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보다 행동으로 보여드렸더니 믿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동안 계속 공약을 점검하고, 어떻게 수행할지 계획을 세우면서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김정욱 회장(43‧변호사시험 2회)이 이끌고 있는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우여곡절은 있었지만 실패는 없었다. 그동안 법조계는 사설 플랫폼과 갈등, 유사직역 직무 침탈, 직역 확대 방안 마련 등 변호사 시장 포화 상태로 인해 나타난 과제들이 산적해 있었다. 이를 해결하려면 도전과 실험 정신, 그리고 행동이 필요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1호 변호사단체장이란 수식어를 달고 취임한 김 회장은 그동안 여러 공약을 실행에 옮기며 '행동파'로서 진면목을 발휘했다.
업무상 위험에서 변호사들을 보호하기 위해 변호사배상책임보험을 처음 도입했고, 공공법률플랫폼 '나의 변호사' 출시에 크게 일조했다. 변리사·세무사 등과는 직역 침탈을 저지하기 위해 소송을 벌이기도 했다. 김 회장은 본지와 인터뷰하면서 "임기 후반기가 됐지만 해야 할 사업이 많이 남아 있다"며 "초심은 잃지 말자고 다짐하면서 계속 이어갈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사설 법률플랫폼 위협에 "전문직과 공존 못해"
올해 법조계가 직면한 가장 큰 위협 요소는 사설 법률플랫폼 등장이다. 플랫폼은 시장이 확대되고 영향력이 막강해질수록 노동자를 종속화하고 나아가 지배력을 이용한 불공정행위를 서슴지 않는 경향을 보여왔다. 김 회장은 플랫폼과 전문직은 공존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못 박았다. 플랫폼은 태생적으로 '중개' 성격을 띠고 있고 의사나 변호사 등 전문직을 사실상 중개하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라는 설명이다.
시장 장악을 시도하려는 플랫폼에 '눈 뜨고 코 베일 수 없다'는 것이 김 회장 시각이다. 그는 "사실 플랫폼은 전문직과 같이 공존할 수 없는 개념이라고 본다. 사실상 '중개'이기 때문"이라며 "현행 법상 전문직은 중개를 허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이 발전하고 확산할수록 여러 사회적 이슈가 생길 텐데 이제는 그 사회적 이슈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디스커버리 제도 도입·집단소송제 집중"
김 회장은 남은 2개월 임기 동안 '민생 3법안(징벌적 손해배상·집단소송제·디스커버리 제도)' 도입과 정착에 매진할 계획이다.
그는 한국법조인협회 회장 때인 2015년 미국 '디스커버리 제도'를 국내에 도입할 것을 처음으로 주장했다. 디스커버리 제도는 소송 전에 당사자들이 가진 증거를 모두 공개하도록 해 정보 불균형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김 회장은 국회의원들에게 간담회와 공청회를 요청하고 법조인들과 관련 연구를 확대하는 등 물밑 노력을 이어왔다. 그 결과 현재 대법원 등 법조계에도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됐다.
'집단소송제' 도입도 김 회장 관심사 중 하나다. 그는 현재 증권 분야에만 적용되는 집단소송제 범위를 모든 민사 소송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재건축 조합이나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부패 예방을 위해 변호사를 외부감사로 도입하는 것을 의무화하자는 구상도 갖고 있다. 최근 광주 서구 신축 아파트 외벽 붕괴 사고·학동 철거 건물 붕괴 등 토건 비리와 부실 공사로 인한 인명 피해가 이어지면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고 김 회장은 설명했다.
김 회장은 "'법조인' 하면 나쁜 이미지로 오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현재 우리나라 변호사 중 절반 이상은 청년 변호사이고, 이들 대부분은 변호사로서 직업적 사명의식을 갖고 있다"며 "저는 적어도 이들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한편 또 그만큼 좋은 활동을 많이 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는 게 목표"라고 했다. 이어 "법조계가 그들만의 리그였던 시절은 깨진 지 오래"라며 "국민도 법조계 정책들에 관심을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