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수능 후폭풍] 이젠 수능도 "문송합니다"...설 자리 잃는 문과생들

2022-12-14 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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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수능 이과 강세 지속, 문과생 불안감↑

국어서 만점 받아도 수학 상위권에 뒤처져

학부모 "문과생 아이들만 피 보게 생긴 꼴"

수능 성적 발표일인 지난 9일 종로구 경복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성적표를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송합니다(문과라서 죄송합니다)."

취업시장에서 이공계에 비해 홀대받는 문과생들의 울분이 담긴 표현이다. 최근 이런 표현이 취업시장뿐 아니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에서도 통용되고 있다. 지난해 문·이과 통합 수능 도입으로 이과생이 주로 선택하는 과목이 표준 점수 획득에 유리해지면서다. 그렇다 보니 이과생들이 상위권대 인문계열 학과에 교차지원할 경우 문과생들이 크게 밀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문과생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다.

14일 입시업계에 따르면 문·이과 통합 수능 2년차인 올해도 '이과 강세' 현상이 두드러졌다. 특히 이과생들이 대학 인문사회계열 전공에 교차지원하는 이른바 '문과 침공'도 지난해보다 거세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먼저 2021학년도까지의 수능 수학을 달리기에 비유하면 문·이과 학생들은 수학 가형과 나형으로 나뉜 트랙에서 각자 달렸다. 가형은 주로 이과생이, 나형은 주로 문과생이 치렀다. 이에 따라 등급도 따로 선정됐다.

하지만 2022학년도 수능 수학부터는 문·이과 학생들이 동일한 트랙을 달린 뒤 함께 등급을 받는 구조가 됐다. 예를 들어 수학은 공통과목인 수학Ⅰ·수학Ⅱ를 보고 선택 과목인 확률과통계·미적분·기하 중 1개를 골라 시험을 본다. 이과생은 주로 미적분과 기하를 선택하고, 문과생은 확률과통계를 택한다. 국어는 독서·문학을 공통으로 보고,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중 1개 과목을 선택해 시험을 치른다. 문과생은 주로 화법과 작문, 이과생은 언어와매체를 고른다.
 

수능 성적표 확인하는 학생들 [사진=연합뉴스]

최종 점수는 공통과목, 선택과목 각각의 표준 점수를 산출한 후 배점 비율에 따라 합산한 표준 점수로 표기된다. 예를 들어 수학에서 각각 A, B 선택과목을 고른 두 수험생의 선택과목 원점수가 같더라도 A 선택과목을 택한 집단의 공통과목 평균 점수가 B 선택과목 집단보다 높으면 선택과목 보정 후 점수는 A 선택과목을 본 수험생이 높을 수 있다. A 선택과목에 더 좋은 실력을 지닌 학생이 몰린 것으로 간주해 해당 선택과목 수험생이 일종의 보상을 받는다는 뜻이다. 문제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과생이 택한 선택과목에 상당한 보상이 주어졌다는 점이다. 예컨대 미적분과 확률과통계에서 같은 원점수를 받았더라도 표준점수로 환산하면 미적분 응시생이 더 높은 성적을 얻게 되는 것이다.

또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지난 8일 발표한 '2023학년도 수능 채점 결과'를 보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국어 영역이 134점, 수학 영역은 145점이다. 즉 두 과목 모두 만점인 경우 수학 만점자가 국어보다 11점 더 높은 점수를 받는다는 의미다. 그렇다 보니 수학에 강점이 있는 이과생이 수학에서 상위 등급을 확보하기 수월해진 데다 표준점수에서도 이득을 보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수학 점수를 무기로 든 이과생들이 '대학 간판'을 얻으려 대거 인문계열 교차지원에 나설 경우 문과생 입장에서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지난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문과 학생들이 원서를 내기가 굉장히 두렵고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또 "(이과에서 문과로 넘어오는 이과생들의 경우) 당초 예상은 경제학과나 경영학과, 통계학과 등 문과 상위권 학과로 갈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어문계열부터 시작해 거의 전방위적 범위에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배치표를 보는 학부모들 [사진=연합뉴스]

그렇다 보니 입시 커뮤니티 등에는 문과생 자녀를 둔 학부모들의 원성이 이어지고 있다. 한 학부모는 "통합 수능 이후 미적분, 언어와매체를 택하는 문과생이 늘어나고 이과생들의 인문계열 교차지원은 심화하고 있다"며 "아이들만 더 고생하는 것 같아 안타까우면서도 답답하다. 우리 집도 무관하지 않아 마음이 참 무겁다"고 토로했다. 다른 학부모들도 "문과생 자녀를 둔 엄마로서 심란하다. 대책이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 "교차 지원 기사를 본 뒤 심란하다. 문과생 아이들만 피 보게 생겼다"고 성토했다.

한편 올해 수능 국어·수학 영역 최상위권을 이과생이 독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문과 침공'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실제로 종로학원이 수험생 49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국·수·탐 270점대 이상 상위권 학생 중 이과에서 문과로 교차 지원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는 27.5%로, 지난해 비율(19.0%)을 크게 웃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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