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도 유동성 지원 가세...커지는 중앙은행 역할론

2022-10-26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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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일 오전 10시 금통위서 적격담보증권 대상 확대 등 논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레고랜드 채무불이행 사태로 촉발된 자금시장 경색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50조원+α’ 규모의 유동성 지원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시작한 가운데, 한국은행도 대출 담보 문턱을 낮춰 자금 공급 지원에 나선다. 한은의 조치로 은행권을 중심으로 유동성 공급이 일부 확대될 전망이다. 정치권뿐만 아니라 금융당국도 최근 중앙은행의 역할론을 강조하고 있어, 한은이 발권력까지 동원하는 적극적인 조치에 나설지 관심이 쏠린다.
 
한은은 27일 오전 10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어 대출 적격담보증권 제도 확대 등의 시장안정화 조치 방안을 논의하고 의결할 예정이다. 한은의 대출 적격담보증권 대상에 공공기관채와 은행채를 추가하는 게 핵심이다.
 
적격담보증권이란 은행이 한은으로부터 대출받을 때 담보로 제공하는 증권을 말한다. 기존에 한은은 국채, 통화안정화증권(통안증권), 정부보증채 같은 국공채만 담보로 받았다. 그러나 최근 자금시장 경색이 발생하면서 은행권이 적격담보증권에 은행채도 포함해달라고 요구했다. 한은이 적격담보증권을 확대하면, 은행에 대한 대출을 통해 유동성이 공급된다.
 
한은은 코로나19가 확산하기 시작한 2020년 3월부터 1년간 한시적으로 산업금융채권(산금채), 중소기업금융채권, 수출입금융채권, 주택금융공사 발행 주택저당증권(MBS)을 대출 적격담보증권으로 인정한 바 있다. 당시 코로나19 충격으로 기업과 가계에 유동성 공급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이외에도 한은 금통위는 은행간 차액결제이행용 담보증권 제공비율 인상을 유예하고 당분간 70%로 동결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은행들이 차액결제 시 결제이행을 보장하기 위해 한은에 납입해야 하는 적격증권 납입 비율로, 인상이 유예되면 시중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효과가 나타난다.
 
관건은 한은이 직접 유동성을 공급하는 금융안정특별대출 제도, 기업유동성지원기구(SPV) 설립 등에 나설지 여부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최근 국정감사에서 한은의 역할론을 강조하면서 SPV 재가동을 언급했다. SPV는 저신용 기업의 회사채·기업어음(CP)을 매입하는 기구로, 자금조달의 최후 수단으로 손꼽힌다. 그러나 정작 한은은 회의적인 입장이다. 그 정도로 자금시장 상황이 극단에 치우치지 않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금융안정대출이나 SPV 재가동을 추후에 논의할 수 있지만, 지금 하기에는 적절하지 않은 정책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한은이 크리슈나 스리니바산 IMF 아시아·태평양국장을 초청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는데, 이창용 총재가 본인 입으로 하고 싶었던 말을 IMF를 통해 한 것 아니겠나”라고 말했다. 스리니바산 국장은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충격에 대응할 수 있다고 말했고, 공공부채를 관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자금경색이 더 악화되면, 올해 마지막으로 열리는 11월 금통위의 기준금리 인상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시장은 한은이 다음 달 세 번째 ‘빅스텝(한번에 기준금리 0.50%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전망했으나, 채권시장 충격을 고려하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민지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과 같은 국내 신용시장 위험 증가는 11월 금통위의 빅스텝 기대감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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