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내 증권사 3분기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이들이 2023년 상환해야 하는 회사채 규모는 총 8조1844억원이다. 분기별로는 △1분기 1조9480억원 △2분기 1조8800억원 △3분기 2조6270억원 △4분기 1조7030억원 등이다.
증권사별로 살펴보면 미래에셋증권이 2조59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만기가 도래한다. 이어 메리츠증권이 2조5500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른 증권사의 2023년 회사채 만기 규모는 △삼성증권 6800억원 △NH투자증권 6000억원 △하나증권 5500억원 △신한투자증권 4500억원 △KB증권 3400억원 △교보증권 2630억원 △대신증권 1000억원 △다올투자증권(태국법인) 264억원 △한국투자증권(베트남법인) 180억원 △유진투자증권 100억원 △SK증권 70억원 등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AA-급 회사채 금리는 올해 초 2.46%에서 지난 16일 5.416%로 두 배 이상으로 급등했다. 이로 인해 지난 10월 회사채를 발행한 교보증권은 AA- 신용등급으로도 6%대 금리로 회사채를 발행했다. 대형 증권사 신용등급이 AA+~AA- 수준임을 감안하면 채권 금리가 5% 가까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1%대 금리인 채권이 만기 도래했을 때 신규채 발행으로 차환한다고 가정하면 단순계산으로만 연환산 이자비용이 2000억원 이상 증가할 수 있는 것이다.
2023년 만기 도래 회사채 가운데 금리가 2%대인 채권도 2조1300억원에 달한다. 반면 3%대 채권은 6900억원, 4%대 채권은 5598억원에 불과하다. 전체 만기 도래액 중 80% 이상이 1~2%대 저금리 채권인 만큼 증권사들이 이자비용 상승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환도 그나마 낙관적인 시나리오다. 자금시장 경색으로 인해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들도 회사채를 발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회사채 신용등급이 AA+인 SK도 최근 기업어음(CP) 발행으로 자금을 조달했다. 회사채 수요예측 흥행 실패를 우려해 CP를 통한 자금 조달로 우회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시 금리는 1000억원 규모 3년물이 5.629%, 1000억원 규모 5년물이 5.745%였다.
회사채 만기가 도래하는 증권사들이 CP를 통한 자금 조달로 차환을 시도하면 이자비용이 추가로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 금융당국의 자금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에도 CP 금리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0월 21일 5.736%였던 AA-급 회사채 금리는 17일 오전 5.41%로 안정화 추세를 보이고 있으나 같은 기간 CP 금리는 4.25%에서 5.28%로 여전히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김명실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용위험이 단기간에 해소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다소 위험하다"며 "시장 내 자금 유입이 원활해지기 전까지는 단기자금시장에 자금 경색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