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줄다리기 희생양 된 금투세… "증권사·투자자 피로도 가중"

2022-12-21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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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입 유예 가닥 잡아놓고 미적미적

증권사는 전산시스템 확정 못하고

개인투자자 불안감에 추가투자 멈칫

채권시장도 판매율 떨어질라 우려감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지난달 13일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 유예를 촉구하는 촛불시위를 열고 있다. [사진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를 놓고 여야가 의견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금융투자업계와 투자자들이 피로감을 내비추고 있다. 금투세는 2년 유예로 가닥이 잡혔지만 투자자의 우려는 좀처럼 해소되지 못하고 있다. 전산 시스템을 운영해야 하는 증권사 역시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세금 기준에 따라 투자자들의 포트폴리오가 바뀔 수 있는 만큼, 증권사도 이에 대한 만반의 준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개인 투자자들이 신규 투자 상품 가입을 주저하고 있어 증권사들은 난감해 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태스크포스(TF)팀까지 꾸려 전산시스템을 구축하는 등 정부의 시행령에 대비하고는 있지만, 투자자의 불안감은 좀처럼 잠재우지 못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저점 매수 등 추가 투자를 하기는커녕 내년 투자 계획을 세우는 것도 주저하는 것으로 전해져 투자자와 함께 증권사의 민감도도 같이 올라가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요즘 주가증권연계상품(ELS) 상품의 금리가 7%~10% 정도가 나오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상품 가입을 주저하고 있다"며 "금투세 시행 후 세금 폭탄을 맞지는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투세가 도입되면 주식·펀드·파생상품 등 금융상품 매매 차익이 연 5000만원을 초과할 경우 최고 27.5% 양도소득세를 내야 한다. 현재 주식시장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여당은 2년 유예하자는 목소리가 나왔고, 금융투자업계는 금투세 도입 유예를 촉구하는 공동 성명서를 발표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대주주 여부와 관계없이 △국내주식 투자소득이 5000만원 △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기타자산 투자소득은 250만원이 넘을 경우 20%의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개인 투자자들의 세금 부담이 가중된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 등 개인 투자자들이 금투세 도입 2년 유예를 주장하는 이유다.

그러는 사이 고액 투자자의 심리적 저항감은 계속 커지고 있다. 세금 제도에 따라 투자 방향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고액 자산가들은 종합소득세 2000만원을 기준으로 펀드·주식·채권을 투자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고액 투자자들은 세제 이슈에 민감한 만큼, 증권사도 같이 민감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큰 손 투자자인 만큼 이들의 이탈은 증권사에 큰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소액 투자자의 이탈 조짐도 보이고 있다. 고액 투자자의 증시 이탈로 주식 가치가 떨어지면 시장은 전반적으로 침체를 맞을 수밖에 없다. 소액 투자자 입장에서는 횡보하는 장세에 들어갈 이유가 없어져 추가 투자를 하지 않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 시장이 더 큰 침체를 겪고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장을 떠날 수 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증권 업계 관계자는 "근본적으로 투자자들은 본인이 과세 대상이 되는 것을 떠나 세금에 대한 '심리적 저항'이 있다"면서 "언제든지 세금을 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2014년 종합과세 기준이 4000만원에서 2000만원으로 하락했을 당시 고액 자산가는 물론 소액 투자자들도 상품 가입을 해지하겠다는 사태가 일어난 적 있다. 

◆금융상품 전부 포함한다는 금투세...채권시장에도 영향

금투세 도입으로 주식시장보다 채권시장이 더 타격받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채권의 금투세 부과 기준은 투자소득 250만원으로 국내 주식에 비해 현저하게 낮기 때문이다. 

채권 시장에서는 판매율이 현저히 떨어질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채권 업계 관계자는 “특히 채권을 판매하는 은행 신탁부의 우려가 높다”며 “투자자의 세금 부담이 커지는 만큼,  현장의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채권 투자는 고액자산가들 위주로 구성돼 있어 세금이 많이 붙는다면 이탈을 할 수도 있다"며 "그렇게 된다면 채권 시장이 맞닥뜨릴 충격은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게다가 대주주 요건이 완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큰손들은 매도를 미루고 있다. 매도,매수 과정에서 세금과 수수료 등의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 대주주 요건 완화가 논의되면서 한 종목을 10억원 이상 매수한 분들이 지난해보다 더 많다”며 “막판에 매도가 몰릴 것을 우려해 고객들에게 미리 매도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은행이 지난 13일 발표한 ‘2022년 10월 통화 및 유동성’에 따르면 2년 미만 정기 예적금잔액은 1500조5420억원으로 지난 9월 1454조6830억원 대비 45조8590억원 늘었다. 금투세 도입 여부와 증시 불황이 겹친 가운데 예적금 잔액만 올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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