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테크리포트] 차원이 다른 아이돌, '버튜버' 전성시대

2022-10-18 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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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인물 아닌 2D·3D 캐릭터로 활동하는 버추얼 유튜버

일본, 동남아 중심으로 시장 확대...한국도 가상 아이돌 활동

메타버스 콘텐츠로서 주목...팬과 아이돌 직접 만나는 소통 가능

일본 버추얼 유튜버 그룹 니지산지의 유닛으로 데뷔한 '노니스(Nornins)'. [사진=ANYCOLOR]

유튜버 혹은 스트리머는 자신의 모습과 목소리를 대중에게 공개하고, 게임, 노래, 요리, 먹방, 지식전달 등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로 팬과 소통하는 직업이다. 일반인뿐만 아니라 유명 연예인도 무대를 벗어나, 유튜브 등 실시간 동영상 플랫폼을 통해 소통을 이어간다.

하지만 실제 인물만 유튜버로 활동하는 것은 아니다. 최근 실시간 방송 플랫폼에서는 가상·증강현실(VR·AR) 기술을 바탕으로 제작한 캐릭터로 활동하는 인물을 쉽게 볼 수 있다. 이른바 버추얼 유튜버(V-Tuber, 일명 '버튜버')다.

17일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버튜버에 대한 관심도는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한 2020년 상반기부터 빠르게 늘어나기 시작했으며, 2022년 상반기부터 정점에 이르렀다. 현재 버튜버에 대한 검색량이 가장 많은 나라는 일본이며, 그 뒤를 대만, 홍콩, 중국, 필리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이 잇는다.

◆이 세상이 아닌 異세상에서 활동...수백만 팬 보유한 버튜버도
 

지난해 12월 1집으로 대뷔한 버추얼 유튜버 걸그룹 '이세계 아이돌'. [사진=왁타버스 유튜브 갈무리]

버튜버는 사람 대신 캐릭터가 등장해 각종 콘텐츠를 진행한다. 2D나 3D로 제작한 캐릭터가 주인공이다. 녹화·편집된 콘텐츠뿐만 아니라 유튜브, 트위치, 니코니코동화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실시간으로 방송하며 소통한다. 특히 실제 인물의 동작을 추적해 캐릭터로 구현하는 기술이 발전하면서 상반신뿐만 아니라 몸 전체를 움직이는 버튜버 역시 등장하고 있다.

버튜버는 실제 인물이 캐릭터 뒤에서 연기하지만, 실제 인물과 다른 자신만의 세계관을 가진다. 게임 속 아바타가 판타지 세계를 살아가는 인물인 것처럼, 버튜버 역시 나이, 성격, 취미 등 설정을 가진다. 즉 메타버스에서 언급되는 '멀티 페르소나'다. 콘텐츠 창작자는 자신의 신상이나 모습을 공개하지 않고도, 가상의 세계에서 창작 활동을 이어갈 수 있으며, 특히 가상인물이라는 특성상 콘텐츠를 펼칠 수 있는 공간의 한계도 줄어든다. 이를 통해 캐릭터 기반 연극이나 웹 예능 등의 콘텐츠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버튜버 시장이 가장 활성화된 지역은 일본이다. 2016년부터 활동을 시작한 유튜버 '키즈나 아이'가 1세대 버튜버로 꼽히며, 시청자와 수다 떠는 방송(저스트 채팅)이나 게임 방송을 통해 유명세를 탔다. 2022년 10월 기준 구독자 수는 약 307만명에 이르며, 각종 콘텐츠 기업과 컬래버레이션을 펼치기도 했다.

다만 모션 트래커 등 고가의 장비나 캐릭터 제작이 필요한 버튜버 특성상 진입장벽이 높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콘텐츠의 한계 등으로 인해 성장은 더뎠다. 하지만 기술 발전으로 장비 도입 부담이 줄고, 2020년 들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콘텐츠 소비 증가와 가상·증강현실 중심의 메타버스 유행으로 인해 버튜버 업계는 다시 활력을 얻었다.

특히 성우 문화가 발달한 일본에 버튜버 시장이 빠르게 성장했다. 애니메이션 등에서 캐릭터 목소리를 연기하던 성우가 자신만의 캐릭터와 세계관을 바탕으로 살아있는 캐릭터를 통해 시청자와 소통할 수 있다.

이 같은 시장 기대는 증권시장에서도 나타났다. 일본에서 버튜버 그룹 '니지산지'를 운영하는 기업 애니컬러(ANYCOLOR)는 올해 6월 8일 주당 4800엔(약 4만6559원)에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했다. 하지만 상장 4개월 만인 지난 10월 4일에는 주당 가격이 1만2680엔(약 12만2993원)으로 약 2.7배 성장했다.

◆국내에서도 가상 아이돌 데뷔...음원, 방송, 예능 등 다양한 콘텐츠 활동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진행하는 가상 아이돌 데뷔 서바이벌 예능 '소녀 리버스'. [사진=카카오엔터테인먼트]

국내에서도 이러한 버튜버 활동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개인 버튜버는 물론, 소속사와 활동 그룹을 가지며 '가상 아이돌'로서 활동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이세돌(이세계 아이돌)'을 꼽을 수 있다.

이세계 아이돌은 트위치 유명 스트리머 '우왁굳'이 기획한 6인조 버추얼 걸그룹으로, 왁타버스라는 가상세계에서 연예기획사 왁엔터테인먼트에 소속돼 활동하고 있다. 앞서 우왁굳은 메타버스 플랫폼인 'VR챗'을 활용해 각종 콘텐츠를 제작해왔으며, 이세계 아이돌 프로젝트 역시 메타버스 공간을 이용해 서바이벌 오디션 형태로 진행됐다.

지난해 12월 데뷔곡 리와인드(RE:WIND)을 통해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이세계 아이돌은 현재 뮤직비디오 조회수가 1057만회에 이르렀으며, 멜론, 지니, 벅스, 애플뮤직, 스포티파이 등 국내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발매되기도 했다. 올해 3월 발매한 2집 디지털 싱글 겨울봄 역시 3개월 만에 조회수 400만회를 돌파했다.

뮤직비디오 제작 역시 메타버스 공간을 통해 이뤄졌다. 현실 세계 아이돌 그룹이 뮤직비디오에서 음악에 맞춰 연기하거나 춤을 추는 것처럼, 이세계 아이돌 역시 캐릭터와 이러한 연기를 한다. 특히 메타버스의 장점을 살려 촬영 장소를 바꾸거나 시각효과를 자유롭게 적용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여기에 소속된 멤버는 이러한 음반활동 외에도, 버튜버로서 개인방송을 하거나 각종 유튜브 예능 콘텐츠에 등장인물로 참여한다. 예를 들어 메타버스 공간에 만들어진 방탈출 게임을 다른 버튜버와 함께 진행하고, 이러한 영상을 편집해 오락 프로그램처럼 만드는 형태다.

버추얼 유튜버 '로나'로 활동하고 있는 방송인 서유리도 올해 2월 가상 아이돌 프로젝트 '로나 유니버스' 오디션을 진행했다. 이러한 오디션을 통해 버튜버를 선발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육성해 콘텐츠 확장과 사업 모델을 발굴하겠다는 계획이다.

현재 로나유니버스는 6인조 걸그룹 '솔레어 디아망' 데뷔를 시작으로 여성멤버 19인과 남성멤버 10인이 총 4개 유닛으로 활동 중이다. 이밖에도 추가적인 오디션을 통해 새로운 유닛을 구성할 계획이다.

리더 역할을 맡은 서유리는 자신의 분신인 로나를 통해 올해 7월 솔로 데뷔곡 '로나로나땅땅'을 발표했다. 이를 시작으로 자사 버추얼 아이돌 멤버의 오리지널 음원을 순차적으로 발매할 계획이다. 로나 유니버스는 메타버스와 현실세계를 아우르면서 팬 곁에 항상 있고, 메타버스에서 직접 만날 수 있는 아이돌을 지향한다.

향후에는 버튜버의 MCN 사업, 버추얼 아이돌 제작 등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드라마, 게임, 영화, 웹툰, 애니메이션, 공연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 소속 아이돌을 확장하는 뉴미디어 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이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K-팝 아이돌 걸그룹을 가상 아이돌로 데뷔시키는 서바이벌 예능 '소녀 리버스(RE:VERSE)'를 오는 11월 28일 카카오페이지와 유튜브에서 공개할 계획이다. 서바이벌 참가자들은 현실 세계에서의 자기 정체를 숨기고, 캐릭터를 통해 춤과 노래 실력을 선보인다. 캐릭터 스토리와 함께 다양한 음원과 엮이며 새로운 형태의 음악 콘텐츠를 선보일 전망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캐릭터는 전·현직 걸그룹 멤버 30명이 직접 연기하며, 캐릭터 스토리는 전문 작가가 작성했다. 요정왕국의 여왕, 물속에 살던 니모, LA 힙합 소녀 등 각자의 스토리와 세계관을 현재 티저 형태로 공개했다. 각 티저 영상에는 가상의 세계에서 다시 데뷔 기회를 갖고자 하는 이유, 캐릭터 소개, 주변 인물관계, 서바이벌에 도전하기까지의 사연 등을 담았다.

◆장비, 캐릭터 제작 등 부담...AI 기술로 진입장벽 해소

버튜버는 자신의 신상을 숨기고, 방송인으로서 활동할 수 있다는 점에서 창작자의 심리적 부담이 준다. 반면 방송에 필요한 값비싼 장비는 진입장벽으로 꼽힌다. 이러한 장벽은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라 낮아질 전망이다.

AI 기반 사회관계망 서비스 오픈타운은 최근 3D 아바타를 활용한 실시간 방송 기능을 도입했다. 특히 별도의 장비 없이 AI와 스마트폰 카메라만을 활용해 3D 아바타를 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AI 기반 실시간 모션 리타기팅(Motion retargeting) 기술은 카메라를 통해 사람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이를 3D 아바타에 반영한다. 이를 통해 미소, 눈 깜빡임, 손인사 등 다양한 제스처를 표현할 수 있다.

사용자가 직접 캐릭터를 꾸밀 수도 있다. 아바타의 외형을 원하는 모습으로 바꾸는 것은 물론, 목소리 변조를 통해 음성도 바꿀 수 있다. 신상 노출의 부담이 줄어든 만큼 사용자가 손쉽게 버튜버로 활동할 수 있는 셈이다. 오픈타운을 개발한 마인드로직은 모바일기기뿐만 아니라 PC버전을 개발 중이며, 오픈타운 아바타 방송을 유튜브에 동시 송출할 수 있도록 기능을 확장해 콘텐츠 창작자 생태계를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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