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31일 부인 김건희 여사와 '이태원 압사 참사'로 숨진 희생자들의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 등에게 지방자치단체나 경찰이 유사시 긴급통제 조치를 실시할 수 있는 '인파 사고 예방 안전관리시스템' 구축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 내외는 이날 오전 서울광장 서울도서관 정문 앞에 마련된 '이태원 사고 사망자 합동분향소'를 찾았다. 검은색 정장 차림의 윤 대통령과 김 여사는 희생자들에게 헌화하고 20초가량 묵념을 했다. 그 과정에서 별다른 발언이나 방명록 작성은 없었다.
이재명 부대변인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사고로 돌아가신 분들과 유가족을 생각하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말할 수 없는 슬픔과 책임감을 느낀다"며 "꽃다운 나이의 많은 젊은이들이 미처 꿈을 펼쳐보지도 못하고 비극을 당해 너무도 비통하다"고 심경을 밝혔다.
그러면서 "장례 지원과 부상자 의료 지원에 한 치의 부족함도 없어야 한다"면서 "유가족들의 의견을 최대한 반영해 필요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각별히 챙겨달라"고 당부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무엇보다 사고 원인에 대한 철저한 진상조사와 투명한 공개, 이를 통해 유사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주최자가 없는 자발적 집단 행사에도 적용할 수 있는 '인파 사고 예방 안전관리 시스템' 마련을 지시했다.
이는 현행법상 경찰이 행사 주최 측의 요청, 혹은 집회나 시위와 같은 상황이 아니면 일반 국민을 통제할 법적·제도적 권한이 없는 한계를 지적한 것이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의 "경찰‧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는 발언과 궤를 같이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작년 핼러윈 데이 때 경찰이 사고가 난 골목을 통제했다는 주장이 나오지만, 이는 행사의 질서 유지를 위한 교통 통제가 아닌 '코로나19 방역 QR코드' 검사를 위한 것이었다.
한편 대통령실은 '서울 시내에서 150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왔는데, 이 장관이 사과를 하거나 책임을 져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취지의 질문에 즉답을 하지 않았다.
대신 "윤 대통령은 대국민 담화를 통해 국정의 최우선 순위는 사고 수습과 후속조치라고 말씀한 바가 있다"며 "우리 정부 입장에서는 사고 수습과 후속 조치를 위해 매진해야 되고, 모든 관계 부처와 공직자들이 그에 맞춰서 판단하고 행동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원론적으로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