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경제의 원동력인 수출은 두 달 연속 '역성장'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달 들어 20일까지 수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6.7% 감소했다. 지난달 전체 수출액은 1년 전보다 5.7% 줄었다. 이대로라면 두 달 연속 수출이 역성장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등 주요국들은 보호무역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우리나라로선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중국까지 도와주지 않는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은 3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점 때문에 수출 텃밭이었던 대(對)중 무역까지 휘청이고 있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 국제정책대학원 수장은 지금 한국 경제가 총체적 난국에 직면한 건 맞지만, 과거와 같은 외환위기를 겪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단언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튼튼해 위기 상황을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유종일 KDI 국제정책대학원 원장은 최근 아주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본격적으로 코로나 후폭풍이 시작된 것"이라면서도 "제2의 외환위기 가능성이 크진 않다"고 밝혔다. 정부의 진단대로 외환보유고가 충분하고, 외환 건전성에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이유다.
유 원장은 외환시장보다 뇌관처럼 얽혀있는 국내 금융시장이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는 "부동산 경기는 나빠지고 이자율은 계속 올라가면서 부동산PF 부실 우려가 확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레고랜드 사태는 자금시장 경색의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채권시장을 얼어붙게 한 '레고랜드 사태'는 국내 자금시장 경색 징후를 촉발하는 방아쇠가 됐을 뿐 더 큰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둘러싼 각종 악재가 산적한 가운데 유 원장은 내년 한국 경제는 지금보다 더 어두워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내년도 한국 경제 성장률은 1.5% 내외가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