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시정연설 청취는 헌법이 보장"···여야 참석은 선택 아닌 책무
윤 대통령은 24일 오전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시정연설에 조건을 붙이는 것은 헌정사에서 들어보지 못했다"면서 야당이 요구한 '대장동 특검 수용'과 '비속어 논란 사과'에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헌법(제81조)이 보장하고 있는 대통령의 국회 출석 발언권, 예산안이 제출되면 정부 시정연설을 듣도록 돼 있는 국회법(제84조) 규정, 그리고 여야 합의로 10월 25일로 일정이 정해진 것"을 언급했다. 이는 여야 국회의원의 시정연설 참석은 선택이 아닌 책무라는 뜻이다.
◆격앙된 민주당 "협치는 끝났다···시정연설 수용 불가"
그러나 민주당은 시정연설 전날에 이뤄진 검찰의 민주당 당사 압수수색에 "협치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박홍근 원내대표 등 민주당 의원 80여 명은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야당을 말살하고 국민과 맞서 싸우려는 윤석열 정부에 강력 항의하고 규탄할 수밖에 없다"고 반발했다.
또 오후 의원총회를 열어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을 수용하지 않기로 결의했다. 오영환 원내대변인은 "윤석열 정권의 야당 중앙당사에 대한 압수수색 돌입은 국회 무시, 야당 탄압, 국감 방해 침탈 행위임을 다시 한번 의원들 간에 확인하고 규탄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거부 방식은 25일 재차 의총을 열어 결정하기로 했다.
시정연설을 위한 본회의 개최(재적의원 5분의 1 이상 출석)는 국민의힘 단독으로도 가능하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민주당 측 거부 정도에 따라 윤 대통령이 아닌 한덕수 국무총리가 연설문을 대독하는 방안을 한때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은 대부분 취임 첫해만 예산안 시정연설을 직접 하고 이후에는 국무총리가 대신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지만 '국회와 국민을 존중한다'는 의미로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매년 직접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는 전통을 만들었고, 문재인 전 대통령은 거기에 더해 추경안까지 직접 설명했다.
결국 김은혜 홍보수석은 오후 서면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새 정부의 첫 예산안을 내일 국회에서 국민께 설명드릴 예정"이라며 "엄중한 경제와 안보 상황 속에서 국민의 삶을 지키기 위해 대통령은 헌법과 국회법이 부여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윤 대통령의 예산안 시정연설이 취임 첫해부터 불발되는 일은 피하겠다는 뜻이다. 또 민주당의 강경한 대여투쟁이 오히려 윤 대통령을 향한 '동정여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