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객 되찾은 日, 이제는 오버투어리즘으로 몸살?

2022-12-2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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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음 교통혼잡 환경오염 등 피해 발생

관광객 숫자 집착 버리고 소비 늘리는 전략 필요하다는 분석


 

지난 20일 크리스마스 연휴를 앞둔 도쿄[사진=EPA·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기다렸던 외국인 관광객이 고민거리로 전락했다. 방역조치를 해제하며 관광업이 회복세를 보이지만 이들과 함께 소음, 환경 오염 등 오버투어리즘 현상까지 찾아온 탓이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로 소비 증진과 일자리 창출 등을 기대하던 일본 사회가 새로운 과제를 안게 됐다. 일본 내부에서는 관광객 숫자가 아닌 관광객 1인당 소비 증가로 관광 산업의 전략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 지난해 대비 수십배 증가…빗장 풀자 증가한 외국인 관광객 

일본 정부가 코로나 방역을 해제하자 외국인 관광객이 빠르게 늘어났다. 

20일 일본 법무성 발표에 따르면 11월 외국인 입국자 수(속보치)는 97만 7000명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전인 2019년 입국자의 41%까지 회복한 수치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11월 공식 외국인 관광객수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92~93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는 가운데 가파른 증가세가 예상된다. 

일본 정부가 국경을 열자마자 관광객 수가 증가했다. 10월부터 시작된 입국자 급증세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외국인 대상 방역정책을 폐기가 변곡점이 된 것이다. 지난 10월 일본 정부는 2020년 3월부터 시행한 입국 제한 조치를 완화하고 개인 여행자의 입국을 허용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한국 등 68개 국가·지역을 대상으로 무비자(사증 면제) 입국을 재개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관광객은 수십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설경'으로 유명한 삿포로시도 4~9월까지 단 6개월 만에 전년 동기 대비 95% 증가한 약 686만 4000명의 관광객이 찾으며 회복세를 보였다. 일본정부관광국이 발표한 10월 방일 외국인은 49만 86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9월 입국자 추정치 20만6500명보다 29만 명 많고, 지난해 동월의 2만2113명과 비교하면 22.5배로 늘어난 수치다.  

일본을 찾은 관광객은 일본 정부의 의도대로 무비자 방문 가능 국가가 많았다. △홍콩 △한국 △싱가포르 △대만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미국 △영국 등이 대표적인 무비자 일본 방문 가능 국가다. 지난 10월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일본을 찾은 외국인 중 가장 많은 국적은 한국인이었다. 한국인이 12만 2900명으로 압도적 1위를 차지했다. 뒤를  이어 미국인 5만3200명, 홍콩인 3만6200명 순이었다. 반면 비자 필요 국가인 중국은 2만1500명으로 비교적 낮았다. 

일본정부관광국은 이에 대해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에서 일본을 방문한 관광객이 크게 늘었다"며 "국제선 항공편이 증가하고 있지만,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아직 회복 중"이라며 만족하지 않았다. 일본 항공 신문사는 "12월에 크리스마스 휴가, 1월에 구정 등 대형 연휴 시즌이 이어지고 4월에는 벚꽃 시즌이 있어 외국인 관광객은 내년에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고 관광객 증가를 기대했다.

◆관광객 증가했지만…오버투어리즘에 웃지 못하는 일본

문제는 일본을 찾는 관광객이 폭증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까지 동반한다는 점이다. 교토, 오키나와 등 유명 관광지를 중심으로 오버투어리즘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역사도시로 유명한 관광지 교토가 대표적이다. 코로나 이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교토를 찾은 관광객은 886만명에 육박했다. 관광 제한이 풀린 만큼 교토 역시 코로나 이전에 가깝게 상당 부분 회복했을 것으로 보인다. 

교토 지역에서는 오버투어리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요미우리신문은 "교토에서는 외국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혼란이 생겼다"며 "노선버스가 혼잡해지고 직장인의 출근길과 학생들의 등굣길에 불편함이 커지고 있다. 심야 시간과 이른 아침에 관광객 증가로 인한 혼란으로 가방을 당기는 모습까지 나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오버투어리즘의 피해를 완화시키기 위해 교토시는 2020년 11월 교토 관광 행동기준을 만들어 관광객들에게 교토시민을 존중할 것을 요구했지만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대학이 많아 인구가 과밀집된 상태에서 관광객까지 급격히 늘어나자 지역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해변 관광지로 유명한 오키나와현에서도 오버투어리즘을 하소연 하고 있다. 지난 7일 오키나와 환경부는 관광 수요 증가로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제기된다고 밝혔다. 세계 자연 유산으로 등록될 오키나와현 이리오모테지마의 환경이 파괴되고 있다는 우려도 전했다. 그러면서 자연 환경을 보존하면서 관광을 즐길 방법을 구상하겠다고 강조했다. 

오키나와현은 '인원수 제한'이라는 칼을 뽑았다. 오키나와 현은 "세계 자연유산에 등록된 지역은 원칙적으로 관광 이용을 금지한다"며 "특정 5곳은 인원수를 제한해 가이드 동행 등을 조건으로 관광객 출입을 허가하겠다"고 덧붙였다. 해당 지역은 △히나이강 200명 △히니시다가와 100명 △히코우미다케 30명 △히우라우치 강원 유역(횡단도) 50명 △일 태도산 30명 등으로 구체적인 숫자도 언급했다. 

오키나와 TV는 "관광 이용이 가능한 지역에 쓰레기 처리나 화장실 이용 등을 규칙으로 정하고 있어 추가적인 조치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 전문가 "일본 관광산업 전략, 관광객의 양보다 질을 중시해야"

일본 사회에 오버투어리즘으로 한숨 섞인 목소리가 나오자 정부의 관광산업 전략이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관광객 숫자에만 연연하는 양적 추구에서 1인당 소비 증진을 유도하는 질적 추구로 탈바꿈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일본 관광업 선도업체인 호시노 리조트의 호시노 사장도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코로나 이전인 2019년 일본 관광은 이상적이지 않았다. 교토나 도쿄 등에 오버투어리즘 현상으로 주민들이 불편을 겪어야 했고 경제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곳도 있었다"며 "2030년 해외 관광객 6000만명이라는 숫자에 집착할 것이 아니라 우리가 마주한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새로운 전략을 고민해야 한다"고 전했다. 

오버투어리즘에 대해 일본 종합 연구소의 타카사카 아키코 주임 연구원은 요미우리신문에 "향후는 관광객의 '수'가 아니라, 1인당 소비액을 어떻게 늘릴지 '질'을 중시해야 한다"며 "오버투어리즘을 겪는 교토의 경우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전통을 소개해 관광객의 분산화를 촉진시킬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아키코 연구원의 이같은 조언은 최근 일본 방문객을 고려하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지난 20일 닛케이아시아는 일본의 관광은 활성화되고 있지만 관광객의 소비가 과거만큼 따라오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코로나 유행 이전에 외국인 관광객의 30%를 차지한 중국 관광객이 아직 찾아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닛케이 아시아는 "11월 기준 면세점 매출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같은 달 기준 4분의 1 수준이었다. 특히 중국 관광객에게 인기가 많던 전자제품 분야의 소비 회복이 더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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