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서울 성동구의 한 주유소는 전날 기름 공급이 끊기면서 초비상이 걸렸다. 주유소가 보유한 20만L 규모의 탱크에서 재고가 4만L밖에 남지 않았다. 기름이 거의 바닥을 드러내며 이곳은 일부 주유기 전원을 끄고 비상 영업에 돌입했다. 주유소 관계자는 “정유사가 기다려 달라고 하는데 기름을 받기 힘들 것 같다”면서 “영업 한계일은 28일 오전”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가 24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지 나흘째에 접어들며 산업계 피해가 전방위로 현실화하고 있다. 정부는 28일 화물연대와 첫 교섭에 나서지만, 양측 입장이 팽팽해 이르면 29일 화물연대 파업 사상 첫 업무개시명령이 발동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유업계는 기름을 실어 나르는 탱크로리(유조차) 기사의 화물연대 가입률이 수도권은 90%에 이르며 공급이 사실상 끊겼다.
시멘트 출하 중단으로 전국 레미콘 공장과 건설 현장은 셧다운(가동 중단) 위기에 놓였다. 국내 대형 건설사 8곳이 시공 중인 전국 현장 459곳 중 259곳(56%)의 레미콘 타설 공정이 이달 25일부터 중단됐다.
대통령실은 “집단의 힘으로 민생과 국민 경제를 직접 위협하는 데 대해 정부는 국민 안전과 편익, 국민 편에서 대응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정부는 28일 오전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주재로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열고 화물연대 총파업 대응책을 논의한다. 이어 이날 오후 2시 정부세종청사에서 화물연대와 첫 교섭을 벌인다.
교섭 결렬 시 정부가 오는 29일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화물연대에 대한 업무개시명령을 상정, 의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에 대해 “정부 강행 시 대응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