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안전불감증이 사상자 불렀다

2022-10-30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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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 통제와 질서만이 유이한 재발 방지책"

30일 오전 경찰이 전날 밤 압사 참사 사고가 발생한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골목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사진=최오현 기자]

29일 늦은 밤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한복판에서 발생한 압사 참사 사고는 151명이 목숨을 잃은 것으로 집계됐다. 소방당국은 30일 오전 9시40분 기준 사망자는 151명, 부상자는 82명(중상 19명, 경상 63명)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고는 이태원역 1번 출구를 나오면 바로 보이는 해밀톤호텔 옆쪽 좁은 골목에 한꺼번에 인파가 몰리며 발생했다. 사고 당일 밤 이태원을 찾은 인파는 경찰 추산 10만명. 핼러윈을 즐기려던 인파는 해당 골목 경사로에 끊임없이 유입되면서 떠밀리듯 거리를 이동했다. 이들 중 앞쪽에 있던 무리들이 넘어졌다. 이후 뒤쪽에 있던 사람들이 도미노처럼 쓰러지며 압사 참사로 이어졌다. 특히 단일 사고 인명 피해로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최대 사망자가 나왔다.
 
염건웅 유원대 경찰소방행정학 교수는 “폭이 5m 정도인 좁은 골목길에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인원이 몰렸다. 결국 사람들이 움직일 수 없는 상황에서 앞쪽 무리가 넘어지고 뒤따르던 무리도 같이 넘어지며 차곡차곡 쌓여서 압사 참사가 발생했다”고 사고 원인을 분석했다.
 
함은구 열린사이버대 소방방재안전학과 교수는 “소방당국이 빨리 신고를 받고 출동하려고 했지만 이태원 근처 도로 상황도 마비됐다. 즉각적인 초동 조치가 안 됐다”고 전했다. 이어 “압사로 인한 심정지가 오면 골든타임은 4분이다. 게다가 CPR 특성상 최소한 응급구조대원 1명이 환자 1명을 담당해야 한다. 현장에서 많은 시민들이 구조대원 역할을 했지만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고 분석했다.
 
현장에 있던 시민들 의견도 전문가와 다르지 않았다. 사고 당시 현장에 있었던 김모씨(21)는 “경사로에서 사람이 넘어지기 시작해 5~6겹으로 쌓일 정도로 상황이 심각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아래부터 사람을 빼냈지만 너무 많은 사람이 있어서 오랫동안 그 상태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깔려 있던 사람들이 코에서 피를 흘리고 대부분 정신을 잃었다”고 했다.
 
요르단에서 왔다는 A씨(25)는 “현장에 심폐소생술(CPR)을 받는 사람이 여럿 있었다. 다리를 다친 사람도 있고 사람들이 피를 흘리고 있으니 처음에는 교통사고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이어 “CPR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나오라고 해 시민들이 CPR를 했다. 그런데 '이 사람은 죽었어, 다른 사람을 도와줘야 해'라는 말이 들렸다. 도움이 안 된다는 생각에 허탈했다. 친구한테 '사람들이 죽고 있다'고 전화하면서 계속 울었다”고 울먹였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이처럼 대규모 인명 피해를 초래한 참사는 과거에도 있었다. 1994년 10월 성수대교 중간 부분이 무너져 내리며 통행하던 시내버스와 차들이 그대로 추락했다. 이 사고로 버스로 등교하던 무학여고 학생 등 32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 그로부터 8개월 뒤인 1995년 6월에는 삼풍백화점이 무너져 502명이 숨지고 937명이 다쳤다. 당시 두 참사는 모두 부실 공사 혹은 허술한 안전 관리 등에 따른 '인재'가 원인으로 드러나 국민적 공분을 샀다.
 
서울 이외 지역에서는 2003년에 발생한 대구 지하철 방화 사건이 있다. 당시 사망자 192명, 부상자 151명 등 사상자가 343명이었다. 1993년 10월에는 전북 부안 인근 해역에서 서해 훼리호가 침몰해 승객 292명이 목숨을 잃었다. 2014년 4월에는 세월호 참사가 발생했다. 당시 제주도 수학여행을 위해 배에 탑승한 안산 단원고 학생 등 304명이 사망하고 142명이 부상했다. 같은 해 2월에는 경주 양남면 코오롱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지붕이 무너져 부산외대 학생 등 총 10명이 숨지고 204명이 다쳤다.
 
압사 참사 예방···사전 통제와 질서만이 유일
 
이태원 압사 참사는 안전불감증이 키운 사고였다는 지적도 나온다 사고 전날인 금요일 밤에도 비슷한 상황이 발생했다는 증언들이 나왔기 때문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사고 전날인 28일 오후 세계음식문화거리에서 이태원역 2번 출구로 향하는 50m가량 내리막길에 수천 명이 몰려 걷기 힘들 정도였다는 글들이 올라왔다.
 
이태원 관할인 용산구청과 용산경찰서는 세계음식문화거리를 밀집 혼잡구역으로 지정하고 이태원관광특구연합회와 함께 이태원역 주변 환풍구에 안전가드를 추가 설치하는 등 안전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인파 10만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참사를 막지 못했다.
 
이용재 경민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사전 통제 방법밖에 없다고 했다.
 
이 교수는 “좁은 내리막 골목길에 이렇게 많은 인원이 군집됐을 때는 뾰족한 대책이 없다 . 예방하기 위한 최우선 방법은 질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울러 군중 몰림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행사 성격, 소요 시간, 개최 장소의 특성, 출입 동선, 참가자 나이 등을 고려한 사전 계획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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