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전날 보이콧에 대해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에 대한 국민 신뢰가 약해지는 것 아닌가"라고 우려했다. 이어 "국회를 위해서도 과연 이게 바람직한 것인지 생각해볼 여지가 있다. 좋은 관행은 어떤 어려운 상황이 있더라도 지켜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시정연설문에서 '협치' 표현을 쓰지 않았다는 지적에 "야당이란 말은 안 썼지만 국회의 협력이 필요하고 협조가 중요하다는 것을 계속 강조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639조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법정 시한 내(12월 2일) 처리에 여야가 협조해주길 거듭 당부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의 희망과 달리 제1야당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가 '민생과 협치'가 아닌 '보복과 대결'을 선택한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검찰과 경찰, 감사원 등 사정기관을 총동원해 야권 인사들에 대한 전방위 수사를 펼치고, 이를 통해 민주당 공중분해 등 정계개편을 시도한다는 인식이다.
다만 민주당의 이러한 '결기'에 윤 대통령이 반응할지는 의문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진행한 '2050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오찬 간담회'에서 "과학적 근거도 없고, 산업계의 여론 수렴이나 로드맵도 정하지 않고 발표를 했다. 국민 부담이 어떤 것인지 과연 제대로 짚어보고 한 것인지 의문"이라며 전임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작심 비판했다.
전날 시정연설에서도 "그동안 정치적 목적이 앞선 방만한 재정 운용으로 재정수지 적자가 빠르게 확대됐고, 나라 빚은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수준인 1000조원을 이미 넘어섰다"며 문재인 정부의 재정정책에 날을 세웠다.
대선 후보가 아닌 현직 대통령이 전임 정부 정책을 공개석상에서 직설적으로 비판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야당의 협조에 애당초 큰 기대를 걸지 않았고, 전임 문재인 정부 실정을 부각시켜 '반문(문재인)진영' 결집을 노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윤 대통령은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가 끝나는 다음 달 3일 이후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회동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추진했던 여야 지도부 회동은 현실적으로 어려워졌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야당 지도부와 회동도 성사시키지 못하면서 내년도 예산안과 정부조직법 등에서 협조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