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영인 SPC 회장, 수차례 고개 숙였지만...불매운동 진정 효과는 "글쎄"

2022-10-2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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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 [사진=유대길 기자]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경기 평택시 소재 SPL 제빵공장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해 공식 사과했다. 사고가 발생한 지 7일이 지난 현 시점에서 대국민 사과를 한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최근 들어 SPC 프랜차이즈로 불매운동이 확산하자 사태 봉합에 나선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일각에서는 이번 대국민 사과를 계기로 불매운동이 가라앉을지는 의문이란 의견도 나온다. 

허 회장은 이날 오전 11시께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대국민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허 회장은 "이번 사고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으며, 국민 여러분의 엄중한 질책과 지적을 겸허히 받아들이겠습니다"라고 공식 사과했다. 이날 허 회장은 기자회견 도중 네 차례나 머리를 숙였다. 

이번 대국민 사과는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한 지 7일 만에 이뤄졌다. 앞서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께 SPL 제빵공장에서 근로자 A(여·23)씨가 빵 소스 배합 작업 중 끼임사고를 당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SPL은 SPC그룹의 계열사로, SPC 프랜차이즈 매장에 빵 반죽과 재료 등을 납품한다. 

허 회장은 사고가 발생한 다음 날인 지난 16일에도 공장에서 작업이 이뤄졌다는 논란에 대해서도 고개를 숙였다. 

그는 "사고 다음날, 사고 장소 인근에서 작업이 진행됐던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그 어떤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는,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모두 제가 부족한 탓이며, 평소 직원들에게 더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제대로 전하지 못한 저의 불찰"이라며 사태 진화에 나섰다. 

그러면서 "고인 주변에서 함께 일했던 직원들의 충격과 슬픔을 회사가 먼저 헤아리고 보듬어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면서 "힘든 시간을 보냈을 직원분들께 이 자리를 빌려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재차 머리를 숙여 사죄했다. 

허 회장은 이날 근무환경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향후 3년간 10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하겠다고 약속했다.  SPC는 안전시설 확충 및 설비 자동화 등을 위해 700억원, 직원들의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문화 형성을 위해 200억원을 투입할 계획이다. 사고가 발생한 SPL은 영업이익의 50%에 해당하는 100억원을 산업안전 개선을 위해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뒤늦은 사과 왜?...가맹점주 "매출 20~30% 감소" 전전긍긍
업계에선 뒤늦게 허 회장까지 대국민 사과를 하며 사태 진화에 나선 것은 불매운동 확산이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애꿎은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현재 파리바게뜨 가맹점은 평소 대비 20~30%가량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보고 더욱 불매운동이 확산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파리바게뜨 가맹점주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현재 가맹점주들의 피해가 상당히 심각하다. 매출이 평소 대비 20~3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이번 사고로 가맹점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사측에서 빨리 사태 수습을 해줬으면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사진=트위터]

SPC 프랜차이즈를 향한 불매운동은 온·오프라인에서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사고 발생이 알려진 초기에 시민·노동운동 단체 중심으로 이뤄지던 불매운동은 현재 일반 시민까지 가세하며 빠른 속도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는 '#SPC불매' 해시태그와 함께 SPC가 운영하는 브랜드 목록뿐 아니라 고객사 리스트까지 공유되고 있다. 불매운동에 오른 SPC 프랜차이즈 계열사들은 여럿이다. 베이커리 브랜드인 파리바게뜨부터 배스킨라빈스·던킨·삼립식품 등이 언급되고 있다. 

다만 이번 허 회장의 사과가 사태 진화에 효과적일지는 미지수란 평가가 많다. 기자회견 직후 SNS 중심으로 "계속해서 불매운동을 하겠다"는 게시글들도 심심찮게 올라오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에서 한 누리꾼은 "사망 사고도 안타깝지만 그 이후 회사 대응이 잘못됐다고 생각한다. 주변에 파리바게뜨 있어도 안 가게 된다"며 불매운동을 이어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른 누리꾼은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고인 장례식장에 빵 배달을 했다든지, 유가족 보상 대책 등이 이번 사과문에서 빠져 있더라"라며 기자회견 내용이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한편 SPC 계열사인 SPL은 이번 사망사고와 관련해 법적 책임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21일 유족 법률대리인인 오빛나라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및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SPL, 강동석 SPL 대표이사, 안전보건관리책임자를 고용노동부 경기지청에 고소했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 역시 사고가 일어난 사업장의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18일 SPL 안전책임자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를 벌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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