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한전·한수원 등에 따르면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21일(현지시간) 미국 법원에 한수원이 개발한 한국형 원전 설계에 자신들 지재권이 포함돼 있다며 미국 수출입통제법에 따라 이들의 수출을 제한해 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미국은 연방 규정에 따라 특정 원전 기술을 수출 통제 대상으로 지정해 외국에 이전할 때는 에너지부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다. 웨스팅하우스는 2000년 미국 컴버스천엔지니어링(CE)을 인수했는데 한수원의 APR1400이 CE의 원자로인 '시스템 80' 디자인을 토대로 개발된 만큼 수출 시 미국 정부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폴란드, 체코 등 동유럽 신규 원전 사업을 두고 한수원과 경쟁하는 웨스팅하우스는 과거부터 APR1400의 원천기술에 대한 지재권 문제를 제기해 왔다. 우리나라의 첫 원전 수출 사례인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수주 과정에서도 같은 문제를 제기한 웨스팅하우스 측에 한수원이 기술자문료 등을 지급하는 방식으로 미국 측 승인을 받았다.
이제 막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을 제기한 만큼 한수원과 한전 등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다만 앞서 5월 한·미 정상회담 당시 양국이 원전 협력 강화를 약속한 상황에서 이번 사안이 국가 간 갈등으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대외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는 분위기다.
정부 역시 공식적인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소송과 관련된 사안이기 때문에 정부의 견해 등을 밝히는 것은 어렵다"며 "아직 상황을 파악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가 폴란드 원전 수주에 실패하면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한다는 윤석열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예상된다. 여기에 미국 법원까지 웨스팅하우스 손을 들어준다면 폴란드에 이어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체코, 사우디아리비아 원전 수주 경쟁에서도 크게 뒤질 수밖에 없다.
정부와 한수원 등이 대응책 마련에 몰두하는 사이 폴란드 원전 수주 경쟁에서 웨스팅하우스가 우위를 점하는 모양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3일 워싱턴DC에서 제니퍼 그랜홈 미국 에너지부 장관을 만난 야체크 사신 폴란드 부총리는 "폴란드의 전체적인 안보 구조에 있어 미국이 전략적 파트너라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며 "그런 요인을 고려할 수밖에 없으며 우리는 최종적으로 웨스팅하우스를 선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