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심사지침 상정 연기됐지만…잇따른 규제 움직임에 플랫폼 업계 '촉각'

2022-12-21 1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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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공정위 필두로 플랫폼 규제론 '재부상'

국회 역시 '카카오 먹통 방지법' 등으로 플랫폼 규제 움직임에 가세

업계 "과실 인정하지만 갑작스레 빨라진 규제론에 우려"

민혜영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정책과장이 지난 15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상호출자제한기업진단 카카오 소속 금융·보험사인 주식회사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 카카오게임즈의 주식에 대한 의결권 제한 규정 위반 행위 제재와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올 연말 들어 정부와 국회 등에서 플랫폼에 대한 규제 정책을 다시 꺼내들면서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0월 중순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대형 플랫폼의 독과점을 방지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여러 규제들이 거론되고 있는데, 기존 플랫폼 '자율규제'를 내세우던 기류가 급변하면서 이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크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내년 중 '온라인 플랫폼 독과점 심사지침'안을 전원회의에서 의결할 예정이다. 당초 이날 전원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지만 관계 부처에서 심사지침 관련 협의가 필요하다는 요청이 들어오면서 미뤄졌다. 이번 심사지침은 온라인 플랫폼의 시장지배력 평가 기준, 위반행위 유형 등을 구체화한 것으로 공정거래법 위반의 판단 기준을 규정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는 평가다.

심사지침 수립이 새로운 규제 신설은 아니지만, 앞으로 공정위가 플랫폼의 공정거래법 위반 여부를 가릴 때 심사지침에 규정된 부분들을 중요하게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심사지침이 특히 주목하는 부분은 △멀티호밍(동시에 여러 플랫폼에 입점하는 것) 제한 △최혜대우 요구 △자사우대 △끼워팔기 등으로 이러한 부분을 중심으로 규제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그나마 공정위가 심사지침 적용범위를 '시장지배적 플랫폼'으로서 지위를 남용하는 행위로 한정하기로 한 부분에 대해서는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처음 행정예고된 심사지침안과 달리 '불공정거래행위'에는 지침이 적용되지 않게 된 것이다. 이는 공정위가 심사지침안을 지난 1월 처음 행정예고했을 때부터 플랫폼 업계에서 요구하던 사항이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시장지배적 행위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플랫폼이 해당하는 시장 획정을 어디까지 해야 할 것인지, 플랫폼이 실제로 그 시장을 지배했는지, 그리고 이를 이용해 남용 행위를 했는지 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라며 "플랫폼의 특성상 전통 산업에 비해 시장 범위가 불분명한 경우가 많고 변수도 커서 기업 입장에서는 공정위의 결정이 내려지더라도 소송으로 다퉈볼 여지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심사지침이 제정되는 것만으로도 플랫폼 업계 입장에서 상당한 부담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최근 발표한 M&A 심사기준 강화 역시 플랫폼 업계에서 주시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간 플랫폼 기업이 진행한 기업결합(M&A) 대부분이 간이심사로 처리됐는데, 플랫폼 기업의 이종(異種) 혼합형 M&A에 대해서는 일반심사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골자다. 이 경우 대형 플랫폼 기업의 M&A가 전체적으로 위축되면서 플랫폼 업계는 물론 스타트업계의 성장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지난 19일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주최로 열린 '공정위 M&A 심사기준 강화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미칠 영향' 토론회에서 최항집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센터장은 "M&A 심사 기준이 강화되면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규제는 최대한 피해야 하지만 동시에 글로벌 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니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해외 스타트업으로 눈을 돌릴 것"이라며 "엑싯 기회가 줄어들면 결국 피해를 보는 것은 국내 스타트업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공정위는 개별 기업에 대한 압박 수위도 높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15일 카카오 창업주인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이 지분 100%를 보유한 개인 회사인 케이큐브홀딩스를 '금산분리 규정 위반'을 이유로 고발했다. 케이큐브홀딩스가 보유한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주식에 대해 의결권 제한 규정을 어겼다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케이큐브홀딩스가 일반적인 금융회사처럼 제3자의 자본을 조달해 사업하는 회사가 아님에도 공정위가 금산분리 규정 위반을 적용한 것에 대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케이큐브홀딩스는 입장문을 내고 "(자사를) '금융회사'로 해석해 의결권을 제한한 부분에 대해 적극 소명하겠다"고 반발했다.

정청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카카오 먹통 방지법' 등 법안 가결을 선포하는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국회 역시 플랫폼 규제 대열에 합류했다. 이달 초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개정안' 등 '카카오 먹통 방지법'으로 분류되는 복수의 법안들이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네이버·카카오 등 대형 플랫폼들은 이동통신사·방송사 등 기간통신사업자에 준하는 수준의 재난관리 책임을 지게 됐다. 앞으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방송통신재난관리기본계획을 수립할 때 이들 부가통신사업자의 방송통신서비스에 관한 내용도 포함해야 한다. 

업계는 부가통신사업자와 기간통신사업자 간 동일한 규율 체계를 적용하면서 사실상 부가통신사업자의 의무가 더욱 커졌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는 정보통신망법(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을 통해 플랫폼 등 부가통신사업자의 방송통신서비스 점검과 관련된 내용이 규율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카카오 서비스 장애와 관련해서 카카오를 비롯한 플랫폼 업체들이 잘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은 인정한다"라면서도 "다만 현재 논의되는 규제 중에서는 서비스 장애와 무관한 부분도 있는데 이와 같이 플랫폼 규제 분위기가 갑작스럽게 강해지는 분위기는 분명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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