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리커창(李克强) 총리 주재로 전날 개최한 상무회의에서 "적절한 시기에 지급준비율(지준율) 등 통화정책 수단을 운용해 유동성을 합리적이고 여유있게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무원 상무회의에서 "올해 4분기 경제 운용은 한 해 전체 경제에 매우 중요하다"며 "지금은 경제 회복·상승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경제 안정을 위해 일련의 정책·조치를 심도있게 시행하고, 경제 운용을 합리적인 구간에서 유지해 비교적 좋은 결과를 거두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지준율이 인하된다면 지난 4월 이후 올해 들어 두 번째,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는 네 번째 지준율 인하가 된다. 지준율이란 금융기관이 고객들의 예금 인출 요구에 대비해 일정 부분을 중앙은행에 예치하는 비율이다. 정식 명칭은 법정 지준율이다. 지준율이 낮아지면 시중은행이 중앙은행에 예치해야 할 돈이 줄어 은행권 대출 여력이 늘어나기 때문에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난다.
류페이첸 영국 냇웨스트그룹 수석 중국 이코노미스트는 블룸버그에 지준율 인하폭을 25~50bp로 전망하면서 "국무원이 정책 움직임을 예고한 만큼 이르면 25일 인민은행의 발표가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둥시먀오 푸단대 금융연구소 수석 연구원도 현재 중국 금융기관의 평균 지준율이 8.1%로 높은 수준인 데다 중국 10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2.1%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이 그다지 크지 않기 때문에 지준율 인하 여지가 여전히 남아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당국이 12월 초 지준율을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중국 투자은행인 중국국제금융공사(CICC)는 지준율을 25~50bp 인하할 것이라면서 오는 12월 16일 만기가 도래하는 중장기유동성지원창구(MLF) 규모가 크기 때문에 12월 상순에 지준율 인하를 단행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지준율 인하 예고는 10월 이후 중국 경기 하강 압력과 최근 부동산 시장에 대한 적극적인 방어 의지를 반영한 것이다. 브루스 팡 존스랑라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준율 인하는 코로나19로 가장 큰 피해를 본 가계를 포함해 실물 경제에 대한 금융 및 신용 지원을 보장하고 여러 부문에 더 강력한 지원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중국 경제 전반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이다. 중국 당국은 당초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치를 '5.5% 안팎'으로 잡았지만, 1~3분기 GDP가 3%에 불과해 사실상 목표 달성은 어려운 상황이다.
중국 당국이 다양한 부양책을 잇달아 내놓으며 경기 부양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여러 가지 악재로 4분기 중국 경제성장률도 비관적이다. 블룸버그는 앞서 중국 4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가 전년 동기 대비 3.9%를 기록할 것이라면서도 현재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세 등을 감안하면 이를 하회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했다. 블룸버그 전망대로라면 중국 올해 연간 GDP 성장률은 가까스로 3%를 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