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웨덴 전기차 배터리 제조업체 노스볼트는 미국에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안을 고려하고 있다.
폭스바겐그룹과 BMW 파트너인 노스볼트는 독일에 생산 설비를 구축하려 했으나 유럽 에너지 비용 급등 등으로 착공을 미뤘다. 대신 미국 생산 시설을 확충하는 안을 고려 중이다. 태도가 돌변한 가장 큰 이유는 IRA다. 노스볼트에 따르면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면 IRA에 따라 보조금을 약 6억~8억 달러 받을 수 있다. 독일 보조금은 1억5500만 유로에 그친다.
피터 칼슨 노스볼트 최고경영자(CEO)는 “유럽에서 미국으로 모멘텀이 옮겨가고 있다”며 “아시아 기업들 역시 사업 계획과 투자를 북미로 재분배하는 모습”이라고 FT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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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유럽은 자동차 부문에 IRA가 미치는 영향을 우려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유럽에는 전 세계 전기차 생산 중 25%와 공급망 중 20%가 집중돼 있다. 미국은 전기차 생산은 10%, 배터리 생산 능력 비중은 7%에 그친다.
그러나 IRA가 판세를 바꾸는 모습이다. IRA는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등 기후변화 대응 사업에 보조금 등으로 3750억 달러를 투입하는 게 골자다. 특히 북미산 부품과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를 구매한 소비자에 한해 보조금(세액공제 혜택) 7500달러(약 1000만원)를 제공한다. 유럽 기업들이 혜택을 받고 경쟁력을 갖추려면 미국으로 생산 시설을 이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로베르트 하벡 독일 경제기후부 장관은 “(미국 측 지원이) 과도하다”고 우려했다. 유럽에 대한 기업 투자가 위축될 것이란 경계감이다. 실제 미국 전기차 기업 테슬라는 IRA가 발표된 후 독일에서 배터리를 생산하려던 계획을 뒤엎고 미국으로 방향을 틀었다. 독일 폭스바겐도 미국 내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IRA가 세계무역기구(WTO) 규정을 위반했다며 바이든 행정부와 이견을 해소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9개 조항에 대해 변경을 요청했다. 다음 달 5일 제3차 미·EU 무역기술협의회(TTC) 고위급 회담이 예정돼 있으며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다음 달 1일 미국 워싱턴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을 만나 IRA 전기차 보조금 차별 문제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그러나 논의가 난항을 보인다면 EU는 WTO 제소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EU 차원에서 인센티브를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도 빗발친다. 미국처럼 EU도 자국 우선주의를 강화하라는 것이다. PSA 푸조 시트로엥 회장인 카를로스 타바레스는 프랑스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원산지에 상관없이 모든 차량에 적용되는 점을 짚으며 EU 기업에 혜택을 몰아주는 방향으로 관련 제도를 변경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다.
유럽 기업에 보조금 혜택 등을 집중하는 프랑스의 ‘유럽 제품 구매법(buy european act)'이 채택될 가능성도 엿보인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독일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미국과의 대화가 해결책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독일은 프랑스 쪽으로 생각이 기울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