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판 IRA 급물살] 1만개 부품업체 줄도산 위기···"실효성 갖춘 정부 지원책 절실"

2022-12-05 0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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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 매출액 100억 미만 영세업체

개발투자 등 미래시장 대비 여력 없어

국내 완성차 부품 산업은 미래차 전환 대비가 크게 부족한 형편이다. 국내 1만여 부품업체 중 대부분이 영세업체로 미래차 투자에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파고가 높아지는 가운데 장기적으로 산업 지형 개편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부품업체들의 줄도산이 시간문제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1만212개 기업 중 실태조사에 참여한 2120개 기업을 분석한 결과 41.2%는 매출액 100억원 미만의 영세업체로 나타났다. 하위 협력사 비중은 89% 수준이며, 기술 연구소를 운영 중인 기업은 전체의 14%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1차 협력사에 집중된 구조로 미래차 전환의 기술역량이 현저히 부족하다는 평가다.

또한 기업규모가 작거나 2~3차 협력사일수록 미래차 대비가 부족했으며, 미래차 전환 단계 중 생산단계는 17.7%, 개발·계획 단계는 9.6%, 미착수 단계 72.6%로 대부분 기존 내연기관차 부품에 안주하고 있다. 연구개발 인력이 5.4%에 불과한 것도 부품 자체 개발의 자급률을 크게 낮추는 요인이다. 향후 이러한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약 30만명 규모의 국내 부품 산업 인력이 대량 실직하는 초유의 사태를 초래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는 이유도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기인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부품을 자체 제작할 수 없어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설령 제작‧양산이 가능해도 가격경쟁력에서 크게 밀려 중국산 늪에 더욱 빠져들 수밖에 없다. 부품 산업이 막대한 초기 투자가 필요한 장치산업이기 때문에 제약사처럼 단순한 기술 이전만으로 밸류체인을 이동하기가 쉽지 않은 것도 고민거리다.

일례로 현대차‧기아가 중국에 진출한 2002년 이후 동반 진출한 국내 부품사만 170여 개에 이른다. 이들이 구축한 밸류체인을 단기간에 바꾸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도요타와 혼다 등 일본 주요 완성차 기업들이 동남아 각국에 밸류체인을 구축해놓은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지만 대규모 투자 비용이 소요되는 또 다른 문제에 봉착한다.

다만 세계 각국이 전기차 산업 육성과 코로나19와 같은 돌발 변수를 제거하고자 공급망 확충을 추진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국내 부품업계가 방향을 트는 기회요인도 상존한다는 시각이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인도 등의 신흥국들은 자국의 부품 밸류체인 우수성을 알리며 국내 부품업계의 핵심 원‧부자재 조달처로 삼아달라며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제 정세와 산업 지형이 급변하는 시기에 정부의 관련 정책도 수면 위에 오르길 요구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부품업체들은 자금 지원 관련 제도 개선(61.6%), 전문인력 양성지원(16.8%), 연구개발 및 기술지원(8.4%) 등을 가장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2030년까지 부품기업 1000개를 미래차 기업으로 전환하겠다며 올해 기술·자금·인력·공정 등 4대 지원수단 확충에 2826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으나 실효성이 다소 부족하지 않냐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미래차 산업 육성책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시급히 이뤄져야 하는 시기”라며 “단순 지원에 그치기보다 인센티브 확대 요인을 넓히면서 원‧부자재 수급처를 다변화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법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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