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르포] 눈물바다 된 발인식…손주 사진 쓸어내리며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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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장례 안 끝났으면 좋겠다"

유족·지인, 고인 마지막 길 함께해

31일 '이태원 참사' 피해자의 빈소에 놓인 근조화환 [사진=김세은 수습기자]

"아이고, 아이고···"

1일 오전 서울 세브란스병원. 이태원 참사 희생자 A씨의 할머니가 가족 부축을 받고 서서 장례식장 안내 전광판에 있는 손녀 사진을 연신 쓸어내렸다. 손녀 발인식을 지켜본 할머니는 황망한 표정으로 눈시울을 붉혔다. 

이 병원 또 다른 빈소에선 발인을 앞둔 희생자 B씨의 외삼촌이 "차라리 장례가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짧게 한 마디를 뱉었다. 붉어진 눈시울로 허공을 응시하던 그는 "장례가 끝나면 이젠 아이를 두고 와야 한다"며 "억지로라도 같이 있던 시간도 끝나지 않느냐"며 애통해했다.

수없이 죽음을 목격했을 장례식장 직원들도 슬픈 표정을 숨기지 못했다. 한 직원은 "많은 이의 장례식을 봤지만 이번엔 좀 더 마음이 아팠다"며 "참 안타깝다"고 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이태원 압사 참사로 세상을 떠난 희생자들 발인이 이날부터 시작됐다. 각 장례식장에는 고인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기 위해 많은 이가 모였다. 황망한 죽음에 곳곳에서 오열과 통곡이 쏟아졌다.
 

1일 오후 한 시민이 핼러윈데이 압사 사고 희생자 추모공간이 마련된 이태원역 1번 출구 안내봉에 국화꽃을 매달아 두었다. 

희생자 C씨가 안치된 서울 광진구 건국대병원 장례식장에서는 목사와 유족을 따라 20명 남짓의 앳된 고인 친구들이 뒤를 따르며 C씨를 떠나보냈다. 친구들 모두 이제까지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C씨와 같은 초·중·고등학교를 다닌 '죽마고우' 5명이 장례를 치르는 사흘 내내 자리를 지켰다. 수척한 모습으로 발인을 지켜본 친구 D씨는 C씨를 죽마고우 다섯 명을 뭉치게 한 '원동력'이라고 했다. 그는 "모나지 않고 친구 간에 갈등이 있을 때면 풀어주려 노력하던 친구였다"고 친구를 떠올렸다.

경기 동국대일산병원에서는 오후 들어 희생자 1명의 발인이 치러졌다. 딸의 관이 운구 차량에 실리자 아버지와 어머니가 한참 동안 관을 부여잡고 통곡했다. 어머니는 딸을 보낼 수 없다는 듯 관을 두드리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이내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자 남편이 겨우 부축해 운구 차량으로 어렵게 발걸음을 옮겼다. 오빠도 동생을 쉽게 보내지 못했다. 환하게 웃는 여동생의 앳된 얼굴이 담긴 영정사진 든 오빠는 고개를 숙인 채 슬픔을 삼켰다.

성북구 고려대안암병원의 한 빈소에서도 통곡과 오열이 그치지 않았다. 유족과 지인들은 발인식 내내 눈물을 흘리며 짧은 생을 살고 간 고인의 마지막 길을 함께했다. 며칠간 울어 말랐던 눈물샘이 다시 터진 유족도 있었다.

유족들은 정부 대처가 미흡했다며 울분을 토했다. 한 희생자 아버지는 "뉴스를 보니 사고 당시 광화문에 많은 경찰이 배치됐더라"며 참사 당시 이태원에 경찰 인력이 적었던 점을 지적했다. 유족에게 비난의 화살이 향하는 것을 두고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D씨는 "정부가 유가족에게 보상금을 지급한다고 하니 유족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어 너무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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