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는 핼러윈데이 같은 대형 행사를 맞아 '컨틴전시 플랜(비상 계획)'을 가동하거나 특별 교통정리에 나서는 등 대규모 인파 관리 매뉴얼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대형 행사가 있을 경우 ‘압사 방지’를 위해 위기 관리 컨트롤타워인 연방재난관리청(FEMA)이 2005년 만든 ‘특수 상황 비상 계획(Special Events Contingency Planning)’을 지침으로 삼고 있다.
특히 대형 군중이 몰릴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는 당국이 사람이 모이는 곳을 구획화(sectoring)하거나 바리케이드를 치는 등의 조치로 적절히 공간을 분리하는 관리를 한다. 또 군중 충돌(crowd crush)을 막기 위해 구조 작업 등에 필요한 비상 공간이 확보돼 있는지도 미리 확인한다.
이런 매뉴얼에 따라 미 당국은 일정 구역에 군중이 과도하게 몰릴 경우 사방에 바리케이드를 쳐 더 번잡해지는 것을 막고 있다. 이동을 어느 정도 제한해 군중이 한쪽으로 급속히 몰리는 현상을 방지할 수 있다. 바리케이드로 구획된 곳들 사이에 공간을 남겨놔 군중이 이동할 수 있는 통로를 확보하고 있다.
미 법무부 산하 법무지원국(BJA)은 지난 2013년 미 싱크탱크 CNA와 협력해 연방 정부와 주 정부 당국이 참고할 수 있는 ‘대규모 인파·행사 관리 매뉴얼(LSSE)’을 발표했다. 이 매뉴얼은 “당국이 특정 행사에 대한 안전 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특정 장소에 허용되는 최다 인원을 설정해야 한다”며 “특히 행사 참석 인원의 연령·성별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이어 “어린이와 노인으로 구성된 관객은 의료 시설이 더 필요한 경향이 있다”며 “이들은 청소년이나 성인보다 ‘압착 부상(crush injury)’을 당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 덕분에 뉴욕 타임스스퀘어에서 매년 열리는 새해맞이 행사 '볼 드롭(ball drop)’이나 2021년 9·11 테러 20주년 행사 때도 10만명 이상, 100만~200만명이 몰려도 좀처럼 압사 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핼러윈 등 사람들이 몰려드는 대형 축제에서 일어날 수 있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강도 높은 경비와 지자체의 계도 활동을 병행한다.
2005년 경비업법을 개정해 경비 항목에 '혼잡 경비'를 신설했다. 인파가 몰리는 상황이 예상될 경우 경찰과 경비회사는 주최 측이나 지자체, 철도회사 등과 연계해 보행로 확보와 과밀 상태 완화 방안, 긴급 시 대응책 등을 마련한다. 각 역의 수용 인원수 등을 바탕으로 역내 혼잡이 예상되면 경찰이 철도회사와 논의해 열차 무정차 통과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
2013년 브라질 월드컵 응원전 때부터 시작된 'DJ폴리스'도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당시 한 경찰관이 경찰차 위에 올라가 "우리는 12번째 선수입니다. 질서를 지켜주세요" 등 유머러스한 멘트로 혼란을 정리한 게 계기가 됐다. 'DJ폴리스'들은 높은 곳에서 거리 상황을 내려다보며 사람들이 한쪽으로 몰리지 않도록 유도한다.
일본 도쿄(東京) 시부야(渋谷)구는 조례를 제정해 핼러윈 기간 오후 6시부터 오전 5시까지 길거리나 공원 등 야외에서 술을 마시는 행위를 금지했다. 인근에 있는 편의점이나 마트 등에서도 핼러윈 기간 중에는 자발적으로 술을 팔지 않는다.
핼러윈 행사는 특정 주최 단체가 없기 때문에 시부야구가 나서 사전 계도 활동을 펼친다. 시부야 스크램블교차로 전광판에서 일본어와 영어로 노상 음주를 금지하는 영상을 상영하고, 지하철 역과 버스 차내 등에 '매너를 지키자'는 내용의 광고 포스터를 붙여 주의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 4월에는 시부야 센터가 입구나 이노카시라 거리 등 3개 주요 장소에 인공지능(AI) 기술로 오가는 인원을 파악할 수 있는 방범 카메라를 설치했다.
한편, 프랑스에서도 정부가 대형 행사가 열릴 때 주최자는 지방 당국과 논의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권하고 있다. 새해 전야에 불꽃놀이가 벌어지는 파리 개선문과 에펠탑 주변엔 매년 경찰과 치안대(gendarmerie)가 약 1만명 투입된다. 에펠탑과 개선문 주변 시설엔 군중이 난입하거나 시설을 파괴하는 것을 막고자 일부 구역에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소요 우려가 있을 경우 곧바로 경찰을 투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