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벼랑 끝 K스타트업, 세계로 눈 돌려야

2022-11-21 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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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복합 위기로 전 세계 굴지 기업들이 추풍낙엽처럼 쓰러지고 있다. 국내 대기업 역시 사정은 다르지 않다. 저마다 투자를 축소하거나 반드시 필요한 사업에만 손을 대고 있다. 정부 예산 투입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중소기업과 벤처스타트업에 대한 지원과 투자가 열악하다.

이 같은 흐름은 한때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인 비상장 기업)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았던 국내 스타트업에 직격탄이 되고 있다.
자금 경색이 이어지다 보니 유동성 위기를 겪는 기업이 속출하고 있고 덩달아 기업 가치 역시 큰 폭으로 떨어지는 모습이다.

비상장 주식 거래 플랫폼인 서울거래 비상장에 따르면 최근 간편결제 서비스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를 시작으로 새벽배송으로 이름난 컬리, 가상자산거래소 업비트 운영사 두나무, 여행·여가 플랫폼 야놀자 등의 투자 가치가 하락하고 있다.

국내 전자책 구독 스타트업 밀리의서재는 상장 철회를 결정했고, 토종 OTT 왓챠도 투자 유치 실패로 자금난을 겪고 있다. 배달대행 플랫폼 메쉬코리아와 중고거래 애플리케이션 당근마켓 역시 기업 가치가 예년 같지 않다. 금리 인상과 경기 침체 등으로 벤처캐피털(VC)이 신규 투자를 줄이자 혁신 스타트업 기업 가치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스타트업 전문가들은 현재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스스로 글로벌 복합 위기에 맞는 출구전략을 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투자와 기업 외형을 키우는 규모의 경제를 고집하기 보다는 원천 기술을 기반으로 한 ‘딥테크(Deep tech·고도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높아진다. 다만 딥테크 집중 지원은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등 다양한 혁신 스타트업 성장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스타트업 업계에서는 내수 중심의 스타트업 투자가 아닌 해외시장 개척에 정부가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요구도 나온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와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등에 따르면 국내 유니콘 24곳 중 75%가 내수 중심 업체로 한정돼 있다. 반면 대다수 스타트업은 해외 진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글로벌 경험을 갖춘 인력이 시급한 상황에서 개별 스타트업이 이를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중기부는 글로벌 투자 확대를 위한 스타트업 육성 모델로 프랑스 ‘라 프렌치 테크(La French Tech)’와 싱가포르 ‘스타트업 SG’를 꼽고 있다. 이를 위해 ‘K스타트업’ 브랜드를 만들고 대기업 등과 함께 향후 5년간 글로벌 K스타트업을 5만개로 늘리기로 했다.

이런 면에서 중기부와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전략에 기대를 건다. 정부는 초격차 스타트업 300곳을 선정해 상위 20곳에 대해 최대 10억원까지 스케일업 투자를 단행한다. 글로벌 펀드 역시 내년 8조원으로 편성했다.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 강화 의지는 최근 열린 국내 스타트업 최대 축제 ‘컴업 2022’에서 엿볼 수 있다. 컴업은 국내 유수 스타트업을 전 세계에 알리고, 글로벌 투자자와 교류하기 위해 마련됐다.

올해는 아이지에이웍스, 메가존클라우드,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야놀자, 무신사, 더핑크퐁컴퍼니, 마이리얼트립, 백패커, Deel(딜) 등 국내 스타트업과 미국, 영국, 독일 등 전 세계 19개국에서 참여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삼성전자, 현대차, 롯데벤처스 등 글로벌 대기업은 벤처캐피털(CVC) 상담 부스를 운영했다.

미국 뉴욕을 시작으로 중동 사우디아라비아 오일머니에 대한 투자 유치 가능성도 높아진다. 한국과 사우디아라비아 벤처투자 전문기관이 최근 양국 간 투자협력·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국은 중소벤처기업 지원을 위한 투자협력 모델을 구축하고, E-스포츠와 게임 산업 분야 중소벤처기업 지원 방안도 논의한다.

이영 중기부 장관은 스타트업의 해외 진출 지원을 스타트업 지원을 위한 중점 과제로 추진해왔다. K-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전략과 자본 유치 전략을 담은 ‘역동적 벤처투자 생태계 조성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9월에는 뉴욕에서 ‘한·미 스타트업 서밋’을 주도해 구글·오라클 등 글로벌 대기업과 K-스타트업 공동 육성을 타진했다. 

현재 정부와 중기부의 스타트업 지원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장담하기 어렵다. 다만 K-스타트업이 벼랑 끝에 서 있는 투자 가뭄 시기에 국내에만 머물러 있는 ‘우물 안 스타트업’이 전 세계 시장에서 자신들의 혁신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기분 좋은 단초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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