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이하 현지시간)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로 살얼음판을 걷던 글로벌 정세가 다소 안정을 찾았다. 미사일의 배후로 러시아가 지목되며 지정학적 긴장감이 극도로 치솟았으나, 우크라이나가 쏘아 올린 ‘오발탄’이란 추정에 무게가 실리며 일촉즉발의 사태는 면했다.
폴란드 외무부는 이날 오후 3시 40분께 러시아 미사일 2발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약 6㎞ 떨어진 폴란드 동부의 프르제워도우에 떨어져 2명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현지 매체들은 러시아 미사일이 곡물 건조 시설을 강타했다고 전했다.
서방은 즉각 반발했다. 특히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NATO) 회원국인 폴란드를 러시아가 공격했을 것이란 추측이 기정사실로 받아지며, 긴장감이 글로벌 전역으로 확산했다. 그간 미국은 러시아가 나토 회원국을 공격할 경우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집단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줄곧 경고했다. 나토는 ‘나토 헌장’ 제5조에 규정된 집단 자위권에 따라 회원국이 한 곳이라도 공격받을 경우 이를 나토 전체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하고 집단 자위권을 발동한다.
현재까지의 정황상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은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의 방공 미사일 낙탄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 AP통신은 16일 미국 당국자 3명을 인용해 예비조사에서 폴란드에 떨어진 미사일은 러시아의 공습에 대응하기 위한 우크라이나군의 대공 미사일로 확인된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군에 따르면 폴란드에 미사일이 떨어진 15일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전역에 110개에 달하는 미사일을 무차별적으로 퍼부었다.
폴란드 외무부는 사태 발생 초기에 해당 미사일을 ‘러시아산’이라고 설명했지만, 가디언 등 외신은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가 보유하고 있는 S-300 지대공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바이든 대통령 역시 폴란드에 낙탄한 미사일이 우크라이나가 쓰는 S-300 지대공 미사일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진다.
S-300 지대공 미사일은 구소련이 개발한 무기로, 항공기와 순항미사일을 격추하는 용도로 사용된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에서 만든 무기를 다수 보유하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주요 7개국(G7) 관리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기술적인 실수를 범했거나 우크라이나가 미사일을 궤도에서 낙하시켰을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는 “나토의 대응 위험을 고려할 때 러시아가 의도적으로 폴란드를 공격해서 얻을 이익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매체는 밝혔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후 나토 회원국들은 분쟁에 직접적으로 휘말리는 점을 경계해 왔다.
러시아 국방부 역시 성명을 내고 “우크라이나-폴란드 국경 근처의 공격은 러시아의 파괴 수단에 의해 이뤄진 것이 아니다”며 “상황을 고조시키기 위한 의도적인 도발”이라고 반발했다.
다만, 익명의 프랑스 고위 당국자는 “질문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접근하는 것이 논리적”이라며 “많은 국가가 같은 종류의 무기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미사일 유형을 식별했다고 해서 배후를 반드시 식별할 수는 없다”고 AFP에 말했다.
한편,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은 이틀간 정상회의를 마무리하고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을 규탄하는 내용의 공동 선언을 채택했다. G20 정상들은 공동 선언을 통해 "가장 강력한 표현으로 규탄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