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Q] 野 이태원 참사 '국조' 압박에 난감한 與...'중진들 속마음'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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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힘 '국조 불참' 당론 변화 없을 듯…野 장외투쟁은 '부담'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른쪽은 정진석 비대위원장.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이 '이태원 압사 참사' 국정조사 강행 처리 방침을 밝히자,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3선 이상 중진의원들과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당내 여론 수렴에 나선다.

민주당이 특검까지 거론하며 장외 대국민 여론전에 나서는 등 국정조사 관철을 위해 총공세 태세를 취하는 것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13일 정치권에 따르면 주 원내대표는 14일 오전 비공개 간담회를 열고 중진의원들과 이태원 압사 참사 국정조사, 예산안 심사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치하는 현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아주경제는 이날 국민의힘 3선 이상 의원들 중 당내 지도부와 장관 등 4명을 제외한 27명을 대상으로 국정조사에 대한 의견을 조사했다. 연락이 닿지 않은 10명의 의원을 제외하고 이날 중진의원들 16명은 국정조사 참여에 부정적 의견을 피력했다.

참사에 대한 경찰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과정에서 국정조사에 참여하는 것은 참사를 정쟁의 수단으로 삼는 것처럼 비춰져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與 중진들 "국정조사 적절치 않아"…"같은 질문 고역" 난색도

대다수의 중진들은 주 원내대표와 같은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주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일관되게 강제력을 동원한 신속한 수사로 진실을 밝힐 수 있는 것이지 정치적 공방은 오히려 사태를 수습하고 재발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상임위원장을 맡고 있는 A 의원은 "국회가 보완적 의미나 선도적 의미에서 (국정조사를) 한다면 다르지만 지금은 벌써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국정조사"라며 "민주당이 낸 국정조사 요구서를 보면 마음이 어디에 가있는지 속내가 읽힌다"고 지적했다.

3선의 B 의원은 "국정조사는 정쟁으로 모든 걸 만들어가겠다는 의도이기 때문에 바람직하지 않다"며 "진상 규명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민주당의 명분은 진상 조사지만 사실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을 본인들도 알고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수사 및 재판을 안 받게 하고 윤석열 정권을 흔들기 위한 목적, 여론을 다른 쪽으로 몰아가기 위한 그런 목적이 뻔한데 그런 목적으로 국정조사를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5선의 조경태 의원은 이날 국회서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때 국정조사를 했는데 달라진 것이 있나"라며 "그동안 입법하지 않고 뭘 했나. 사고가 터지고 나서 이러면 국민 기만"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정조사를 왜 하나. 이태원 참사 이후 이 대표는 미국 대사를 만난 자리에서 웃음을 보였다. 웃음이 나오나"라며 "진지한 애도를 했나 야당에 묻고 싶다. 진지한 애도를 못 했으면 사과를 하고 애도를 해야 한다. 시위하지 말고 마당 넓으니 무릎 꿇고 석고대죄하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영남권의 한 중진 의원은 이날 "똑같은 질문을 각기 다른 언론사로부터 계속 받는 것도 고역이다. 국정조사에 대한 원내지도부의 상황판단과 입장을 먼저 듣고 의견을 낼 예정"이라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다만 일부 중진의원들은 국정조사를 할 수 있지만 시기가 적절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3선의 C 의원은 "이미 타이트하게 수사가 이뤄지고 있고 (국정조사는) 정치 공방이 될게 뻔하다"라며 "사태에 대해 진실을 규명하고 만약 누가 봐도 저건 좀 엉터리다, 문제가 있다 미흡하면 그때 제기하는 게 맞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4선의 D 의원은 "이태원 참사에 대한 국정조사는 어떻게 보면 민생과 직접적으로 관련이 있는 사안이 아니다. 안보, 경제, 국제 정세 등 모든 게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다"며 "안정된 다음에 (국정조사를) 해도 늦지 않는다. 시기가 잘 못 됐다"고 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의원들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역 5번 출구 앞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특검추진 범국민 서명운동 발대식에서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묵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비윤' 하태경 "국민의힘도 국정조사 동참…입장 변화 없다"

이렇듯 국민의힘 중진의원들 대다수 의견은 국정조사를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서는 결국 국민의힘도 국정조사에 참여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방송에서 얘기한 내용과 똑같다"고 했다. 하 의원은 그동안 언론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도 국정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을 취해왔다.

하 의원은 지난 10일 KBS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와 인터뷰에서 "(국정조사를) 해야 된다고 생각한다. 해야 된다고 생각하는데 우선순위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면서 "사실 이건 특검도 해야 된다. 특검하고 국정조사 둘을 국회에서 협의할 것 아닌가. 특검을 먼저 합의해야 한다"며 "경찰 수사를 국민들이 안 믿는다. 경찰 수사를 발표하고 나서 그다음에 특검을 고려하겠다고 하는데 일만 더 커지고 기간만 더 지연된다"고 지적했다.

차기 당권주자들도 목소리를 냈다. 4선 김기현 의원은 이날 "단순하게 한 마디로 설명이 어려운 현안"이라며 "설문조사처럼 동그라미, 엑스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고 협상으로 해야 될 상황"이라고 했다.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만큼 신중하게 원내 지도부의 입장을 고려한 뒤 입장을 밝히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국정조사는 민주당이 주장할 명분이 없다. 실질적으로 진상규명에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여야 간 정쟁으로 흐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안철수 의원도 지난 11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 인터뷰에서 국정조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의견을 밝히며 "사고 원인도 명확하고 사실은 누가 책임 있는지 책임 소재도 분명하다"고 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이날 "책임 소재가 분명하고 사고 원인도 명확하기 때문에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인만큼 국정조사를 지금 논의할 때는 아닌 것 같다"고 부연했다.

◆국힘 '국정 조사 불참' 당론 변화 없을 듯…野 여론전은 '부담'

대다수의 중진의원들이 국정조사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면서 국정조사를 수용하지 않겠다는 국민의힘 당론도 사실상 변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민주당이 국정조사 실시 및 특검 도입을 위한 대국민 여론전에 본격적으로 나서면서 '장외 투쟁'에 따른 여론 변화는 국민의힘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견된다.

민주당은 지난 1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국정조사 추진의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범국민 서명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민주당 지도부는 여의도역을 찾아 발대식을 마친 뒤 곧바로 서명을 받기 시작했다.

충청권의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불가피하게 여론 조사나 여론 환경이 (국정조사를) 안 받을 수 없는 환경이 되면 그건 할 수 없다"라며 "24일까지 시간이 남았기 때문에 그때까지 여론이 어떻게 형성되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은 내주 야당과 본격적인 협의에 나설 계획이다. 송원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진성준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와 국정조사 추진 계획에 대한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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