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통신 업계에 따르면 구 대표는 이날 KT 이사회에 연임 의사를 표명했다. 그동안 통신 업계에선 구 대표의 연임을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왔지만, 본인이 직접 대표이사 연임에 대한 뜻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0년 3월 KT 대표이사에 취임한 구 대표는 잔여 임기가 내년 3월 정기주주총회일까지 남아있다.
2019년 개정한 KT 정관에 따르면 KT 이사회는 대표이사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후임자(대표이사 후보) 인선 작업에 착수해야 한다. 공정을 기하기 위해 대표이사 후보 선정은 KT 지배구조위원회가 맡는다. 다만 현 대표이사가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지배구조위원회는 대표이사 후보 심사대상자 선정을 멈추고 대신 후보심사위에서 현 대표이사의 연임 여부를 우선 심사해야 한다.
후보심사위는 8명의 KT 사외이사 전원과 구 대표를 제외한 사내이사 1인(윤경림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등 9명으로 구성된다. 심사위는 △재임 중 경영성과 △고객·임직원·주주 등 대내외 이해 관계자의 만족도 △회사 기업 가치 제고와 지속 가능한 발전 기여 가능성 △리더십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구 대표의 연임 적격 여부를 결정한다. 이후 주주총회를 거쳐 연임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디지코·B2B 중심 성장전략 성과...3분기 영업익 전년보다 18.4%↑
통신 업계에선 구 대표가 남중수 사장 이후 12년 만에 나온 KT 내부 출신 대표이사로서 KT를 '텔코(통신기업)'에서 '디지코(디지털플랫폼기업)'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며 매출·영업이익을 꾸준히 확대하고 재임 중 KT 기업가치를 두 배 가까이 끌어올린 점을 높게 평가하며 그의 연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로 같은 날 공개한 KT 2022년도 3분기 실적을 보면 구 대표의 디지코와 B2B(기업 간 거래) 중심 성장 전략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KT는 연결 기준 3분기 매출 6조4772억원, 영업이익 4529억원을 기록했다. 전년동기 대비 각각 4.2%, 18.4% 증가한 수치다. 특히 별도 기준 3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24.9% 급증한 3236억원으로 집계됐다.
구 대표는 KT의 사업 부문을 유·무선 사업(텔코 B2C), B2C 플랫폼 사업(디지코 B2C), B2B 플랫폼 사업(디지코 B2B), B2B 고객 대상 사업(텔코 B2B) 등 네 가지로 분류하고 각 시장에 맞는 서비스·플랫폼을 지속해서 선보임으로써 회사의 수익성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펼쳤다.
이를 통해 3분기 KT 유·무선 사업은 프리미엄 가입자의 증가세가 지속되며 이통3사 ARPU(가입자당평균매출) 1위를 확고히 했다. B2C 플랫폼 사업에 속하는 IPTV는 '올레' 브랜드를 폐지하고 이를 '지니TV'로 전면 개편하며 AI 기반 '미디어 포털'로서 혁신을 지속하고 있다.
B2B 플랫폼 사업은 많은 기업 디지털 전환(DX) 수요에 힘입어 3분기 누적 수주액이 전년보다 21% 늘어나는 등 올해도 높은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AICC(AI 콜센터)사업은 금융권 중심 대형 구축사업 수주로 전년보다 매출이 91.7% 급성장했다. B2B 고객 대상 사업에서도 신규 CP사 유치에 성공하며 기업 인터넷 사업 매출이 전년 대비 10.9% 증가했다.
또, 구 대표는 재임 중에 신한은행, CJ ENM, 현대차그룹과 지분교환을 통한 혈맹 관계를 구축하고 금융DX, 미디어, UAM(도심항공교통) 등 통신과 연계된 미래 먹거리 발굴에도 집중했다. 구 대표가 전략적으로 분사를 결정한 KT스튜디오지니와 KT클라우드는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신드롬과 1~6차 공공 클라우드 전환사업 수주율 1위 등의 성과를 내며 순항 중이다.
다만 구 대표의 연임을 두고 일각에선 현재 진행 중인 재판이 걸림돌로 작용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KT 전현직 임직원들은 2014년 5월부터 2017년 10월까지 비자금을 조성해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는데, 구 대표도 이와 관련되어 약식 기소되어 벌금 15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구 대표는 무죄를 주장하며 정식 재판을 청구해 현재 진행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