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노조는 높은 물가 상승률과 KT 영업이익을 근거로 '평균 9.5% 임금 인상과 1000만원의 일시금 지급'을 요구한 반면, KT 사측은 경쟁사보다 2~4배 높은 인건비와 들어올 돈보다 나갈 돈이 수천억원 더 많은 것을 이유로 '평균 1% 임금 인상과 200만원의 일시금 지급'을 제시했다.
28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KT는 전날 오후 경기도 성남시 분당 본사에서 구현모 KT 대표, 최장복 KT노조 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2022년도 임금 단체교섭 제2차 본회의를 진행했다.
양측은 이날 회의에서도 평균 임금 인상과 일시금 지급을 두고 서로 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KT 사측은 "실적이 개선됐지만 지난해 영업이익에 감가상각비를 다 더해도 들어올 돈(캐시 인)보다 이자, 세금, CAPEX(자본적 지출) 등 나갈 돈(캐시 아웃)이 수천억원 더 많다"며 "똑같은 1% 임금인상을 해도 KT는 다른 두 통신사보다 인건비 지출이 2~4배 더 많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 임금·복지 조건 협상에서도 노사의 대립은 이어졌다.
KT노조는 △연차촉진제 폐지 △초과근무수당 개선 △노동이사제 도입 △복지기금 887억원 출연 △명절 복지포인트 인상 등을 요구한 반면, KT 사측은 △연차촉진제 폐지 반대 △초과근무수당 제도 유지 및 불편사항 개선 △노동이사제 불가 △복지기금 710억원 출연 △복지포인트 유지 등으로 반대하는 뜻을 내비쳤다.
다만 KT 사측은 KT노조가 직원 고령화로 인한 대체 인력 확보의 어려움을 이유로 국민연금 수령 시기(65세)에 맞춘 정년 연장을 요구한 것에는 관련 법령 시행과 사회적 합의가 이뤄진 후 검토해볼 것이라고 밝혔다.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함에 따라 KT노조는 다음 주부터 출근 선전전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임단협의 장기화를 예고했다. KT노조는 "사측이 전향적인 내용을 가져오기 전까지 교섭할 명분도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KT 노사가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대립하는 이유를 낮은 임금 인상률과 경쟁사 대비 많은 인력 구조에서 찾고 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KT의 지난 10년 임금인상률은 평균 1.42%로,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경쟁사보다 낮고 10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평균(1.33%)과 비슷한 수준이다. 사실상 10년간 임금 동결을 한 셈이다.
실제로 올해 6월 이통3사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KT의 1인당 급여(6개월)는 4900만원으로 SKT(8100만원), LG유플러스(6700만원, 대리점 직원 제외)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그런데도 KT의 인건비 지출은 이통3사 가운데 가장 많다. 이는 KT의 직원 수(2만158명)가 경쟁사 대비 2~4배 많은 것에 따른 영향이다.
KT의 올해 상반기 인건비 지출은 9704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SKT의 상반기 인건비 지출은 4328억원(5054명), LG유플러스는 5756억원(1만171명)으로 KT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희망퇴직이나 임금피크제 확대 없이 섣불리 임금을 크게 인상하면 영업이익에 바로 악영향을 미치는 구조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KT의 인력 구조를 고려하면) 노조의 요구는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적다. 불확실한 내년 경제 상황을 볼 때 KT 사측이 임금상승률을 높이기보다는 위로금 형식으로 1회성 지출을 할 가능성이 높다"며 "때문에 이번 KT 임단협은 평균 2% 임금 인상과 위로금 1000만원 지급으로 타결될 가능성이 제일 높으며, 이에 따라 KT 4분기 영업이익에는 최소 1200억원에서 최대 1000억원 후반대의 일시적 인건비 지출이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