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본점·장기근무직원, 매년 불시에 명령휴가 받는다…감시인력도 확대

2022-11-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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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은행권 거액 횡령사고 등 재발 방지 '내부통제 혁신방안' 발표

[사진=아주경제DB]



앞으로 은행 내에서 위험직무자와 특정 직무를 2년 이상 담당한 장기근무직원들은 매년 연 1회 불시에 명령휴가제를 받게 된다. 또한 은행 직원들의 일탈을 감시할 준법감시부서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일선 영업점 뿐 아니라 은행 본점 부서의 금융사고 예방대책 마련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3일 금융감독원은 이같은 내용을 담은 '국내은행 내부통제 혁신방안'을 마련해 발표했다. 이번 조치는 우리은행 직원 700억 횡령사건 등 금융권에서 발생한 대형 금융사고 재발을 막기 위해 금감원과 은행연합회, 은행들이 지난 7월 말부터 3개월여 간 '금융회사 예방 및 내부통제 개선을 위한 은행권 TF'를 운영한 데 따른 결과다. 

이번 혁신방안은 크게 3가지(내부통제 인프라 혁신, 내부통제 실질화, 내부통제 상시화)로 나뉘어 마련됐다. 금감원은 우선 은행권 준법감시부서 인력을 향후 5년간 단계적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이에따라 앞으로 국내은행 내 준법감시부서에서는 총 임직원의 0.8% 또는 15명 이상의 인력을 확대 배치해야 한다. 다만 전체 직원이 1500명 이하인 소형은행은 최소비율과 인력을 차등 적용받도록 했다. 또 준법감시인력 중 변호사 등 전문인력 비중을 20% 이상 늘리도록 하는 등 자격요건을 강화했다. 

특정 부서에 오랜 기간 근무한 직원에 대한 인사관리 체계도 마련된다. 감독당국은 은행 내 장기근무자를 순환근무 대상 직원 중 5% 이내 또는 50명 이하로 관리하고 승인권자를 기존 부서장에서 인사담당 임원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또한 장기근무 승인 시엔 장기근무 불가피성과 채무, 투자현황 확인 등을 통해 사고위험 통제 가능성 심사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장기근무 승인은 매년 심사를 통해 최대 2회까지만 가능하도록 했다. 

사고 예방을 위한 세부 운영기준도 정립됐다. 금감원은 그 일환으로 불시에 휴가를 명령하고 대직자가 해당 직원의 업무를 점검하는 '명령휴가제도'를 강화하기로 했다. 명령휴가 대상자를 본점 내 자산운용, 기업구조조정, IB자금관리 직무까지 대폭 확대하고 동일부서 장기근무자도 포함시킨다는 방침이다. 준법감시부서는 매년 명령휴가 실시 현황을 평가해 그 결과를 내부통제위원회에 보고해야 한다.

아울러 사고발생 우려가 높은 거래에 복수의 인력이나 부서가 참여하는 직무분리제 또한 개선된다. 금감원은 거액 자금이나 실물거래 및 관리 수반 직무에 대해선 원칙적으로 직무를 분리하도록 하고, 주요 업무를 구체적으로 열거하기로 했다. 이와더불어 직무분리 대상 업무 등을 등록·관리하는 시스템 구축과 매년 운영실태 모니터링을 통한 보고에 나서도록 했다. 

그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많았던 '내부고발자 제도'도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금융당국과 은행권은 내부고발 과정에서 실명신고를 원칙으로 하는 문구를 삭제해 익명성을 높이고 내부고발 대상행위를 기존 범죄혐의 뿐 아니라 주요 사고예방조치 미이행과 소홀을 기존 고발대상 행위에 포함시키기로 했다. 또 이미 발생한 금융사고를 빠르게 인지하거나 손실 최소화에 도움이 된 경우 등 각 유형별 보상방안 마련을 의무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은행연은 연내 해당 안을 모범규준에 반영하고 개별 은행들은 준비기간 등을 거쳐 내년 3월 말까지 내규를 개정한 뒤 4월 1일부터 본격시행한다는 방침이다. 이후 금감원은 내년 2분기 중 해당 내규 반영과 이행 상황 등을 확인하는 한편 향후 정기·수시검사 등을 통해 관련 운영의 적정성을 살피고 미흡상황에 대해 보완 지도한다는 방침이다. 

감독당국은 이밖에도 이달부터 시행한 '은행권 금융사고 검사·상시감독 강화방안'을 적극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이에따라 10억 원 이상의 거액 금융사고 발생 시 조사 출장과 검사 등 직접점검에 나서는 한편 준법·감시부서를 대상으로 한 내부통제 워크숍을 연 1회에서 2회로 확대할 예정이다. 또 금융회사 경영실태평가 시 내부통제 평가 비중을 확대하는 등 법규개정이 필요한 과제에 대해 금융위와 협의해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금감원과 은행권은 이번 혁신방안에 대해 "내부통제 실패와 이로 인한 거액 금융사고가 되풀이되지 않도록 손에 잡히는 가시적인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실천하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했다"며 "그간 최소한·형식적으로 운영되던 내부통제 기조에서 탈피해 내부통제 문화 조성과 인식 전환의 중대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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