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수교 30주년 특별 기고] 3대에 걸친 중국연(緣)

2022-10-19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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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올해는 1992년 8월 24일 한국과 중국이 수교한 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삼십이립(三十而立)'이라는 말이 있듯이 한·중 양국 관계의 우호와 협력을 다져야 하는 시기가 됐습니다. 한국과 중국 수교 30주년을 맞아 지난 시절을 되돌아보며 앞으로 뜻을 함께하자는 취지로 각계 저명인사의 깊이 있는 견해가 담긴 글을 본지에 싣게 되었습니다. 지난 30년은 한·중 양국이 어려움을 함께 극복해나가고 경제 파트너로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는 등 서로에게 도움이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서로를 이해하는 과정에 적지 않은 어려움도 있었지만 한국과 중국은 함께 많은 역경을 이겨왔습니다. 한·중 관계는 이제 새로운 기점에 서 있습니다. 

이번 기고 릴레이에는 한·중 수교 과정의 경험담부터 한·중 교류를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린 여러분들의 이야기까지, 양국 수교 30주년의 역사가 생생히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다가오는 30년에 대한 희망과 기대가 가득히 담겨있습니다. ​한국의 북방외교와 중국의 개혁개방 그리고 세계사의 변화에 순응하는 한·중 수교는 우리들의 소중한 역사이기에 독자들에게 이 글이 한·중 관계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김충근 전 동아일보 베이징 특파원[사진=한·중수교 30주년 기념사업준비위원회]

필자가 특파원 부임 다음 해인 1993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서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 정책'이 법제화한 후 중국의 개혁은 전방위로 본격 추진됐다. 때마침 경제통 황병태 대사가 2대 주중대사로 부임해서 벌인 무소불위 돌파외교 덕분에 한·중 교류협력도 그야말로 일취월장했다. 첸지천(錢其琛) 부총리 겸 외교부장에 이어 리펑(李鹏) 총리가 한국을 방문해 우리의 산업계를 둘러보고부터 ‘한국은 중국이 필요로 하는 선진 과학기술을 다 가지고 있는 나라’로 확인됐고, “한국과 왜 이렇게 늦게 국교를 맺었는지 모르겠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당시 중국은 '톈안먼 사태'를 무력진압한 후 서방세계로부터 경제기술 제재받아 산업화(개혁·개방) 정책 추진에 많은 애로를 겪고 있었는데, 이 숨통을 한국이 터 준 것이다.

다음 해 장쩌민(江澤民) 주석이 방한한 뒤부터는 길지 않은 세월 산업화와 민주화를 한꺼번에 달성한 한국민에 대한 찬사가 인민 대중의 입에 달려 “한국은 대단한 나라”로 각인됐다. 그즈음 알고 보니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 시장경제’는 그저 산업화, 서구화가 아니고 한마디로 미국화(Americanization)였다. 그러나 한국 기업의 중국에서의 고전분투와 그 성과는 비례하며 꾸준하게 상승해 나갔다.

양국우호(友好)가 한·중애호(愛好)로 농밀해지면서 중국개혁도 가속도로 순항할 시기가 되자 대륙의 한국인들은 신바람이 났다. 한국적인 것은 대륙 어디서나 환영받았다. 한국인에게 중국은 든든한 선린 우방으로, 중국 사람은 후덕한 이웃사촌으로 함께 살기에 피차 더없이 편안했다. 한국인과 중국인이 손잡으면 못 할 일이 없고, 또 대개는 성공했다.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할까. 한·중 양국 사이에 만사가 형통하고 있을 때 이른바 사드(THAAD) 보복이 닥쳤다. 지금도 중국은 보복은커녕 ‘한한령(限韓令)’을 내린 적이 없다고 말한다. 필자는 그러한 환경에서 회사 철수 업무까지 맡게 되었다.

필자는 사드 보복이 남긴 상처가 의외로 깊고 오래가지 않을까 걱정한다. 양국 사이의 지난 호시절(好時節)은 다시 오기 힘들 것 같은 생각도 든다. 개인과 개인 사이의 우정이나 사랑도 존경심이 깔린 상호존중이 있어야 진정성이 있고 오래가는 법인데 양국 사이에 지난 세월 어렵사리 쌓아 올린 이런 존중과 경외의 감정이 사라진 것이 가장 안타깝다. 사드 보복이 시작된 초기 매우 당황하고 난처해하기는 중국의 라오펑요우(老朋友)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중국의 한국 교민 1세대인 나와 2세대인 나의 자식들은 언제나 중국이 부강해지면서 일류국가와 함께 제발 일등 국민이 되기를 축복하는 것을 기원하고 산다. 한·중 우호 만세(韓中友好萬歲)를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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