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출신 정치인 에바 카일리 유럽의회 부의장이 2022 월드컵 개최국 카타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체포됐다.
11일(현지시간) AFP, AP통신,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이날 벨기에 검찰이 자금 세탁 및 부패 혐의로 카일리 부의장을 포함한 4명을 기소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들 매체는 이번 사건이 유럽의회 사상 가장 충격적인 부패 스캔들이 될 것이라고 평했다.
검찰은 이날 "유럽의회 결정에 영향을 미칠 목적으로, 내부의 정치적 또는 전략적 위치에 있는 제3자가 거액의 돈이나 상당한 양의 선물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성명을 발표했다. 검찰은 이번에 기소된 4명의 신원을 밝히지 않았으나, AFP통신은 카일리 부의장이 기소된 4명 중 1명이라고 전했다. 카일리 부의장은 그리스 메가TV 앵커 출신으로, 2014년부터 유럽의회에서 부의장을 역임했다.
이번 사태로 카일리 부의장의 과거 카타르 두둔 발언도 주목받고 있다. 그는 이번 카타르 월드컵 준비 당시 불거진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 등을 비롯한 각종 부패 논란을 적극 옹호해왔다. 최근 카타르 국영 QNA통신에 출연해 "유럽의회는 카타르의 노동 개혁 진전을 인지하고 있으며 이를 존중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유럽의회 연설에서 "일부 유럽의회 의원들이 카타르를 괴롭힌다"고도 발언했다. 월드컵 개막 직전에는 알빈 사미크 알마리 카타르 노동부 장관을 직접 만나기도 했다.
유럽의회는 기소 소식에 즉시 카일리의 부의장 권한을 정지했다. 카일리 부의장의 소속 정당인 사회당그룹(S&D) 역시 즉각 당원 자격을 정지했으며, 자국 정당 범그리스사회주의운동(PASOK)도 그를 제명했다.
이에 카타르 정부 대변인은 이날 이메일 성명을 통해 "(이번 수사와 관련해) 우리는 세부 사항을 알지 못한다"며 "카타르 정부를 위법 행위와 연관시키려는 어떠한 시도도 단호히 거부한다"고 선을 그었다.
한편 지난 9일 벨기에 경찰은 브뤼셀 내 약 16곳을 급습해 현금 60만 유로(약 8억2600만원)를 발각하고 관련자 6명을 체포했다. 이들 중 한 명은 카일리 부의장의 정치 파트너로, 유럽의회 사회당그룹 보좌관으로 알려졌다. 또 루카 비센티니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 사무총장도 체포됐던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