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여의도 국회에서 내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에 앞서 김 의장 및 5부 요인 등과의 사전환담에서 "국제경제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여야가 힘을 합쳐 이 글로벌 위기를 잘 극복하면 우리 국민에게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대통령실 이재명 부대변인이 전했다.
이 부대변인은 "이는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한국이 건전 재정의 기조 아래 안정적 금융시장 관리와 실물경제 성장을 도모한다면 국제 신인도를 높이는 동시에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에 김 의장은 "날씨가 좀 쌀쌀해진 것 같다"며 "그런데 여의도 날씨가 훨씬 더 싸늘한 것 같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졌다. 이어 "오늘 아침 국회 모습이 가장 좋은 모습으로 국민들께 비춰져야 할텐데, 국회의장으로서 송구스러운 마음"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어느 때보다도 정부와 국회 그리고 여당과 야당의 협력이 절실한 그런 때인 것 같다"면서 "우리 경제가 고금리에 고물가에 고환율에, 수출이 줄어들고 경제도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예산이 경제에도 또 국민 생활에도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어려운 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민들께 작은 희망이라도 드릴 수 있도록 국회로서는 지혜롭게 살펴 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김 의장이 발언하는 동안 계속 손을 모아 경청했고, 김 의장의 '뼈있는 농담'에 웃는 모습이 포착됐다. 이 자리에는 김 의장, 김명수 대법원장, 유남석 헌법재판소장, 한덕수 국무총리, 노태악 중앙선거관리위원장 등 5부 요인이 함께했다.
대통령실에서는 김대기 비서실장과 이관섭 국정기획‧이진복 정무‧김은혜 홍보‧최상목 경제수석, 김일범 의전‧전희경 정무1비서관, 김용현 경호처장 등이 자리했다. 최재해 감사원장도 함께했다.
국회에서는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소속 김영주 국회부의장, 이은주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이광재 국회사무총장 등이 참석했다. 윤 대통령은 여야 지도부에게 "약자 복지의 미흡한 점이 보이면 언제든 지적해 달라. 더 적극적으로 챙기겠다"고 말했다.
한편 민주당은 이날 사전환담은 물론 예산안 시정연설에도 불참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윤 대통령이 국회의사당에 도착하는 시간에 맞춰 본회의장 입구인 로텐더홀에 집결해 '이xx 사과하라', '국회무시 사과하라', '야당탄압 중단하라' 등의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시위했다.
윤 대통령이 국회 본관에 입장할 때는 침묵시위를 이어갔지만, 곳곳에서 고성이 나오기도 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민생 외면 야당탄압,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대통령은 사과하라" 등의 구호도 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