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천재 과학자' 옌닝은 왜 중국으로 돌아왔을까

2022-11-03 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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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中 열악한 연구환경 비판···미국행 선택"

美 제재 맞서 中 기술·인재육성···돌아오는 中두뇌들

"선전을 글로벌 생명의학 중심 도시로"

11월 1일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글로벌 혁신인재 포럼에서 연설하는 옌닝 선전의학과학원 초대 원장. [사진=웨이보]

"옌닝(顏寧)의 귀국을 환영하며, 그의 성공을 기원한다."

중국 관영 환구시보가 3일자에 게재한 사평의 제목이다. 옌닝(45)은 지난 1일 미국 프린스턴대 종신교수직을 사임하고 귀국을 선언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생명과학자다. 

옌닝은 이날 중국 광둥성 선전에서 열린 글로벌 혁신인재 포럼에서 “선전이 나에게 올리브 가지를 내밀었고, 나는 서둘러 프린스턴대에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앞으로 선전 의학과학원(SMART) 초대원장으로 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 현지 매체마다 옌닝의 귀국 소식을 떠들썩하게 보도했다. 중국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웨이보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을 정도로 화제였다. 최근 고조되는 미·중 갈등 속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나서서 과학기술 자립 자강과 인재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가운데서다.
 
"5년 전 中 열악한 연구환경 비판···미국행 선택"
옌닝은 중국 과학계 여신으로 불렸던 인물이다. 2000년도 중국 최고 명문 칭화대학교 생물과학과 졸업 후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석·박사를 마쳤다. 당시 미국 최고 암 연구자로 인정받았던 중국계 학자 스이궁 프린스턴대 교수를 스승으로 모셨다. 이후 2007년 30세 나이에 모교인 칭화대로 돌아와 최연소 정교수로 임명됐다. 

옌닝은 암과 같은 질병과 관련된 단백질 물리 구조 등을 집중 연구하며 획기적인 성과를 냈다. 2015년 세계 최초로 포도당 수송 단백질 GLUT1의 결정구조를 분석하며, 세계 과학계가 50년간 풀지 못한 난제를 해결했다는 극찬을 받았다. 2009년부터 네이처·사이언스·셀 등 세계 3대 과학학술지(NSC)에 19편의 논문을 발표하는 등 중국 생물과학계 권위자로 등극했다. 

특히 ‘여성 과학자의 불모지’라 불리는 중국 과학계에서 옌닝의 성과는 더욱 주목받았다. 2019년 중국과학원·중국공학원 여성 원사 비율은 각각 6%, 5.3%에 그치고 있다.

하지만 2017년 옌닝이 프린스턴대 분자생물학 종신 교수로 초빙돼 중국을 돌연 떠나며 중국 ‘두뇌유출’ 논란이 일었다. 당시 그는 중국의 열악한 과학연구 환경을 신랄하게 비판해 중국 과학계에 자성의 목소리가 일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첨예해지는 미·중 갈등 속 중국이 과학기술 발전과 인재 육성을 강조한 가운데 다시 귀국한 것이다. 
 
美 제재 맞서 中 기술·인재육성···돌아오는 中두뇌들
특히 반도체·배터리·바이오의료 등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의 중국 제재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미국은 중국으로의 핵심기술은 물론 인재 유출도 막고 있다. 중국으로선 기술과 인재 육성이 더 절실해졌다.

시진핑 주석이 지난달 중국 공산당 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 보고에서 "과학기술은 제1생산력, 인재는 제1자원, 혁신은 제1동력"이라며 "과교흥국(科敎興國), 인재강국, 혁신발전 전략을 시행하겠다"고 강조한 배경이다. 홍콩신문망은 "당대회 보고서에 처음으로 교육·과학기술·인재 전략을 하나로 묶어 혁신형 국가를 건설하겠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프랑스 자유아시아방송(RFI)은 익명의 중국인 학자를 인용해 "서방국이 중국 과학계 '목줄'을 조이면서 과학자는 중국에서 거의 '신'처럼 여겨지고 있다"며 "특히 20차 당대회 폐막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옌닝이 귀국한 것은 당연히 주목 받을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미·중 갈등 등 국제 정세 변화라는 특수한 시점에 미국서 누리던 모든 우대와 혜택을 포기하고 귀국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도 덧붙였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지난해에만 1400명 이상의 중국 과학자들이 미국 학술기관·기업에서 사임하고 귀국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2% 증가한 숫자다. SCMP는 미국 내 (중국에) 적대적인 정치·인종 환경 때문에 중국계 과학자·엔지니어가 미국 명문대 종신교수직도 포기하고 떠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실 중국이 오늘날 유인우주선 발사에 성공하는 등 과학강국으로 발돋움하는 데는 1950년대 첸쉐썬과 같은 해외 우수 두뇌들을 대대적으로 유치한 게 주효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와 캘리포니아공대를 졸업한 첸쉐썬은 미국 국방과학위원회에서 미사일 개발을 연구하다가 중국으로 돌아와 중국 로켓·미사일 개발을 주도해 '중국 우주개발 대부'로 불린 인물이다. 
 
"선전을 글로벌 생명의학 중심 도시로 만들겠다"
옌닝도 이날 포럼에서 중국 과학기술 발전과 인재 육성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그는 “지난 20여년간 나는 항상 최적의 과학연구 환경 속에서 똑똑한 석·박사생을 모아 연구 프로젝트 경비를 지원받으며 자유롭게 연구할 수 있는 행운을 누렸다"며 "이제는 이러한 행운을 더 많은 청년들이 누리도록, 유혹이나 걱정 없이 자신의 능력을 펼쳐 진정한 독창적인 연구를 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옌닝이 초대 원장으로 재임하는 선전 의학과학원은 2019년 중국 국무원이 광둥성 선전을 '중국특색사회주의 선행시범구'로 지정하면서 설립한 것이다. 세계적인 저명한 의학연구기관이 되는 게 목표다.  ​

옌닝은 "오늘날 의학은 이미 바이오·화학·소재·기계·전자·인공지능 등 학과를 종합한 고도의 복잡한 학문이 됐다"며 "선전 의학과학원의 사명은 연구·제약·의료를 긴밀히 연계해 기초과학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이를 상용화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특히 그는 "선전은 젊고 활력이 넘치는 꿈의 도시다. 여기선 모든 게 가능하다"며 "내 꿈은 우리 세대, 그리고 몇몇 세대가 함께 노력해 10년, 20년 후 세계 생명의학계에서 선전이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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