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돈 칼럼] 역대 5번째 경제한파 이겨낼려면

2022-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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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돈 교수]

 
어느 한 해 어렵지 않은 적이 있었냐마는 계묘년 2023년만큼 어려운 해는 찾아보기 힘들다. 내년 경제성장률을 한국은행이나 KDI처럼 1%대로 제시한 적은 지난 30년 동안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경제성장률 1%만으로도 역대급 불경기다. 1960년 이후 62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2%에 못 미쳤던 적은 꼭 네 번 있었다. 1997년 IMF 위기 때 –5.1%, 1980년 석유파동 때 –1.6%, 2020년 코로나 충격 때 –0.7%, 그리고 2009년 금융위기 직후 0.8%가 그것이다. 만약 2023년 경제성장률이 1%가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지난 60년 중 다섯 번째 어려운 경제가 되는 것이다. 연구기관들이 내년 경제성장률을 1%대로 어렵게 보는 이유는 대외적으로 수출이 부진한데다 내수부진이 겹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코로나 충격과 원자재가격 급등과 우크라이나 전쟁과 국제고금리가 겹쳐서 발생하면서 전에 없는 수출불경기가 닥칠 것은 확실하다. 그 위에 금리인상으로 투자와 소비가 크게 위축될 것으로 본다.

문제는 경제성장률이라는 통계에 잡히지 않는 더 큰 위험요소가 도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첫째 인플레로 인한 실질소득 감소다. 물가가 올라가면 고스란히 국민의 실질소득이 줄어든다. 올해 인플레가 5%라고 하면 임금 소득 1500조의 5%인 75조원이 안개처럼 사라진다.. 내년에 4% 가까운 인플레가 불가피하다면 그것만으로 약 60조원이 더 깎이는 셈이다. 둘째로 금리부담이 급격하게 늘어났다. 시장 대출금리가 2% 정도 올랐다고 보면 가계대출 금리 부담만 약 40조원이 증가한다. 기업 대출 금리부담까지 합하면 100조원 가까이 될 것이다. 한국은행이 내년에도 금리를 더 올릴 것이므로 국민의 고통은 더욱 커지는 것이다. 인플레와 고금리 부담 외에 국민들은 심각한 재산 손실을 경험했다. 2022년 9월까지 642조원의 시가총액이 사라졌다. 또 금년 중 주택자산 가치도 약 327조원 줄어들었다. 주식가치 하락과 주택가격 하락에 따른 자산 가치 상실을 합하면 금년 중에만 약 1000조원이 소멸된 것이다. 경제성장률에는 잡히지 않는 이 네 가지 손실, 즉, 인플레손실, 금리부담손실, 주가하락 손실 및 주택가격 손실의 합계금액은 GDP의 50%가 넘는다. 경제의 절반이 넘는 자산손실을 2022년에 겪은 국민들은 필연적으로 소비를 줄일 것이다. 꼭 구입하지 않아도 될 내구재 소비나 회식을 줄일 뿐만 아니라 생활필수품 소비조차도 소비량을 줄이고 저가제품으로 전환하면서 지출금액을 축소시켜 나갈 것이다. 최종 민간소비의 경우 명목증가율은 1%-2%로 둔화되고 실질증가율은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크다. 쉽게 얘기하면 일반 음식점의 매출은 거의 1% 증가에 그치면서 판매량은 오히려 2% 정도 감소하는 불경기가 될 것이라는 말이다.
소비가 부진하면 가장 먼저 소비에 의존해서 생계를 꾸리는 자영업자에게 타격을 주게 된다. 음식업, 편의점업, 개인서비스업, 문화예술업 등을 영위하는 약 650만명 자영업자들은 영업실적이 부진해지면서 심각한 생계위협을 겪을 것이다. 또 이들 자영업자에 의해 일시적으로 제공되는 600만 임시일용직이 크게 위축될 것이다. 경제가 침체하면 700만 중소기업들도 같이 어려워진다. 생산하는 제품의 판매량이 떨어지는 가운데 보다 저가의 국외수입품이 늘어나면서 심각한 경영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매우 높다. 특히 코로나 위기 이후 지난 3년 동안 늘어난 빚과 금리인상 부담을 감당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이 폭증할 것이다. 650만 자영업자와 700만 중소기업, 그리고 같이 어려워지는 600만 임시일용직을 합하면 약 1950만명의 중산서민층의 생계가 크게 위협받는 한 해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전체 인구의 절반에 가까운 2천만명이 다가올 소비 및 경기침체에 봉착하게 된다고 했을 때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무엇보다도 긴급구제에 방점을 둬야 한다. 특히 최하위 소득계층과 그 가족에 대한 민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에 나온 민생안정 대책을 2023년에는 더욱 확대해야 한다. 주거안정도 중요하지만 지금은 그보다 서민 생활부담 안정에 더 방점을 둬야 할 것이다. 특히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에 대한 금융지원 대책을 더 세심하게 짜야 할 것이다. 저소득 취약계층에 대해서는 직접적인 금전 지원보다는 생필품 혹은 필수 서비스 중심으로 쿠폰을 활성화하여 자영업자 및 소상공인을 동시에 돕는 방법을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물가안정과 자영업 소비활성화를 동시에 얻을 수 있도록 부가가치세를 ‘2% 한시적’으로 인하하는 방안도 추진해봄 직하다. 소비촉진과 함께 투자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대폭적인 정책전환이 필요하다. 법인세를 과감하게 낮출 필요가 있다. 모든 기업의 법인세를 일괄 낮추어 부자기업 면세라는 비판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윤석열 정부가 내놓은 규제혁신추진방향(2022년 6월 14일)과 경제규제혁신전략회의와 규제혁신TF가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도록 꾸준히 관심을 갖고 모니터링 해야 한다. 하나의 규제가 도입될 때 두 개 규제를 동시에 없애는 원-인-투-아웃 제도가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감독해야 한다. 우리나라 경제는 전에도 그랬듯이 수출에 의해 경제가 성장하는 나라다. 수출이 없으면 경제가 없다. 내수만으로는 성장 지속가능성이 없다. 그런 점에서 윤석열 정부의 수출우선 정책은 매우 바람직한 정책 전환이다. 2022년 11월 23일 정부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제1차 수출전략회의를 개최하고 전 부처가 수출지원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결의를 보여줬다. 5대 수출강국을 넘어 4대, 혹은 3대 수출강국도 불가능 할 것이 없다. 그러기 위해서 수도권 반도체 중심의 수출구조에서 지방의 전통산업 수출경쟁력을 되살리는 정책을 적극 펼쳐야 한다. 구미가 다시 살아나고 목포와 군산이 부활해야 한다. 부울경이 활기를 되찾고 여수광양만이 생기로 충만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을 우려한다. 2023년 예산도 그런 걱정을 바탕으로 2022년에 비해 약 6% 줄어든 639조원으로 책정했다. 그러나 2023년은 코로나 충격이 채 가시지도 않은 데다가 인플레와 금리인상과 국제적 불경기로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다. 그런 점에서 내년에 한해 예외적으로 다소간의 확장정책을 펼쳐서 어려운 계층을 돕는 것은 국회와 행정부의 정당한 책무다.
 
 

 

 

 

 

 



 

 
 신세돈 필자 주요 이력

 ▷UCLA 경제학 박사 ▷한국은행 조사제1부 전문연구위원 ▷삼성경제연구소 금융연구실 실장 ▷숙명여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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