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가 위험하다···中 저가부품 3배 폭증

2022-11-10 0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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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社, 최저입찰제 따른 수익 악화에

납품지연·노후화 "탈선 재현 우려"

국내 열차 시장이 차량 노후화와 최저가입찰제로 인해 안전을 담보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탈선사고가 일어난 무궁화호는 20년 이상 사용해 기대수명이 다한 열차다. 특히 국내 열차 제작사들은 정부의 최저가입찰제로 신형 열차 납품에 큰 차질을 빚고 있으며, 이에 따른 중국산 저가 부품 수입량은 최근 7년 사이 3배나 폭증했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열차 제작 3사(현대로템, 우진산전, 다원시스)는 저가 수주 출혈경쟁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3년 동안 우진산전은 국내 열차 시장에서 1조1945억원(53%)을 수주했고, 다음으로 다원시스 7317억원(32%), 현대로템 3412억원(15%) 등 순이다.

그러나 3사 수익성은 수주액과 반비례한다. 우진산전은 지난해 매출 3441억원에 영업이익 134억원, 다원시스는 같은 기간 매출 2954억원에 영업적자 14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로템은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철도부문 영업누적적자가 2391억원에 달할 정도로 상황이 심각하다.

관련 업계는 열차 제작사 수익성 악화 배경으로 정부의 최저가입찰제를 지목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 벌어진 무궁화호 탈선사고 배후에는 최저가입찰제가 자리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코레일은 2018년 12월 다원시스와 무궁화호를 대체할 신형 열차 ‘EMU-150’ 150량에 대한 공급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이듬해 11월에는 동일 제작사와 208량 추가 공급계약을 맺었다.

하지만 다원시스가 열차 납품을 지연하면서 무궁화호 운행은 5년 더 연장됐다. 다원시스는 1차 계약 납품일인 지난해 12월까지 공정률 45.3%, 2차 계약 납품예정일을 앞둔 지난 8월에는 공정률이 6.3%에 불과했다. 코레일이 해당 업체 열차 제작능력 등 납품 이행을 우선하기보다 최저가에 초점을 맞추면서 안전 불안을 자초했다는 비판이다.

지난해 4월 부산 1호선 전동차 200량 교체사업 역시 최저가입찰제의 맹점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1단계 평가에서 현대로템은 92.75점, 우진산전은 85.70점, 다원시스는 85.25점을 받았지만 낙찰은 최저가를 써낸 우진산전에 돌아갔다. 1단계 평가 최소 점수인 85점만 통과하면 2차 평가인 최저가 싸움에서 당락이 좌우된다.

최저가입찰제는 국내 열차 부품 생태계까지 흔들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2017년 1948만 달러(약 265억원)였던 중국산 열차 부품 수입액은 지난해 7592만 달러(약 1034억원)로 7년 사이 289% 폭증했다. 최저가입찰제에 맞춰 열차를 제작하려면 상대적으로 비싼 국내산 부품 사용을 줄이고 값싼 중국산 부품을 많이 사용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열차 핵심 부품인 스프링은 안전성을 검증할 수 없으면 궤도 이탈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저가입찰제의 폐해는 최근 고속열차로까지 반경이 넓어질 조짐이다. 코레일은 지난 9월 동력분산식 고속차량 ‘EMU-320’ 입찰에 처음으로 해외 제작사를 참여시키는 방안을 검토했으나 국내 열차 부품업계의 강한 반발에 입찰 공고를 무기한 연기했다. 일각에서는 해외 업체가 국내 고속열차 시장에 뛰어들면 최저가입찰제를 이용해 중국산 저가 고속열차가 시장을 빠르게 잠식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관계자는 “정부가 열차 안전을 담보하고 열차 경쟁력을 증대시키려면 결국 최저가입찰제에 칼을 대야 한다”면서 “해외 대다수 국가가 신규 열차 도입 시 열차 성능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는 것처럼 정치적 이해관계에 함몰되지 않는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주장했다.
 

[사진=코레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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