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7%를 기록하며 당초 예상보다 3개월 빠른 7월에 이미 물가는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향후 물가를 가늠할 수 있는 지표들이 잇따라 반등해 당분간 5%대의 고물가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0월 기대인플레이션율은 9월(4.2%)보다 0.1%포인트 오른 4.3%를 기록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지난 7월 4.7%로 역대 최고치를 찍은 후 8월(4.3%), 9월(4.2%)로 두 달 연속 하락했지만 10월 들어 다시 오름세를 보였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은 기업 및 가계 등의 경제주체들이 예상하는 향후 1년간의 물가 상승률이어서 고물가 흐름은 당분간 꺾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더 심하게 오르지 않을 뿐이지 이런 수준의 물가가 당분간 이어진다는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9월 수입물가지수도 154.38로 8월(149.46)보다 3.3% 올랐다. 1년 전과 비교하면 24.1% 급등했다.
환율이 상승하면 원화로 환산한 물건 가격이 올라가면서 시차를 두고 물가 상승 압력으로 이어진다. 수입물가지수는 최근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7~8월 연속 낮아졌지만 환율 급등으로 3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국제유가 역시 불안 요인 중 하나다.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 협의체가 이달부터 원유 생산량을 하루 평균 200만 배럴 줄이기로 하면서 둔화됐던 석유류 가격이 다시 오를 수 있다.
11월엔 김장철을 맞아 김장재료를 중심으로 농수산물의 가격 변동이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지난달 농수산물 가격이 소폭 하락했고 정부는 김장의 주재료인 배추·무 생산량이 양호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기온 변화에 따른 작황 급변 우려가 있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물가 상승률이 6%대로 올라가지는 않으리라고 기대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7월이 정점일 가능성이 있다"며 "이달은 지난해 11월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것에 대한 기저효과 작용이 기대돼 오름세가 확대되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감산으로 인한 국제유가 변동성 확대 가능성, 러시아의 식량 무기화 등에 따라 곡물가가 다시 반등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도 환율·원자재 가격 변동성 확대 가능성 등을 들어 "물가 상승세가 점차 둔화하겠지만 상당 기간 높은 수준이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