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임료는 단돈 천 원, 실력은 최고.'
최근 성황리에 끝난 드라마 '천 원짜리 변호사'에서 화제가 된 문구다. 미국발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로펌 시장에도 수임료가 싼 곳을 찾는 이른바 '소송 노마드(nomad·유목민)'족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한 푼이라도 변호사 비용을 깎으려는 의뢰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18일 서초동에서 만난 변호사들은 최근 개인 회생이나 파산 문의가 늘자 변호사 수임료를 흥정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개업하지 얼마 되지 않은 A변호사는 "개인 파산을 신청하면서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의뢰인들이 수임료를 깎아 달라고 읍소한다"고 말했다.
의뢰인들의 '소송 노마드' 현상은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 변호사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 변호사의 고객을 확보하려는 절실함을 이용하는 것이다. 민사·형사소송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수임료가 싼 변호사나 로펌을 찾는 문의가 늘고 있다.
A변호사는 지난 7월 사무실을 연 신참 변호사다. 그는 "(의뢰인들이) 다른 로펌과 수임료를 비교하면서 흥정을 하곤 한다"며 "전세자금 대출 이자가 높아졌다고 수임료를 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 같이 변호사들 상당수는 최근 코로나19로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진 의뢰인을 모른 척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B변호사는 "중고 자동차 사기를 당했다고 민사 소송을 제기한 분이 있었다"며 한 의뢰인을 소개했다. 그는 저녁 장사로 돈을 벌어야 하는 횟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었다. 한동안 코로나19로 장사가 되지 않아 변호사에게 선임료를 깎아 달라고 부탁하게 된 것이다. B변호사는 "그렇게 힘들다고 하는데 돈을 받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저렴한 수임료를 받는 변호사를 찾아다니는 의뢰인들 가운데는 수임료를 내지 않고 잠적하는 사례도 여럿 있다. 공무원 출신인 C변호사는 "사기죄로 입건됐는데 행정 처분까지 받은 의뢰인이 있었다"며 "(행정 처분) 취소 부분에 대해 (변호사) 선임 계약을 했는데 선임료를 주지 않아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A변호사와 B변호사, C변호사는 개업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신참 변호사다. 한 로펌에선 "수임료를 물어보고 저쪽보다 비싸다며 대놓고 말한다"며 "한동안 연락이 없어 회신을 하면 '수임료 저렴한 곳'에서 하게 됐다는 답변을 듣기도 한다"고 전했다.
변호사 수임료는 착수금(선임료)과 성과보수로 나뉜다. 착수금(선임료)은 의뢰인이 처음 사건을 변호사에게 맡길 때 내는 '용역비' 같은 것이다. 의뢰인은 착수금을 산정할 때 성과보수 혹은 성공보수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성과보수를 책정하지 않으면 착수금이 비싸질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의뢰인들이 착수금을 분할로 납부하는 사례도 늘었다. 회생이나 파산 사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최근 서초동에서 파산 상담을 한 의뢰인은 착수금에 대해 5개월 분할 납부를 요청했지만 법률사무소에서 (착수금 분납이) 그렇게 길게는 안 된다고 대답해 걱정이 늘었다.
착수금은 소송 착수 단계에서 지급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변호사 보수 규정에 따르면 최소 300만원(부가가치세 별도)이라 경기 불황을 피할 수 없는 의뢰인으로선 부담이 더 크다. 변호사 D씨는 "(착수금을) 분할 납부하고 싶다는 의뢰인들이 급증했다"며 "착수금 분할과 관련한 건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의뢰인 편의에 맞춰 분할 납부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소송 노마드족'이 늘어난 이유로는 변호사 시장 포화도 한 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따르면 12월 기준 등록 변호사는 3만2600여명에 달한다. 서초동의 E변호사는 "수임료 약정은 당사자와 변호인 간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상대방의 경제 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송 노마드족'뿐만 아니라 '나 홀로 소송족'도 증가하는 추세다. '나 홀로 소송'을 위해 포털 사이트에 있는 민사소송 관련 카페에선 주기적으로 변호사들이 소송 상담을 하기도 한다. '나 홀로 소송'을 하려면 소송 서류 등을 작성하기 위해 법무사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서초동에선 법무사 비용도 협상한다는 말이 나온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나 홀로 소송을 하면) 재판 진행이 더디고 재판부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재판을 지연시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성황리에 끝난 드라마 '천 원짜리 변호사'에서 화제가 된 문구다. 미국발 고금리 기조가 길어지면서 로펌 시장에도 수임료가 싼 곳을 찾는 이른바 '소송 노마드(nomad·유목민)'족이 급증하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한 푼이라도 변호사 비용을 깎으려는 의뢰인들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이다.
18일 서초동에서 만난 변호사들은 최근 개인 회생이나 파산 문의가 늘자 변호사 수임료를 흥정하는 경우가 늘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개업하지 얼마 되지 않은 A변호사는 "개인 파산을 신청하면서 경제적 사정이 어려운 의뢰인들이 수임료를 깎아 달라고 읍소한다"고 말했다.
신참 변호사들 찾아 다니는 '소송 노마드족'
의뢰인들의 '소송 노마드' 현상은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 변호사들에게 주로 나타난다. 개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참 변호사의 고객을 확보하려는 절실함을 이용하는 것이다. 민사·형사소송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선 수임료가 싼 변호사나 로펌을 찾는 문의가 늘고 있다.
A변호사는 지난 7월 사무실을 연 신참 변호사다. 그는 "(의뢰인들이) 다른 로펌과 수임료를 비교하면서 흥정을 하곤 한다"며 "전세자금 대출 이자가 높아졌다고 수임료를 내기 어렵다고 호소한다"고 말했다. 이 같이 변호사들 상당수는 최근 코로나19로 경제 사정이 안 좋아진 의뢰인을 모른 척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B변호사는 "중고 자동차 사기를 당했다고 민사 소송을 제기한 분이 있었다"며 한 의뢰인을 소개했다. 그는 저녁 장사로 돈을 벌어야 하는 횟집을 운영하는 사장님이었다. 한동안 코로나19로 장사가 되지 않아 변호사에게 선임료를 깎아 달라고 부탁하게 된 것이다. B변호사는 "그렇게 힘들다고 하는데 돈을 받을 수가 없었다"고 했다.
저렴한 수임료를 받는 변호사를 찾아다니는 의뢰인들 가운데는 수임료를 내지 않고 잠적하는 사례도 여럿 있다. 공무원 출신인 C변호사는 "사기죄로 입건됐는데 행정 처분까지 받은 의뢰인이 있었다"며 "(행정 처분) 취소 부분에 대해 (변호사) 선임 계약을 했는데 선임료를 주지 않아서 난감한 상황"이라고 고개를 저었다.
A변호사와 B변호사, C변호사는 개업한 지 1년이 되지 않은 신참 변호사다. 한 로펌에선 "수임료를 물어보고 저쪽보다 비싸다며 대놓고 말한다"며 "한동안 연락이 없어 회신을 하면 '수임료 저렴한 곳'에서 하게 됐다는 답변을 듣기도 한다"고 전했다.
회생·파산 사건에서 착수금 분할 납부 사례 증가
변호사 수임료는 착수금(선임료)과 성과보수로 나뉜다. 착수금(선임료)은 의뢰인이 처음 사건을 변호사에게 맡길 때 내는 '용역비' 같은 것이다. 의뢰인은 착수금을 산정할 때 성과보수 혹은 성공보수를 책정하는 경우가 많다. 성과보수를 책정하지 않으면 착수금이 비싸질 수 있다.
경기 침체로 의뢰인들이 착수금을 분할로 납부하는 사례도 늘었다. 회생이나 파산 사건에서 자주 볼 수 있는 일이다. 최근 서초동에서 파산 상담을 한 의뢰인은 착수금에 대해 5개월 분할 납부를 요청했지만 법률사무소에서 (착수금 분납이) 그렇게 길게는 안 된다고 대답해 걱정이 늘었다.
착수금은 소송 착수 단계에서 지급하는 게 원칙이다. 그러나 변호사 보수 규정에 따르면 최소 300만원(부가가치세 별도)이라 경기 불황을 피할 수 없는 의뢰인으로선 부담이 더 크다. 변호사 D씨는 "(착수금을) 분할 납부하고 싶다는 의뢰인들이 급증했다"며 "착수금 분할과 관련한 건 법으로 규정돼 있지 않아 의뢰인 편의에 맞춰 분할 납부를 진행한다"고 말했다.
싼 수임료 찾다가···'나 홀로 소송'
'소송 노마드족'이 늘어난 이유로는 변호사 시장 포화도 한 몫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에 따르면 12월 기준 등록 변호사는 3만2600여명에 달한다. 서초동의 E변호사는 "수임료 약정은 당사자와 변호인 간 신뢰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라면서도 "상대방의 경제 능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소송 노마드족'뿐만 아니라 '나 홀로 소송족'도 증가하는 추세다. '나 홀로 소송'을 위해 포털 사이트에 있는 민사소송 관련 카페에선 주기적으로 변호사들이 소송 상담을 하기도 한다. '나 홀로 소송'을 하려면 소송 서류 등을 작성하기 위해 법무사에게 도움을 받는 경우가 많다. 서초동에선 법무사 비용도 협상한다는 말이 나온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교수는 "(나 홀로 소송을 하면) 재판 진행이 더디고 재판부 부담을 가중시킨다"며 "재판을 지연시키는 주된 원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