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년 동안 5%대의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국내 물가가 조금씩 둔화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내년 하반기 안정화 수순에 접어드는 '상고하저'를 나타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지난 7월 정점을 찍은 뒤 둔화하는 것과 달리,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의 상승폭은 확대되고 있어 내년 물가 불안이 확산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20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한은 본관에서 열린 '물가안정목표 운영상황 점검'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소비자물가 오름세가 다소 진정돼 내년 물가는 5% 안팎의 상승률을 이어가다가 점차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물가 둔화 속도에 대해서는 '불확실성이 크다'며 구체적인 예측을 자제했다.
실제 올 초 3%대로 가파르게 상승한 국내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 6.3%로 정점을 찍은 뒤 5%대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기간 세계경제는 글로벌 통화긴축 강화와 중국 경기 부진으로 성장세가 크게 둔화된 가운데 주요국 통화정책과 중국 방역조치 완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 불확실성이 지속되고 있다. 수입물가의 경우 원·달러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가운데 국제유가가 하반기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며 안정세를 찾고 있고, 국내경제 역시 수출을 중심으로 성장세가 둔화된 가운데 민간소비 증가세가 고물가에 따른 실질구매력 저하, 금리 상승 등으로 완만해진 모습이다.
이 같은 복합적인 경제 흐름 속 소비자물가 추이에 조금씩 변화 기조가 확인되고 있지만 식료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물가 상승세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실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하반기 들어 점차 낮아지는 가운데서도 근원물가 오름세는 가장 최근 발표된 지난달(4.3%)까지도 계속됐다. 이 총재는 근원물가 상승 배경과 관련해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 등의 영향으로 수요측 물가압력이 높아진 데다 임금과 원자재가격 상승 등으로 그간 누적된 비용인상압력이 여타 상품과 서비스 가격에 반영된 측면이 있다"면서 "특히 지난 9월 외식물가 상승률이 30여 년 만에 최고 수준인 9%를 기록했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물가에 방점을 둘 것"이라며 "중장기적으로 물가안정 목표에 수렴한다는 확신이 들면 물가가 특정 수치에 도달하기 전이라도 금융안정을 고려하는 통화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