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당국이 엔화 가치를 방어하기 위해 올해 들어 9조1881억엔(약 88조3000억 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재무부가 전날 발표한 환율 시장 개입 관련 자료에 따르면 일본 당국이 9월 29일~10월 27일 동안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6조3000억엔을 사용한 것으로 추산됐다고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이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 개입 규모다.
24년 만에 엔화 매수 환시 개입을 단행한 9월 22일분을 포함하면 일본 당국이 지금까지 엔화 가치 방어에 사용한 금액은 총 9조1881억엔에 달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분석했다. 관련 수치를 집계한 1991년 4월 이후의 환시 개입 합계 총액(4조8793억엔)을 큰 폭으로 웃도는 수준이다. 지난 30여년 간의 개입 금액보다 올해 들어 약 두 달여 간 사용한 개입 금액이 훨씬 큰 셈이다.
다이와증권의 켄타 타다데 외환전략가는 “엔 시세는 1달러=150~155엔 정도로 거래되고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며 일본 당국의 개입으로 엔화 가치 급락이 일정 부분 방어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오전 10시 45분 기준으로 엔화 가치는 달러당 148.34~148.37엔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 앞서 지난 10월 20일 엔화는 1990년 8월 이후 32년 만에 처음으로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었다.
그러나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오는 3일 새벽(한국시간)에 시장의 예상대로 기준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스텝을 단행할 경우 엔화 가치는 다시 급속도로 하락할 수 있다. 일본의 기준금리는 마이너스(–)0.1%로, 세계 주요 중앙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비둘기파 기조를 고수하고 있다.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는 지난 28일 기자회견에서 “지금 당장 금리 인상이나 (완화적 통화정책으로부터의) 출구 전략이 있을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비둘기파 고수 입장을 밝혔다.
일본 정부의 고물가 대응 대책이 엔화 가치 하락을 자극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재정 악화로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국가 신용도가 떨어질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28일 71조6000억엔(약 692조원) 규모의 종합경제대책을 확정한 바 있다. 중앙정부는 추가경정예산 약 29조1000억엔을 확보하고 지자체가 약 10조엔을 더해 총 39조엔을 지출한다. 나머지 금액은 민간 투자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