투자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그보다 시세가 더 낮은 은 투자에도 수요가 몰리고 있다. 이날 기준 ‘KODEX 은선물’ ETF 순자산 규모는 871억원이며 개인은 8200만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전날에 이어 개인투자자 순매수세는 계속되고 있다.
금값 상승에 은도 강세 사이클을 계속 이어갈 것으로 분석된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리·알루미늄·아연을 비롯한 산업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을 내년 원자재 비중 확대 대상으로 제시한다"며 "인플레이션과 금리, 달러지수 동반 하락이 올해 한 해 동안 외면받은 산업금속 부문의 타이트한 실물 수급과 귀금속 부문의 안전자산 매력을 부각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실질 금리 하향 안정화 시 귀금속 부문은 금보다는 은 투자 성과가 우수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원자재로서 미래 전망도 밝다. 반도체 후공정, 신재생에너지 등 각종 미래 산업에 쓰이며 은에 대한 수요가 더욱 커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강송철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은은 산업에 쓰이는 용도가 더 많기 때문에 수요도 금보다는 많다"며 "통상 금 가격은 은 대비 50배 수준에서 형성되지만 최근에는 70~80배 수준이어서 은 가격 상승 여력이 더 큰 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