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수도권, 지방 등 전국에서 전세가율 상승이 가파르게 진행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고금리에 대한 부담과 거래 절벽 등의 영향으로 매매가 하락 폭이 확대되면서다. 특히 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일부 지역에서는 전세가율이 90%를 웃도는 등 매매가에 육박하거나, 매매가를 넘어선 곳도 있어 '깡통 전세'의 위험이 더욱 커졌다.
23일 한국부동산원이 부동산테크를 통해 공개한 '임대차시장 사이렌' 정보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9월 전세가율은 75.2%로 8월(74.7%)보다 0.5%포인트(p) 높아졌다.
한국부동산원은 전세 보증금 미반환과 전세사기 피해 예방을 위해 지난달부터 부동산테크 누리집을 통해 전세가율과 보증사고 현황, 경매낙찰 통계를 제공하고 있다. 이 중 전세가율은 해당 월을 기준으로 최근 3개월간의 실거래 자료를 바탕으로 조사한 것이다.
서울 아파트의 9월 평균 전세가율은 63.2%로 전월(62%)보다 1.2%p 올랐다. 타 지역보다 전세가율 자체는 낮았지만 상승률은 두드러졌다. 25개 자치구 가운데 전세가율이 가장 높았던 곳은 78.6%를 기록한 서울 중구로, 전월(62.6%) 대비 무려 16%p나 치솟았다. 이어 금천구(76.6%), 관악구(73.3%), 강서구 73.2% 등의 순으로 높았다.
'강남 3구'로 불리는 서초구의 전세가율은 62.6%, 강남구는 55.1%, 송파구는 52.5%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은 8월 69.4%에서 9월에는 70.4%를 기록하며 70%대로 올라섰다. 인천 아파트의 9월 전세가율은 73.3%, 경기는 71.7%를 기록했다.
특히 저가 아파트가 밀집한 지방에서는 전세가율이 90%를 넘어선 곳도 많았다. 9월분 조사에서 지역별로 경북 포항북구(91.7%), 경북 구미시(90.8%), 전북 익산시와 경북 포항남구(각 90.6%), 광양시(90.2%) 등은 전세가율이 90%를 넘어 전월보다 깡통전세 위험이 더 커졌다.
전세 가격이 매매가를 뛰어넘은 곳들도 속출하고 있다. 부산 연제구(127.4%), 경북 구미시(102.6%), 경기 이천시(102.1%), 경기 화성시(102%), 경북 포항북구(101.8%), 경기 안산 상록구(100.7%) 등은 전세가율이 100%를 넘어섰다.
'빌라'로 통칭되는 전국의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은 지난 8월 83.1%에서 9월에는 83.4%로 0.3%p 높아졌다. 특히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이 지방 평균(80.5%)보다 높은 82%에 달했다. 관악구의 9월 연립·다세대 전세가율은 전월(85.3%) 대비 6.6p 상승한 91.9%를 기록했고, 강북구도 91.2%에 달하는 등 90%대에 진입한 곳이 등장했다.
다만 임대차시장 사이렌으로 공개되는 전세가율은 실거래가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매월 시세 기준으로 조사하는 전세가율과는 차이가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시세 기반 9월 평균 전세가율은 아파트가 전국 68.9%, 서울 57.4%이며 연립·다세대는 전국 67.7%, 서울 70.5%다.
한편, '깡통 전세'의 경고음은 곳곳에서 감지된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보증금반환보증 사고 건수는 523건, 보증사고 금액은 1098억원으로 2013년 해당 상품 출시 이후 각각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올해 1~9월 누적 기준으로 사고 건수와 금액이 각각 3050건, 6466억원으로 이미 지난해 연간 규모(2799건, 5790억원)를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