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금융권의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보험권은 아랑곳 않고 현금 조달 움직임을 강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업계는 이달 보유 채권 3조5000억원을 매도했다. 또 6%대에 이르는 저축보험 출시도 저울질하고 있어서 유동성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다. 당국이 시장 내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 엄정 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힌 만큼, 추후 강도 높은 제재에 나설 수도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 채권정보센터에 따르면, 국내 보험사들은 지난 1일부터 28일까지 3조6579억원 규모의 채권을 순매도한 것으로 집계됐다. 앞서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2조4900억원 규모의 순매도를 진행해 지난달(2조2319억원) 분량을 이미 뛰어넘었는데, 1주일 사이 1조원어치의 채권을 추가로 시장에 내놨다. 업계는 오는 30일까지 총 4조원에 육박하는 채권 순매도도 가능하다고 본다.
보험사들은 자금 확보를 위해 6%대 저축보험 출시도 준비하고 있다. 당국은 이달 생명보험사에 공문을 배포해 저축보험 금리 인상 경쟁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바 있다. 생보사 평균 운용자산이익률(3%대)보다 2배가량 높은 수준의 저축보험 금리 책정이 임박하자, 보험 계약자에게 약속한 이자를 투자 이익으로 보전하지 못하는 이차역마진 리스크를 우려한 것이다.
지난 25일 푸본현대생명이 5.9%의 상품을 출시한 데 이어, NH농협생명도 관련 상품 출시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시장상황을 고려해 5% 후반대 상품 출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보험계약 건수와 수입보험료 등 매출 감소로 유동성이 하락, 현금을 확보하기 위한 행보로 보고 있다. 보유한 채권 금리 하락과 함께 10여 년 전 경쟁적으로 판매한 저축성보험 만기가 속속 도래하면서, 특히 장기 상품 위주인 생보업계 매출 하락세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내년 부채의 시가평가를 골자로 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최대한 현금을 확보해 새로운 재무건전성 평가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관련 업계는 보험권에 대한 당국의 강도 높은 제재가 가해질까 상황을 예의 주시하는 분위기다. 당국은 지난 23일 업권별 금융사가 참여한 ‘자금흐름 점검·소통 회의’를 개최하고, "업권간 과도한 자금확보 경쟁은 경제에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시장 내 불안감을 조성하는 시장교란행위는 엄정 조치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