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내년까지 8조원 회사채 막아야… 이자비용 상승 '악몽'

2022-11-17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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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조6500억원이 1%대 금리로 조달

최근 회사채 6% 조달비용 고려하면

연간 최소 2000억원 이상 비용 증가

신규채 막히면 CP 등 우회 쉽지않아

경기침체땐 자금경색에 뇌관 될수도

지난 10월 24일 오후 서울 시내 한 은행에서 촬영한 지폐.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권사가 2023년에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가 8조원을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가운데 절반 이상은 3분기 말 기준 이자율이 1%대에 불과해 증권사 이자비용 증가가 전망된다. 자금시장 불안으로 인해 신규 회사채 발행도 쉽지 않은 상황이어서 기업어음(CP) 등 단기자금으로 차환해야 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17일 국내 증권사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2023년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는 총 8조1844억원이다. 분기별로는 △1분기 1조9480억원 △2분기 1조8800억원 △3분기 2조6270억원 △4분기 1조7030억원 등이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이 2조59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만기가 도래한다. 이어 메리츠증권이 2조55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른 증권사의 2023년 회사채 만기 규모는 △삼성증권 6800억원 △NH투자증권 6000억원 △하나증권 5500억원 △신한투자증권 4500억원 △KB증권 3400억원 △교보증권 2630억원 △대신증권 1000억원 △다올투자증권(태국법인) 264억원 △한국투자증권(베트남법인) 180억원 △유진투자증권 100억원 △SK증권 70억원 등이다.
 

국내 증권사 2023년 회사채 만기 현황(단위=억원)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문제는 만기 도래액 중 절반 이상인 4조6500억원 규모 회사채의 3분기 말 기준 이자율이 1%대라는 점이다. 긴축 기조에 따른 기준금리 인상과 레고랜드, 흥국생명 사태 등 여파로 인해 채권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한 점을 감안하면 이자비용 증가를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급 회사채 금리는 올해 초 2.46%에서 지난 16일 5.416%로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로 인해 지난 10월 회사채를 발행한 교보증권은 AA- 신용등급으로도 6%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대형 증권사 신용등급이 AA+~AA- 수준임을 감안하면 채권 금리가 5% 가까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1%대 금리인 채권이 만기 도래했을 때 신규채 발행으로 차환한다고 가정하면 단순계산으로만 연환산 이자비용이 2000억원 이상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2023년 만기 도래 회사채 가운데 금리가 2%대인 채권도 2조1300억원에 달한다. 반면 3%대 채권은 6900억원, 4%대 채권은 5598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만기 도래액 중 80% 이상이 1~2%대 저금리 채권인 만큼 증권사들이 이자비용 상승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환도 그나마 낙관적인 시나리오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도 회사채를 발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채 신용등급이 AA+인 SK도 최근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 실패를 우려해 CP를 통한 자금 조달로 우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금리는 1000억원 규모 3년물이 5.629%, 1000억원 규모 5년물이 5.745%였다.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사들이 CP를 통한 자금 조달로 차환을 시도하면 이자비용이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의 자금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에도 CP 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1일 5.736%였던 AA-급 회사채 금리는 17일 오전 5.41%로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같은 기간 CP 금리는 4.25%에서 5.28%로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위험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며 "시장 내 자금 유입이 원활해지기 전까지는 단기자금시장에 자금 경색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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