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이의 사람들] 최재천 교수,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

2023-01-01 10:46
  • 글자크기 설정

뭔가를 할 때 열심히 하는 것보다 잘하는 게 중요하다는 말을 많이 한다.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잘 안될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포기를 망설이게 될 때도 있다. 최재천 교수와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최재천 교수 [사진=김호이 기자]


Q. 요즘 웰다잉에 대해서 더욱 관심이 많아졌어요. 어떻게 하면 잘 살다가 잘 죽을 수 있을까요?
A. 노화 연구를 하는 게 핫한데 서로 목표는 달라도 대부분 200년 넘게 살게 하는 것보다 100년을 살더라도 마지막 순간까지 건강하게 살다가 떠날 수 있도록 하는 게 많은 분들의 연구 목표예요. 옛날보다 훨씬 오래 살고 있잖아요.

근데 많은 분들이 말년에 몇 년동안 병원 신세를 지다가 삶을 마감하는데 좋지는 않다고 생각해서 웰다잉 운동도 하고 연명치료 여부를 자기가 결정할 수 있게 하기도 하고요. 많은 분들이 고령으로 오래살기 때문에 웰다잉의 문제가 웰빙의 문제 못지않게 중요해진 거죠.
 
Q. 동물을 연구 하는 분으로서 무서워 하는 동물이 있나요? 바퀴벌레도 무서워 하세요?
A. 바퀴벌레는 바퀴벌레 연구 하는 분도 무서워 하세요. 바퀴벌레를 연구하는 분의 책상에 바퀴벌레가 있었는데 뒷걸음질 치는 거예요(웃음). 근데 저는 바퀴벌레도 그렇게 까지 싫어하지는 않고요. 뱀을 무서워하는 분들이 있는데 저는 숲에 가면 뱀들을 거의 만나요.

국립생태원장으로 부임해서 첫날 직원들이랑 산책을 하는데 뱀 주의 표지판이 있더라고요. 농담으로 숲에 가면 뱀이 나한테 인사를 한다고 했더니 다들 웃는 거예요. 근데 그 얘기를 끝내고 30초도 안돼서 뱀이 나온 거예요. 다들 “이게 뭐야“하면서 놀랐어요. 그렇게 무서워 하는 동물은 없는데 열대에서 제일 무서운 동물은 있어요.

저는 재규어를 만나기 위해서 밤에 돌아다닌 사람이에요. 저는 그런 동물들이 그렇게 무섭지는 않은데 숲에서 돼지 무리가 저를 동시에 쳐다 보는데 ‘갑자기 쟤네들이 나를 한번에 덮치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이 들면서 겁이 나더라고요. 한 마리만 있는 동물들은 안 무서운데 여러마리가 한꺼번에 덤벼들려고 하면 진짜 무서워요. 열대지방에서는 피라니아 같은 물고기가 물어뜯을 수도 있어서 물에 잘 안 들어가요. 그리고 말벌도 무서워 해요. 한 마리를 무서워 하는 게 아니라 10마리 이상 떼로 날아들면 무서워요.
 

[사진= 김호이 기자]


Q. 우리가 무관심 또는 익숙함으로 인해 놓쳐 버리고 있는 소중한 것들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우리가 상대에 대해서 충분히 알면 그 상대를 사랑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학교에 왕따라는 게 있잖아요. 집에 가는데 왕따 시켰던 아이가 알고 보니까 우리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어떻게 하다 보니까 걔네 집에 놀러가게 되고 걔도 우리 집에 놀러오게 된 거예요. 근데 그 다음날 다른 애들이 걔를 왕따 시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담을 안해버리거나 막을 거 아니에요. 이미 이 아이에 대해 알아버렸잖아요. 우리는 알고 나면 해치기 힘들어요. 그래서 알면 사랑한다는 말을 하는 게 우리는 자연에 대해서 참 몰라요.

자연의 동물과 식물들에 대해서 많이 알면 저절로 사랑하고 보호하게 될텐데 너무 모르니까. 도시인들은 자연에 무관심 하잖아요. 많은 사람들이 자연에 대해 알고 살았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서울시에서 명함에 자기가 좋아하는 동물들을 그려 넣었어요. 그러면 그 사람이 그 동물을 만났을 때 느낌이 다를 거 아니예요. 내 명함에 그려 넣은 동물인데. 더 알고 싶어 할 거예요. 그래서 전국민이 동물이나 식물이 한생물 끌어안기를 하면 상당수의 사람들이 자연을 보호하는데 동참하지 않을까요.
 
Q. 학교공부로 인해 하루 15시간은 책상 앞에서 공부를 하면서 좋아하는 걸 찾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어떻게 해야 좋아하는 일을 찾고 그 일을 오래할 수 있을까요?
A. 악착 같이 찾아야죠. 많은 사람들은 별로 안 찾고 주변에서 하라는 걸 하는 거고, 대학에서 전공을 선택할 때도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얘기나 부모님이 하라는 걸 선택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잖아요. 눈만 뜨면 하고 싶은 일이 뭔지 악착 같이 찾는 게 중요해요. 시간이 걸리더라도 찾아야 돼요. 그걸 찾고나면 너무 재밌고 그 다음부터는 일이 아니고 공부가 아니고 놀이가 되니까, 아무리 누가 말려도 하게 돼요. 자기가 좋아하는 게 뭔지 모르면 나와 안 맞는 걸 찾게 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게 있는 상태에서 찾아보면 공부죠. 공부로 하니까 힘든 거죠. 놀면서 해야 돼요.
 

[사진= 김호이 기자/ 시간영수증]



Q. 사회에서는 열심히가 아니라 잘해야 된다고 말을 해요. 그렇다면 잘하는 것보다 중요한 건 뭘까요?
A. 신나고 재밌게 하게 되면 저절로 잘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별로 재밌어 하지 않는 걸 잘하게 하려면 무지 힘들잖아요. 근데 자기가 좋아하면 저절로 잘하게 되잖아요. 자기가 진짜 하고 싶은 일이고 그걸 열심히 하면 잘하게 되죠.
 
Q. 대한민국의 학부모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이 교육인데요.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라고 하더라고요. 책의 중반에 " 대한민국 교육을 내 손에 쥐어주면 지금 우리나라 대학생들을, 속된 표현으로 오줌을 지릴 정도로 만들어놓겠다"라고 말씀하셨는데요. 조금은 더 적나라한 첨언을 듣고 싶어요.
A. 제가 유퀴즈에 나가서 제 수업이 폐강됐다고 했는데 대부분의 이대 학생들의 말로는 적어도 이화여대를 졸업하려면 최재천 교수 수업을 듣고 졸업해야된다고 한 대요(웃음). 근데 안 듣는 이유는 너무 힘들다고 소문이 나서 그런건데 힘든 건 어쩔 수 없지만 저는 미국에서 대학교수를 하고 왔어요. 제가 미국에서 요구하던 분량보다 절반도 요구하지 않아요. 근데 우리 학생들은 그게 너무 힘들다고 하는거죠.

근데 지금 미국에 학생들은 제 수업의 2배 정도 힘든 수업을 한학기에 5개를 들어요. 잠잘 시간이 없을 정도로 빡세게 공부해요. 괜찮은 미국 대학을 다니는 아이들은 방학에 골아 떨어져서 못 일어나요. 삼성전자 부회장 하시던 분이 초격차라는 책을 썼어요. 초격차를 유지하고 있다는 거죠. 근데 그게 얼마나 갈까요? 중국에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아이들이 무지막지 하게 공부 하고 있어요. 저는 격차를 유지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저한테 대학을 관리하라고 하면 확 바꿀 거예요. 근데 공부를 힘들게 하지는 말았으면 좋겠어요. 재밌고 신나게 밤잠을 설쳐가면서 열심히 하는 대학을 만들고 싶어요.
 
Q. 흔히 어른들이 아이들한테 커서 뭐될래? 라는 질문을 많이 하잖아요. 근데 이 질문은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한테도 필요한 말인 것 같아요. 교수님께서는 앞으로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어떻게 나이를 먹고 싶으세요?
A. 나이 충분히 먹었는데요?(웃음). 나이 먹어도 계속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이고 싶어요. 저는 의대를 가려다가 못갔어요. 근데 연말에 고등학교 동창들이 모이는 송년회에 몇 년 전에 갔어요. 어디 앉을까 두리번 거리는데 저한테 오라고 해서 갔더니 전부 다 의사선생님들이더라고요. 의사선생님들끼리 모여 있는 거예요. 근데 의대에 붙어서 의사선생님이 된 친구들이 저를 부러워 하더라고요. 서로 퇴임해야 되겠다는 얘기를 나누고 있던 상황에 저한테 ”신문보니까 마다가스타르 갔다 왔더라“라고 하는 거예요.

저는 안정적인 직업은 아니예요. 그 친구들은 지붕이 있어서 비바람을 피할 수 있었지만 이미 천장에 머리가 닿았어요. 이제 집에 가야 되는 거죠. 근데 저는 같은 나이인데 난생 처음 마다가스타르에 가서 원숭이 연구를 하기 위해 다니고 있는 거죠. 저는 지붕이 없는 분야를 하면서 비바람 많이 맞았어요. 연구비도 부족하고. 근데 저는 지금 이 나이에도 새로운 걸 기획하고 있어요. 스스로 너무 좋아요. 이 길을 알고 택한 것도 아니고 운 좋게 길을 택하게 됐는데 너무 고맙죠. 은퇴 후에도 계속 어떤 형태로든 자연 연구하면서 살 것 같아요.
 

[사진= 김호이 기자/ 최재천 교수가 전하는 메세지]

 
Q. 마지막으로 공부하고 성장하며 세상에 선한영향력을 주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한 말씀해주세요.
A. 어른들이 ”공부해서 남주냐, 너 좋으라고 하는 거지“라는 말을 다그치기 위해서 하는데 저는 공부해서 남 줘야 된다고 생각해요. 공부는 서로 도우려고 하는거지,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려고 하는 게 아니라고 봐요. 대학을 졸업하면 혼자 일하는 거 아니잖아요. 옛날보다 협업과 소통이 강조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데 왜 우리는 학교라는 환경에서는 혼자하는 법을 가르칠까요? 철저하게 각계전투만 가르쳐요.

사회에 나오면 같이하는데. 저는 그게 너무 이상하다고 생각해요. 교육현장에서부터 함께 하는 걸 가르치고 함께 같이 잘하는 걸 배워야 되는데 우리는 나만 잘하는 걸 하도록 강요하잖아요. 너무 아닌 것 같아요. 사회에 나가서도 그래야 된다면 인정하겠어요. 사회에 나가면 안 그렇거든요. 그래서 저는 제 수업에서 시험 안보고 협업하는 걸로 점수를 줘요. 근데 그걸 힘들다고 하네요(웃음). 
 

[사진= 김호이 기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
언어선택
  • 중국어
  • 영어
  • 일본어
  • 베트남어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