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신상공개 제도화' 추진에...'수사 독립성 훼손' 논란 일파만파

2022-12-2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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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계 " 공권력 무력화" 반발...도입 신중론 대두

검찰청. [사진=연합뉴스]

#영국의 법조인들은 현재까지도 형사재판에서 하얀 말총 형태의 위그(wigs) 가발을 착용한다. 유래에 대한 해석은 다양하지만 익명을 통해 법조인의 독립성 훼손을 막고자 이를 착용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주류다. 최근 국민의 기본권을 위해 수사나 공판을 진행하는 법조인의 신상을 일반에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이 국내에서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과거 법조인에 대한 신상을 공개하고 ‘좌표 찍기’ 등의 사이버 테러를 자행한 사례가 다수 있는 만큼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잖은 실정이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의혹을 수사한 검사들의 신상 정보를 공개한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신상 공개 자체를 ‘제도화’한다고 나섰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시도가 검찰의 독립과 수사권 훼손은 물론 헌법이 보장한 공권력의 무력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검찰 신상공개 제도화'는 헌법상 공권력 무력화"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정치권 일각에서 제기되는 “검사 신상공개 제도화” 시도를 두고 학계와 변호사업계 모두 한목소리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지난 26일 정치인 수사 검찰의 신상 공개 자체를 제도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23일 이 대표에 대한 수사를 진행한 검사들의 신상이 포함된 자료를 당원들에게 배포한 바 있다.
 
법조계에서는 이런 시도가 검찰의 수사와 의사결정에 당파적 영향을 미쳐 검찰권의 수사 독립성을 크게 훼손할 수 있다고 입을 모아 비판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이사를 맡고 있는 문종탁 변호사(법률사무소 JT)는 “지금도 재판은 공개고 수사검사와 기소검사의 이름 역시 공개되고 있다”면서 “과거 전례를 보면 검사 신상 공개가 소위 ‘좌표 찍기’로 흘러가 수사에 위법한 외압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 2020년 말 조국 전 장관의 아내에게 유죄 판결을 한 판사에 대해 민주당 지지자들이 신상을 공개하고 비난 댓글을 단 사례가 있다. 관련 수사 검사 역시 신상털이와 인신공격의 대상이 됐다.
 
최진녕 변호사(법무법인 CK)는 “법무부와 검찰 공무원에 대한 개인정보를 공개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규정한 공권력을 무력화하는 시도”라고 언급했다. 그는 “수사와 재판 절차에서 기본권을 보장하려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와 무죄추정원칙, 불구속수사원칙 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옳다. 수사기관을 공개해서 여론의 압박을 가하려는 것은 헌법적으로도 옳지 않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륙법계 국가서 유사사례 없어...제도화 신중해야"

학계에서도 검찰의 신상공개 제도화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강동욱 동국대 법학과 교수는 “국가가 검찰에 수사 권한을 위임한 것은 국가 법질서를 확립하기 위해서”라면서 “수사를 진행하는 법 집행자의 개인적인 정보와 신상이 공개하도록 제도화하는 것은 법 집행기관이 협박과 공격 등에 노출되게 만들 수 있고 수사 등 공권력을 무력화하는 효과도 가져올 수 있다”고 진단했다.

특히 검찰의 수사권 보장을 중시하는 대륙법계 국가에서는 유사 사례가 없는 만큼, 제도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종민 변호사(법무법인 동인)는 “해외에서 말하는 검찰의 독립성은 정치 권력이나 당파적인 영향 외에 미디어나 어떤 여론으로부터의 독립 등도 모두 포괄하는 의미다. 일체의 외부영향 없이 공정한 수사와 재판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검찰의 경우, 수사 독립성 유지를 위해 검찰관들의 연락처나 기관 배치표 등도 대외비로 취급하고 있다. 한국이나 독일과 프랑스, 일본처럼 대륙법 체계를 택한 국가의 경우는 이런 제도를 구현하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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