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과 정부, 대통령실은 18일 오후 고위당정협의회를 열고 주 52시간제 유연 적용 등 임금과 근로시간 제도 개선,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혁 등을 위한 사회적 논의에 즉시 착수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또 연속 휴식시간과 같은 새 제도 도입에 따른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불법 부당 행위를 엄벌할 방침이다.
교육 개혁과 관련해 유아교육과 영·유아보육을 통합하는 유보통합에 대해 충분한 협의를 거쳐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2025년 시행하는 초등 늘봄학교는 프로그램 확대를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이뿐만 아니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와 문재인 정부 통계 조작 의혹에 대한 강력한 대응 등 주문도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3대 개혁 입법을 최우선 국정과제로 제시한 뒤 정부와 여당이 후속 조치에 빠르게 돌입한 것이다. 이 자리에선 내년도 예산안 국회 처리 지연에 따른 대응책도 논의했다. 다만 더불어민주당이 현 정부의 개혁 과제에 이견을 보이고 있어 주요 입법이 국회 문턱을 넘는 게 최대 과제가 될 전망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회의에서 “불합리한 노사 관행, 경직적인 근로시간 제도로 인해 4차 산업혁명이라는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생산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근본적 노동 개혁 의지를 밝혔다. 이어 “영·유아부터 초등 단계까지 국가 책임을 강화해 저출산의 주요 원인인 자녀 돌봄 부담을 덜겠다”며 “영·유아 단계의 교육 돌봄을 통합하는 한편 초등 단계에서는 수업 전후로 양질의 돌봄 종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초등 늘봄학교'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노동 개혁은) 경제 도약과 청년들의 미래를 위한 절박한 과제”라며 “어느 정권도 해내지 못했던 노동 개혁을 윤석열 정부는 반드시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개혁의 고삐를 당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2020년대 우리나라 근로 관행과 임금 체계는 여전히 1953년 제정된 근로기준법에 묶여 있다”며 호봉제와 경직적 주 52시간제를 대표적인 개혁 과제로 꼽았다.
◆대통령실 “미래 세대 위해 필수적”···집권 2년 차 ‘국정 장악력’ 확대 복안
김대기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노동 개혁은) 민간 투자 활성화를 위해 필수적이고 미래 세대를 위해서도 (필수적)”이라고 거들었다. 이어 그는 지난 15일 국정과제 점검회의 당시 윤 대통령 발언을 인용하며 “저희도 최선을 다해 같이 협의를 부탁드린다”고 언급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 과제를 가리켜 “미래 세대를 위해 인기가 없어도 반드시 해야 한다”며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임기 내 성과를 내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여당이 이날 고삐를 당긴 노동·교육·연금 등 3대 개혁을 위한 속도전에 나선 이유는 내년 대내외 경제 상황 불확실성이 큰 상황에서 일종의 ‘정국 주도권’ 확보 차원으로 해석된다. 2023년은 ‘선거가 없는 해’로 각종 정치적 역풍과 야당 반발을 무시하고 ‘윤석열식 국정 운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 수 있다. 상황에 따라 차기 총선 구도를 ‘개혁 vs 반(反)개혁’으로 몰고 갈 가능성도 있다.
당장 최근 화물연대 집단 운송 거부로 국민의 관심도가 높아진 ‘노동 개혁’에 집중해 성과를 내고, 그 여세를 몰아 ‘교육 개혁’도 인재 양성 및 지방 균형 발전 등과 엮어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연금 개혁’에 대해 윤 대통령은 “한번 결정되면 30~50년을 가야 하는 것인 만큼 시간을 갖고 신중하게 심도 있는 연구와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해 노동‧교육 개혁과는 다소 다른 시간표로 추진할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런 이유로 이날 고위당정협의회에서도 연금 개혁 언급은 배제한 것으로 읽힌다.
한편 윤 대통령은 오는 21일부터 기획재정부를 시작으로 정부 각 부처의 신년 업무보고를 받는다. 늦어도 1월 중순까지 보고를 마무리하고 2월부터 본격적으로 국정 성과를 낼 방침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업무보고를 각 부처 장관과 ‘1대1 압박 면접’ 형식으로 했으나, 이번에는 민간 전문가와 정책 수요자 등 일반 국민도 참여시키기로 했다. 여기에 연말 연초 일부 개각, 대통령실 개편 등을 통해 ‘국정 장악력’을 더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