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살려줘" 딸 문자에 1.5㎞ 질주한 父

2022-11-01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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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사 사고 당일 밤 "살려줘. 무서워" 딸 문자 받은 父

1.5㎞ 달려 도착한 현장 인근 파출소서 딸 발견

부녀를 병원까지 데려다준 남녀에 감사 전하기도

이태원 사고 추모하는 어린이 [사진=연합뉴스]

이태원 압사 참사 당시 부상 당한 딸을 업고 1.5㎞가량을 달린 아버지의 사연이 공개됐다. 또 이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도움을 준 한 남녀의 이야기도 전해졌다.

지난달 31일 60대 남성 A씨는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태원 압사 사고로 다친 딸을 다급하게 응급실로 옮겼던 상황을 적었다.

A씨에 따르면 이태원 압사 사고가 발생했던 지난달 29일 밤 A씨는 딸에게 한 통의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 너머로 들린 말은 "옆에 사람 다 죽었어"라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전화가 계속 끊기자 A씨는 딸과 문자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A씨 딸은 "나 죽다 살았는데 다리가 부러진 거 같다. 이태원에서 압사 사고가 났는데 집에 가려다가 맨 밑에 깔렸다. 여기 사람들 다 죽었다. 살려줘 무서워"라는 내용이다.

이 문자 메시지를 본 A씨는 택시를 타고 곧장 이태원으로 향했다. 하지만 도로가 막힌 탓에 택시에서 내려 1.5㎞가량을 질주했다.

이태원에 도착한 A씨는 부랴부랴 딸을 찾아 나섰고 인근 파출소에서 부상으로 고통스러워하는 딸을 발견했다. A씨 딸은 당장 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부상이 심각했다. 하지만 당시 사상자가 속출하면서 경찰과 소방도 손이 모자란 상황이었다.

이에 A씨는 딸을 등에 업고 다시 달리기 시작했다. 지나가는 차량에 도움을 요청하기도 했지만, 뜻대로 되지는 않았다. 이때 BMW 차를 탄 한 젊은 남녀가 도움의 손길을 뻗었다. 병원까지 부녀를 태워주겠다고 제안한 것이다. 젊은 남녀는 부녀를 차량에 태우고 여의도성모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하지만 이곳도 앞서 실려 온 사상자들로 포화 상태였다.

그러자 이들은 부녀에게 사는 곳을 물어본 뒤 부녀가 사는 곳 근처에 있는 분당차병원 응급실로 운전대를 돌렸고 A씨 딸은 가까스로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다만 A씨 딸은 장시간 압력에 노출돼 근육 손실로 인한 신장(콩팥) 손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는 일반 병실로 옮겨진 상태다.

A씨는 다급했던 당시 상황을 전하면서 딸을 태워준 남녀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A씨는 "병원 응급실에 도착해서도 우리를 데려다준 젊은 남녀가 휠체어까지 갖고 와 딸을 태워 옮겨다 주고 정말 많은 도움을 받았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시하기 위해 약소한 돈이라도 비용을 치르려고 했는데 한사코 안 받고 다시 건네주고 돌아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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