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업계, '대출 빙하기' 현실화…카드론 '10조원' 증발

2022-11-20 18: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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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계의 대출사업 취급량이 급감했다. 급격한 금리 상승기를 맞아 조달비용 부담이 커진 여파다. 대출사업은 그간 카드사들이 핵심 수익원으로 육성해 온 분야다. 본 기반인 신용판매(신판) 수익이 반복되는 가맹점 수수료 인하로 악화하자, 여기서 돌파구를 찾았다. 이에 비례해서 카드사들의 수익성은 더 후퇴할 수밖에 없다. 관련 피해는 금융 취약계층으로까지 전이돼 ‘복합적 위기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0일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국내 7개 카드사(신한·삼성·현대·KB국민·롯데·우리·하나)의 지난 10월 카드론(장기카드대출) 총 취급 실적은 37조3521억원으로 집계됐다. 작년 말(47조5981억원)과 비교했을 때, 10조원 이상 증발했다.
 
가장 감소 폭이 컸던 건 우리카드다. 작년 12월 4조72억원에서 올 10월 2조8367억원으로 29%가 급감했다. 하나카드(-28%)와 현대카드(-24%), 신한카드(-23%), 롯데카드(-20%)도 모두 20% 이상 취급량이 위축됐다. 이외 삼성카드는 –19%, 국민카드는 –14%의 실적 감소를 각각 기록했다.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도 분위기는 마찬가지다. 작년 말 38조1879억원에서 올 10월 33조3170억원으로 5조원가량이 쪼그라들었다. 카드론과 비교하면 그나마 상황이 낫지만, 역시 적지 않은 감소세다. 가장 크게 위축된 건 현대카드로 21%(5조6177억원→4조4132억원)가 줄었다. 이어 하나카드(-18%), 신한카드(-16%), 롯데카드(-13%), 국민카드(-12%), 삼성카드(-12%) 순이다. 우리카드만이 작년 말 수준을 간신히 유지했다.
 
직접적인 원인은 ‘대출원가’에 대한 부담이다. 카드사들은 자체 수신기능(예·적금)이 없어 카드채 발행 등을 통해 운용 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최근 금리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여전채 3년물의 AA+ 등급 금리는 5.868%로 연초(2.42%)보다 2배 이상 뛰었다. 신용 스프레드도 점점 벌어지고 있다. 이는 회사채가 국고채보다 약세를 보인다는 뜻으로 그에 비례하게 기업의 자금조달이 어려워진다. 같은 날 3년물 여전채 신용 스프레드는 2.081%포인트까지 벌어졌다.
 
또 다른 조달 창구인 장기 기업어음(CP)은 통상 4년에서 2년까지 짧아지면서 차환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서지용 한국신용카드학회장은 내년까지 이러한 기조가 지속되면 카드사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최소 1조3000억원 이상 늘어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치솟는 연체율은 또 다른 부담이다. 나이스평가정보에 따르면 카드론의 지난 8월 말 잠재부실률(30일 이상 연체 비율)은 5.04%까지 뛰었다. 금융 계열 카드사의 경우, 6.53%까지 치솟았다.
 
상황이 이렇자, 카드사들은 고신용자 중심의 ‘고객 확보’에 나섰다. 하나카드의 대출 이용고객 평균 신용점수는 무려 894점(KCB 기준)에 달했다. 평균점수가 가장 낮은 롯데카드도 700점을 기록했다. 사실상 700점 이하의 저신용자들은 카드사 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다. 이후 대출사업은 자연스럽게 위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조달비용 부담이 적었던 작년까진 일부 중·저신용자도 대출 고객에 포함 시키자는 분위기가 있었지만 현재로서는 엄두도 내지 못할 상황”이라며 “최근 금융권 전반의 분위기를 고려했을 때, 당분간 (대출) 취급량을 줄이더라도, 고신용자 위주로 고객군을 추려갈 게 확실시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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