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라운지]시장 개방 11년 만에 분수령..."성장 기회" vs "시장잠식 우려"

2022-12-0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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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화현과 영국 로펌 애셔스트의 '애셔스트 화현' 인가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가 법률시장 개방 11년 만에 새로운 분기점을 맞았다. 국내 중소형 로펌과 해외 대형 로펌이 첫 합작법무법인을 내놓은 것이다. 2016년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을 통해 한국과 외국의 합작로펌 탄생 가능성은 열어뒀지만 실제 인가까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로펌업계에선 국내 법률시장이 한 단계 성장할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와 국내 시장이 해외에 잠식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무부는 지난달 29일 법무법인 화현과 영국 대형로펌인 애셔스트(Ashurst)가 협업해 양국 법률문제를 다루는 첫 조인트 벤처(합작투자·joint venture)를 인가했다. 애셔스트 한국 사업 부문 대표 김경진 변호사는 "'애셔스트 화현'이 설립된 건 한국 법률 시장 개방에 있어 중요한 이정표"라며 "다국적 법률 서비스 수요를 충족할 것"이라고 소개했다. 
11년 만에 조인트벤처...첫 인가까지 6년 

한국 법률시장은 개방으로 인한 충격을 완화하고자 '점진적 개방'이 진행됐다. 2009년 7월부터 1단계 개방이 시작됐다. '외국법자문사법 개정'을 통해 외국변호사들이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외국법자문사로 등록하고 법률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2단계 개방은 2011년 4월부터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의 사안별 업무제휴가 허용됐다. 2016년 3단계 개방을 통해 외국 로펌과 국내 로펌의 합작을 통한 국내변호사 고용이 허용됐다. 
법률시장 3단계 개방을 통해 국가 간 로펌 설립이 허용됐지만, 실제 합작법무법인이 법무부로부터 승인이 나기까지는 6년이 걸렸다. 2016년 7월 1일 시행된 '외국법자문사법'에 따르면 합작법무법인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요건이 규정돼 있다. 특히 '외국 합작참여자는 합작사 지분을 49%를 초과해 보유할 수 없다'와 '수익 분배도 이에 따른다'는 규정으로 지금까지 외국 로펌은 한국 로펌과의 조인트벤처 설립을 수월하게 할 수 없었다. 

화현과 협업하게 된 영국 로펌 애셔스트는 1822년 설립된 세계적 로펌이다. 전 세계 30개 사무소와 450여명 이상의 파트너, 1700명 이상의 변호사가 소속돼 있다. 애셔스트는 주요 글로벌 기업을 회원으로 두고 있고, 기업 간 인수합병(M&A)을 비롯해 각종 규제, 지식재산권 등 관련 법률 자문을 제공해 온 로펌이다. 국내 중소형 로펌과 합병을 한 것을 두고 국내 법률시장의 위상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소 로펌 기회" 장밋빛 전망 속 해외로펌에 잠식 우려도

법조계에선 해외 로펌과 첫 합작법무법인 설립을 통해 국내 법률시장이 해외 아웃바운드(해외 기업을 상대로 하는 거래) 시장에서 선점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본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아웃바운드 거래도 늘 것이고, 중소형 로펌 입장에선 대형 로펌 위주로 돼 있는 국내 법률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울 기회"라고 말했다. 외국에서 국내법 자문을 주로 하는 로펌 소속 한 변호사는 "국내 로펌이 이미 성장할 만큼 성장했고, 무조건 시장을 보호해서는 안 된다"며 "젊은 변호사들의 역량을 넓히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조인트벤처 로펌을 실제로 운영하는 건 어려움이 따를 것이라는 시각도 적잖다. 국내 법률시장도 포화 상태인데, 해외 법률시장에 잠식 당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법률서비스 분야 무역수지 적자 규모가 예년에 비해 커졌다. 2021년 적자 규모는 6억5350만 달러(약 8495억5000만원)로, 2019년 4억4280만 달러(약 5757억2856만원)에 비해 2억1070만 달러(약 2739억9428만원) 늘어났다.  

서초동의 또 다른 변호사는 "싱가포르에도 조인트벤처가 설립된 적 있었는데, 제대로 운영해보지 못하고 철수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끼리 합병해 정상적인 운영을 하는데도 시간이 걸린다"며 "로펌끼리 같이 운영한다는 게 생각보다 힘들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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