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이부프로펜 생산국' 중국에 藥이 부족하다

2022-12-22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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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로코로나 3년간 해열제 구매 통제로 생산량 감소

24시간 공장 감시···해열제 외부 반출 막는 지방정부

중국 수도 베이징 시내의 한 약국이 감기약을 사려는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세계 최대 해열진통약(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 생산·수출국인 중국이 발열환자 급증으로 해열제 대란을 겪고 있다. ‘제로 코로나’ 시행 3년간 의약품 구매·유통을 엄격히 통제하다가 충분한 준비 없이 갑작스럽게 방역을 완화한 데 따른 결과다. 단기간내 생산을 확 늘리기 어려운 의약품 속성 상 앞으로도 2~3개월간 중국에 해열제 대란이 이어질 것이란 전문가 관측도 나온다.
 
제로코로나 3년간 해열제 구매 통제로 생산량 감소
21일 중국 제약전문 매체 싸이보란(賽柏藍)에 따르면 중국은 그동안 제로코로나 방역 기조 속에 발열환자 관리 목적으로 네 종류 약품(해열제·기침약·항생제·항바이러스제)에 대해 실명제 구매를 시행해 판매를 엄격히 통제해왔다. 약이 팔리지 않아 넘치는 재고를 감당하지 못한 일부 제약사나 판매사가 자금난에 도산하면서 생산량도 줄었다.

그런데 이달 초 갑작스런 방역 규제 완화로 해열제 수요는 급증한 반면, 제약업계는 미리 수요 증가에 대비하지 못했다. 게다가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폭증해 물류 배송도 어려워지면서 해열제 대란이 나타난 것이다.  
 
사실 중국은 세계 최대 이부프로펜, 아세트아미노펜 생산·수출국이다. 이부프로펜과 아세트아미노펜은 해열진통제 원료약이다. 중국 공업정보화부는 2020년 중국 해열진통제 연간 생산량이 8만톤으로, 전 세계 생산량의 60% 이상을 차지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화진(華金)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양대 이부프로펜 원료약 기업은 중국 신화제약과 헝디약업이다. 두 업체는 각각 8000톤, 3500톤의 연간 생산력을 갖췄다. 이부프로펜 계열의 해열진통제 부루펜정(300밀리그램)을 연간 383억정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아세트아미노펜의 경우, 안후이 펑위안약업의 연간 생산력이 5000톤으로, 아세트아미노펜정(200밀리그램)을 250억정 만들 수 있는 설비를 갖췄다.

보통 중국의 연간 부루펜정 소비량이 5억정 남짓이다. 두 업체 생산력을 풀가동하지 않아도 14억 인구의 해열진통제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남은 물량은 해외로도 수출됐다. 

그런데 최근 갑작스런 방역 규제 완화로 중국내 하루 소비량이 4억정으로 급증했다.  하루 수요가 거의 1년치 수요에 달할 정도로 갑작스레 급증했으니, 기존의 공급량으론 달릴 수 밖에 없다. 

게다가 의약품은 마스크처럼 너도나도 원료만 구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단기간 내 생산량을 늘리기는 힘들다는 게 전문가 관측이다.
 
중국 소상신보는 부루펜 4억정을 생산해 유통·판매하려면 최소 50일이 걸린다고 보도했다. 펑파이신문은 전문가를 인용해 현재 신화제약·헝디약업 등이 잇달아 해열진통제 생산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해열제 대란을 해소하려면 2~3개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24시간 공장 감시···해열제 외부 반출 막는 지방정부
국내에서 해열제를 구하기 어려워진 중국인들은 해외 원정 사재기까지 나섰다. 홍콩, 대만 등 중화권 지역은 물론 일본·태국·호주에서도 의약품 사재기가 나타날 정도라고 홍콩 명보는 22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태국 방콕의 한 약국 매니저는 최근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와 의약품을 닥치는대로 사들이고 있다고 전했다. 대만판 타이레놀 '파나돌'도 사재기로 품귀 현상을 빚자 대만 현지 중앙전염병통제센터는 주민들에게 약품의 대량 구매 후 해외 반출을 삼갈 것을 당부했을 정도다.

중국 내 해열제 대란 속 각 지방정부들은 현지 제약공장에서 생산한 해열제를 현지 병원·약국에 최우선으로 공급하기 위해 의약품이 외부 도시로 반출되는 것도 막고 있다. 광둥성 둥관의 경우, 부루펜 10만정을 확보해 지역 주민들에게 1인당 3정씩 무료 배급하고 있다. 수도 베이징에는 해열제 박스를 해체해 알약을 따로 소분해 판매하라는 지시도 내려졌다.

해열제 대란 속 중국 국무원은 21일 상무회의에서 주민들의 방역물자·의약품 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 국제협력을 강화하고 필수 의약품을 긴급 수입할 것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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